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의 거대한 포식자 레오파드 해표
  • 박수현│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0.11.15 18: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극 사우스셰틀랜드 군도 킹조지 섬 세종과학기지 해변


남극 바다에서 가장 강력한 포식자는 누구일까? 레오파드 해표가 그 주인공이다. 검은 얼룩무늬가 새겨져 있는 4m에 이르는 몸은 물속에서 쉽게 움직이도록 유선형이며 머리와 턱이 크고 허리는 마치 영화 <쥬라기 공원>에 나오는 육식 공룡처럼 불룩하다. 한 번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쩍’ 벌리면 시뻘건 입안에 번득이는 이빨의 날카로움은 소름이 끼칠 정도이다. 크릴이나 오징어를 잡아먹는 다른 해표들과 달리 레오파드 해표는 펭귄 사냥을 즐긴다. 엄밀히 말하면 펭귄 위장에 가득 들어 있는 크릴이 목표물이다. 녀석들은 물 위에 떠 있는 펭귄 무리 속으로 잠입해 들어가 그중 한 마리를 낚아챈다. 날카로운 이빨에 걸려든 펭귄은 발버둥을 쳐보지만 벗어날 수가 없다. 펭귄을 입에 문 레오파드 해표는 펭귄을 수면에 패대기쳐 가죽을 벗겨내고 위장을 끄집어낸다.

레오파드 해표는 자기 영역 안으로 들어오는 침입자가 있으면 더욱 공격적으로 변한다. 2004년 영국 생물학자가 레오파드 해표의 영역 안에서 스쿠버다이빙으로 연구 시료를 채집하다가 이들의 공격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필자도 남극 바다에서 30회에 걸쳐 스쿠버다이빙을 하는 동안 차가운 수온보다는 이들의 존재가 더 큰 부담이었다. 하루는 크릴을 관찰하는데 ‘끅 ~꾸르륵’ 하는 해표 소리가 들렸다. 그 존재가 레오파드 해표인지 다른 해표인지 구분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의 영역을 침범했음을 경고하는 대형 동물의 울음소리인 것만은 분명했다. 소리는 분명 귀로 듣는 것인데 그날 해표 울음소리는 몸 전체를 강하게 울려왔다. 바닷속에는 해표 울음소리가 가득한데 어디에서 나는 소리인지조차 알 수 없다 보니 물속을 빠져나오면서 목이 아플 정도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퍽이나 긴장해야만 했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