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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향해 굽이치는 ‘젊은 한류’

동남아·중동·인도 등 적시고 북미 시장에서도 가능성 열어…획일화된 음악 콘텐츠 등은 숙제

홍동희│헤럴드경제 엔터테인먼트부 기자 ㅣ 승인 2010.11.08(Mon) 20:4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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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는 일본을 넘어 아시아로,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가고 있다. 드라마는 물론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한국 열풍’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8월25일 한국의 인기 아이돌 걸그룹 소녀시대가 도쿄에서 일본 진출을 알리는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총 3회로 진행된 이날 쇼케이스에는 2만2천여 명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루었다. 애초 1회로 기획되었던 쇼케이스는 현지 팬들의 폭발적인 반응에 따라 3회 공연으로 늘어났고, 현장에는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현지 언론의 반응이었다. 일본의 주요 지상파는 물론이고 연예 케이블 방송, 주요 스포츠지도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앞다투어 보도했다. 특히 당일 NHK 메인 뉴스인 <NHK 뉴스워치>는 소녀시대의 일본 진출을 헤드라인 뉴스로 다루었다. 그날은 엔고가 1년 수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고, 일본 집권 민주당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날이었다. NHK가 일본의 정치·경제계 최고 이슈보다 연예 뉴스를, 그것도 한국의 연예인 뉴스를 헤드라인으로 다룬 것은 하나의 사건이었다. 

   
▲ 미국 LA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공연.
ⓒSM엔터테인먼트

 국내외 음악 전문가들은 ‘신(新)한류’의 특징에 대해 “과거 한류의 중심축이 드라마와 영화였고, 팬층이 중년층이었다면 신한류에서는 K-POP이 중심이 된 것은 물론, 주 소비층이 10~30대로 젊어졌다”라고 평가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김영민 대표는 “소녀시대의 경우 팬층의 90% 이상이 10~20대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한류의 지속과 성장을 위한 잠재력을 높인 것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한류 바람은 홍콩·태국·인도네시아·중동 지역 등에 전방위로 몰아치고 있다. 지난 10월24일 태국 방콕의 중심가에 있는 한 쇼핑타운에서 있었던 ‘한류 스타 라이선싱 상품 박람회’에는 4만5천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소녀시대·배용준·비 등 한류 스타들을 모델로 내세운 화장품이나 의류 등의 상품을 전시해 태국 진출을 돕는 행사였다. 문화 한류가 경제 한류로 이어지는 징검다리 역할을 성공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사였다.

한국 아이돌 그룹 동영상 ‘뜨거운 인기’

인도에 부는 한류 열풍도 거세다. BBC는 지난 10월17일 인도 마니푸르 주에 이는 한류 열풍에 대해 보도했다.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었다. BBC는 “한국 연예인들과 똑같은 머리를 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인도에서는 특히 슈퍼주니어와 SS501의 인기가 높다. 아랍권에서도 한류 팬클럽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있다. 루마니아 등 유럽에서도 한국 가수들을 좋아하는 팬클럽이 중심이 되어 모임을 갖는 등 한류의 권역이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국내 인기 아이돌 그룹의 영상은 전세계적으로 보통 수십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한다.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아이돌의 음악과 퍼포먼스는 실시간으로 일본·중국·타이완·필리핀·태국 등지에서 공개되고, 동시에 인기를 모은다는 이야기이다. 이같은 위력을 실감한 SM이나 JYP 같은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들은 유튜브와 계약을 맺고 자체적으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경우 <Gee>가 미국 유튜브에서 2천만 건이 넘는 클릭 수를 기록했다. 샤이니, 2NE1, 지드래곤 등도 1천만 건이 넘는 클릭 수를 기록했다.

태국 방콕이나 타이완의 타이베이,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도시의 대형 음반 매장에는 어김없이 K-POP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타이완만 하더라도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중심가에서 한국 아이돌 그룹의 인기 곡들을 듣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홍콩의 지하철에는 한국의 음악 전문 채널인 엠넷이 방송되며, 태국 TV에서는 빅뱅이 모델로 출연한 CF를 자주 볼  수 있다.

미국 시장에서도 한류의 열기가 조금씩 싹을 틔우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에 위치한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SM타운 라이브(SMTOWN LIVE’10 WORLD TOUR)>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장장 4시간에 걸쳐 펼쳐진 공연에는 모두 1만5천여 명의 팬이 찾아왔다. 빈자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공연 시간 내내 환호성이 그치지 않았다.

