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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국’브라질이 달려 나온다

이철현 기자 ㅣ lee@sisapress.com | 승인 2010.11.08(Mon)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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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연합

세계는 지금 브라질을 주목하고 있다. 연이은 변화와 혁신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질주가 어디까지 이어질지를 따져보고 있다. 브라질은 ‘노동자 대통령’에 이어 ‘여성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연평균 5%의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며 남아메리카의 강국을 넘어 세계의 대국으로 거듭났다. 2014년에는 브라질월드컵이 열린다. 2016년에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 ‘브라질 황금 시대’ 막후에는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62)는 11월10~12일 G20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다.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이 동행한다. 다 실바 대통령은 호세프 당선자에게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 동행할 것을 요청했다. 세계 선진 20개국 정상들에게 자신의 후계자이자 브라질의 새 대통령을 선보이고 싶은 속내가 엿보인다. 이로써 한국은 호세프 당선자가 정상으로서 참석하는 첫 외교 무대가 되었다. 호세프 당선자는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이 키운 정치 후계자이다. 호세프 당선자는 룰라 집권 1기 행정부에서 에너지장관으로 입각하면서 중앙 정치 무대에 등장했고, 집권 2기에는 국무총리 격에 해당하는 수석장관에 올라 룰라의 후계자로서 입지를 굳혔다. 호세프 당선자는 지난 10월31일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자마자 가진 당선 인터뷰에서 “다 실바 대통령이 실행한 경제·사회·외교 정책을 이어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호세프 당선자에 대해 ‘룰라 행정부 집권 3기 수반’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브라질 일간지 ‘에스타도 드 상파울루’는 호세프 당선을 ‘룰라의 승리’로 표현했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국민 지지도 83%라는 높은 인기에도 연임 제한 규정에 따라 올해 말 물러나야 한다. 다 실바 대통령은 지난 8년 동안 추진한 경제·사회·외교 정책을 완성하고 빈곤 퇴치나 경제 성장에서 거둔 업적을 이어갈 지도자로 호세프 당선자를 지명했다. 2011년 1월1일 공식 출범할 호세프 행정부가 다 실바 행정부와 별 차이가 없는 정책을 채택한다고 해도 놀랄 일은 아니다.

호세프 당선자, ‘성공한 대통령’의 치적 계승

호세프 당선자는 지난 11월3일 출범한 정권인수위원회를 시장 친화적 인물로 가득 채우면서 이 사실을 다시 확인해주었다. 집권 노동자당은 좌파 정당이다. 하지만 호세프 당선자는 과거 다 실바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당내 인사 가운데 온건파 위주로 7인 인수위원회를 꾸렸다. 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안토니오 팔로치이다. 미국 월스트리트가 선호하는 인물로 다 실바 행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지냈다. 팔로치는 새 정부의 수석장관으로 유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경제학자 출신인 호세프 당선자가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역시 경제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노동자 출신 지도자인 다 실바 대통령이 1822년 브라질이 포르투갈에서 분리 독립한 이래 ‘가장 위대한 지도자이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경제 영역에서 거둔 성과 때문이다. 19세 때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가 왼손 약지까지 잘렸던 사람이 브라질을 전혀 다른 국가로 바꾸어 놓았다. 다 실바 대통령 8년 재임 기간 동안 브라질 경제는 연평균 5%씩 성장했다. 국내총생산(GDP)은 세 배 이상 커졌고, 외환보유액은 10배가량 늘었다. 브라질 경제의 발목을 잡던 물가 상승률은 12.5%에서 5.6%로 낮아졌다. 1인당 GDP는 1만 달러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브라질은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던 나라가 2008년 1월 사상 처음으로 순채권 국가로 변신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 글로벌자산운용 대표는 지난 2001년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신흥 경제대국으로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브라질을 꼽으며 브릭스(BRICs)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했다. 브라질은 지금 브릭스 국가 가운데 가장 빛나는 별이 되었다.

다 실바 대통령은 집권 2기가 시작되자마자 신성장 가속화 프로그램(PAC)을 도입했다. 2010년까지 3천5백30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규모 경제 성장 정책을 실행한 것이다.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민간 섹터를 자극해 일자리를 늘리고자 했다. 다 실바 대통령은 사회간접자본 기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호세프에게 맡겼다. 호세프 당선자가 PAC 프로그램을 완성할 적임자로 손꼽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호세프 당선자는 또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바스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정부석유법을 제정해 페트로바스에게 심해 유정을 개발하는 임무를 부여하기도 했다.

호세프 당선자는 경제 성장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경기 호황을 위협할 정도로 비대해진  정부 지출을 줄이고 지나치게 고평가된 통화 가치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 실바 대통령이 정부 지출을 크게 늘린 것은 빈곤 구제책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빈민 구제책’을 실행하다 보니 정부 지출이 어마어마하게 급증한 것이다.