<SM타운 라이브>는 미국 LA, 일본 도쿄, 중국 상하이 등에서 개최되는 월드 투어이다. 보아·강타·슈퍼주니어·소녀시대 등 SM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대규모 콘서트이다. 주목할 점은 이날 공연을 찾은 관객의 대부분이 비(非)한인(아시아계 포함)이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 공연에는 아시아계를 비롯해 백인과 히스패닉계 인종의 팬들이 다양하게 찾았다. 팬들은 핑크색으로 맞춰 입고, 어설프지만 보아·슈퍼주니어·샤이니·소녀시대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당시 공연을 찾은 현지 프로모터는 “LA와 샌프란시스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북미 지역에 한류 팬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10~20대들이 유튜브를 통해 아시아, 특히 한국의 가수들에 대해 점차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모방·아류 넘치면 홍콩 영화 전철 밟을 수도

   
▲ LA 공연을 기다리는 미국 팬들.
ⓒSM엔터테인먼트

국내 기획사들도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가는 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인 멤버 영입이 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2NE1의 산다라 박은 필리핀에서 활동하던 교포 가수였고, 2PM의 멤버였던 박재범 등 아이돌 그룹에서 해외 교포를 영입하는 경우는 많았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서 외국인 멤버를 영입해 한국말을 배우게 하고 국내 활동으로 인기를 얻은 뒤 해외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2PM의 닉쿤이다. 중국계 태국인인 닉쿤은 미국 유학 중 JYP의 오디션에 합격해 2PM 멤버로 활동하면서 태국에서는 국민 스타가 되었다. 닉쿤은 개인적으로 태국에서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을 정도이다. 최근에는 여성 그룹에도 f(x)의 빅토리아와 엠버, 미스A의 지아와 페이 같은 중국계 멤버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해당국에서 자국 팬들로부터 엄청난 환호를 받는다. 한류 그룹이 외국 그룹이 아닌 자국 스타로 대접받는 데는 외국인 멤버가 한몫하고 있고, 이런 멤버가 아시아 각국에서 일체감을 높여주는 촉매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실 이런 현지 마케팅은 드라마 분야에서 해당 국가 스타를 캐스팅하거나 합작으로 시도하기도 했지만, 한류 아이돌 그룹만큼 성공적인 결과를 보지는 못했다.

이런 기획사의 적극적인 현지화 노력으로 K-POP의 토대가 튼튼해지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2PM의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애초 음반을 기획할 단계부터 아시아 지역 팬들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신한류의 핵심은 ‘한국적인 것’에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유튜브 등으로 인해 국적의 개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다. 한류 팬에게 ‘국내의 아이돌’은 더이상 ‘남의 나라 그룹’이 아니다. 2PM을 비롯해 유키스, f(x), 미스A 등 많은 국내 아이돌 그룹이 일본·중국·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선발한 멤버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이를 반증해준다.

K-POP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음악 전문가들은 ‘질 높은 음악과 우수한 노래 실력, 화려한 퍼포먼스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국의 아이돌 그룹은 일본이나 중국의 그룹들이 근접할 수 없는 실력을 갖추었다. 이들은 보통 데뷔 전까지 짧게는 2~3년, 길게는 7~8년 이상의 트레이닝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미 다년간의 노하우로 축적된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결과이다.

태국·타이완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굴지의 연예기획사는 이미 수년 전부터 국내 기획사들과 전략적인 제휴를 맺거나 직원들을 파견해 한국의 매니지먼트 시스템과 신인 트레이닝 과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획일화된 음악 콘텐츠는 자칫 신한류의 유통 기한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 최근 등장한 국내 아이돌 그룹들은 서로 구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유사한 음악과 퍼포먼스를 내놓고 있다. 이른바 잘나가는 콘텐츠를 서로 모방한 결과이다. 당연히 대중은 획일화되고 있는 아이돌 콘텐츠에 싫증을 낼 수밖에 없다. 거기에 중국·타이완·태국 등지에서는 한국 아이돌을 모방한 그룹들까지 등장하고 있어 다양하고 독창성 있는 콘텐츠 개발이 요구된다.

과거 아시아 영화 시장을 지배했던 홍콩 영화가 비슷한 콘텐츠와 서로 베끼기 식의 아류작을 생산해내며 결국 몰락의 길을 걸었듯이 한국의 아이돌 그룹들 사이에서도 모방과 아류가 이어진다면 홍콩 영화의 뒤를 따르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를 위해서는 “결국 한류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기획사 및 창작자는 물론이고, 정부에서도 정책적인 뒷받침이 뒷따라야 할 때이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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