다 실바 대통령은 기아와 가난에 허덕이는 빈곤층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볼사 파밀리아’와 ‘포미 제로’라는 빈곤 퇴치 정책을 줄기차게 추진했다. 볼사 파밀리아는 빈민 가정이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면역 접종에 응할 경우에 정부가 생활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회보장 정책이다. 단기적으로는 극빈층에게 현금을 지급해 생계를 이어가게 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자녀 교육을 유도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겠다는 전략이었다. 브라질 1천2백만 가정이 볼사 파밀리아 혜택을 받았다. 이 정책 덕분에 룰라 재임 기간 브라질 빈곤층이 27.7% 줄어들었다. 세계은행은 지난 2005년 6월 볼사 파밀리아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볼사 파밀리아 프로젝트’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세계은행은 ‘프로그램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교육 혜택, 어린이 발육, 영양 공급, 식량 공급에서 뚜렷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라고 밝혔다. UNDP(세계연합개발프로그램) 산하 빈곤연구센터는 ‘빈곤층 80%가 볼사 파밀리아 정책으로 혜택을 입었고, 이로 인해 브라질의 불평등지수가 2001년 이래 20% 낮아졌다’라고 평가했다.

정부 지출 줄이는 문제와 외교 문제가 관건

   
▲ 10월31일 브라질 포르투알레그레 시에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가 사진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연합

볼사 파밀리아와 함께 추진한 빈곤 구제책이 포미 제로이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2003년 기아 퇴치 프로그램으로 포미 제로를 도입했다.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극빈층에게 현금을 지급하는가 하면 실비 식당을 열고 영양 섭취 교육을 실시하고 비타민과 철분 제제를 지급했다. 가족 농장과 미소 금융을 장려하고 척박한 지역에는 빗물 저장 탱크를 설치했다. 호세프 당선자도 에너지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포미 제로 정책의 일환으로 전력 공급 정책을 주도했다.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시골 1백40만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정책을 입안한 것이다. 이 정책으로 인해 2008년 10월 2백만 가구가 혜택을 입었다. 올해 추가로 1백17만 가구에 새로 전기를 공급할 계획이다.

호세프 당선자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수백만 명을 가난에서 구제하고 수백만 명 이상을 중산층으로 끌어올린 룰라 정부의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정부 지출에 고삐를 당기겠다”라고 공언했다. 정부 지출이 과다하다 보니 금리가 두 자릿수까지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금리로 인해 브라질 통화 헤얄화의 가치는 치솟았다. 이 탓에 브라질 수출은 최근 2년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세프 당선자는 빈곤 구제책에 소요되는 예산을 줄이지 않고 정부 지출을 줄여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난제를 안고 있다.

다 실바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서 실용주의를 채택했다. 영국 주간지 <디 이코노미스트>는 ‘룰라 대통령은 실용주의 외국 정책을 견지하며 자신을 이념론자가 아닌 협상가라고 자처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룰라 대통령은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나 반미주의자 휴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콜롬비아·에콰도르 사이의 갈등을 중재하면서 남아메리카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이란과 친선 관계를 유지해 이란 지도자와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정상이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세계의 권력 균형을 바꾸고자 하는 대담한 야망을 가진 사람’으로 비치기도 했다.

다 실바 대통령이 재임 기간 80개 이상 국가를 방문하면서 궁극적으로 추구했던 외교 정책의 목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를 얻는 것이었다. 다 실바 대통령이 미완성으로 마감해야 하는 외교 정책의 목표는 호세프 당선자가 완성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한국-브라질 경제 협력, ‘파란불’이 보인다

 
브라질은 세계 5위 국토 면적과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1조8천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대국이다. 또 세계 10대 석유 매장국이자 바이오에너지 주요 생산지이기도 하다.  

브라질은 한국의 16번째 수출국이자 7번째 수입국이다. 지난해 양국 간 교역액은 100억 달러가 넘었다. LG전자·삼성전자·포스코 같은 국내 기업이 브라질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휴대전화 단말기와 전기·전자제품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한국 교민은 5만명가량이 거주하고 있다. 교민 70%가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금 고속철도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고속철도 사업은 상파울루에서 리우데자네이루까지 총 5백20km를 고속철도로 연결하는 대형 프로젝트이다. 사업 규모가 22조원이나 된다. 브라질 정부는 11월29일까지 입찰서를 받아 12월16일 우선 협상 대상자를 발표할 계획이다. 한국은 한국철도시설공단, 현대로템, 삼성물산을 비롯해 15개 기업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나섰다. 브라질 고속철 사업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제출한 안이 채택되었고, 차량 시스템이나 발주 방식까지 한국 컨소시엄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 기업들은 브라질 정부가 추진하는 대서양 연안 심해 유전 개발 사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번에 한국을 세 번째 방문하는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 당선자는 한국에 상당히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다고 한다. 호세프가 집권하면서 고속철이나 심해 유전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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