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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무작정 문제 풀이’는 낭패 보았다

대입 수능 시험 결과 나타난 EBS 연계율 분석 / 원리·개념 이해의 중요성 드러나

김재천│EBS 교육뉴스부 기자 ㅣ 승인 2010.11.22(Mon) 13:5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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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실시된 11월18일 서울 여의도여고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올해 수능 시험장에서는 새로운 말이 떠돌았다. “합격 기원 엿 대신 EBS 교재.” EBS 교재가 시험장에 갖고 가야 할 필수품이 되었다는 뜻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당초 예고한 대로 올 수능은 EBS 교재와 강의에서 70%가 연계 출제되었다. 수치를 떠나, 본 수능에서 그 효과는 엄청났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대입 전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언어·외국어 영역, 지문 대거 인용 확인

   

언어 영역에서 성패를 좌우한 것은 ‘비문학’과 ‘어법’이었다. 올해 두 차례 모의평가보다 조금 어렵게 출제된 데다 고난이도 문항 6~7개가 ‘비문학’에서 출제되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고난이도 문항 대부분이 EBS와 연계 출제되었다는 점이다. ‘비문학’ 지문 여섯 개 가운데 다섯 개가, ‘어법’은 2문항 모두가 EBS에서 연계 출제되었다. 서울 은광여고 3학년 우솔양은 “한 3~4초만 봐도 ‘아, 이거구나’라고 체크할 수 있는 정도였다”라고 했다. 수험생들이 가장 두려움에 떤다는 ‘비문학’ 과학 지문이 등장한 33번 문항은, 인터넷 수능 비문학 89쪽 6번과 지문의 내용과 보기, 답지가 거의 비슷했다.

외국어 영역의 난이도는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외국어의 특성상 익숙한 지문이 나왔는지, 비슷한 유형이 출제되었는지 여부가 성패를 가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EBS 교재를 소홀히 했던 수험생들은 지난해보다 어려웠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난이도 문항이 집중 출제된 ‘빈칸 추론’ 문항 4문항(25번, 26번, 28번, 29번) 가운데 두 문항(25번, 28번)은 EBS 교재에서 원문을 그대로 사용했다. 제목을 추론하는 41번 독해 문항도 ‘10주 완성’ 96쪽 5번과 지문이 100% 그대로 인용되어 출제되었다.

수리 영역은 언어나 외국어와는 달리 수험생들의 체감 연계율이 낮은 편에 속한다. 영역의 특성상 EBS에서 그대로 인용해 출제하는 방식보다는 확대·축소·변형해 출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연계율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인문계 수험생들이 주로 응시하는 수리 ‘나’형의 경우 연계율이 무려 80%에 달했다. 문제는 EBS로 어떻게 공부했느냐 하는 것이다. 평가원은 “단순히 ‘이 문제는 이렇게 푼다’라고 기억하기보다는 ‘이 문제는 왜 이렇게 풀어야 하는가?’ 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면서 공부해야 연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교과서와 학교 수업은 여전히 ‘1순위’

연계율을 생각할 때 반드시 짚어보아야 할 것이 연계 유형이다. 영역별 특성에 따라 연계 유형과 방식이 달랐고, 그 비중도 큰 차이를 보였다. 언어에서는 EBS의 ‘지문’을 활용한 문항이 46% 출제되었다. 외국어는 ‘문항의 유형’을 활용한 문항이 50%였다. 언어와 외국어는 지문을 읽는 속도가 중요하다. 빨리 읽고 빨리 풀 수 있어야 한다. 지문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면 문제 푸는 속도를 줄일 수 있는 것은 당연지사. 이런 점에서 언어와 외국어의 경우 EBS에서 보았던 익숙한 지문이 상당 부분 출제되었다는 의미는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수리에서는 EBS 교재의 문항을 확대·축소·변형하는 방식을 적용한 문항이 절반에 달했다. 기계적으로 EBS 문제를 풀었다고 해서 수능을 잘 치를 수 없는 이유이다. 시험이 끝난 뒤 수험생의 상당수는 이런 얘기를 했다. “EBS 교재에서 본 문제인 것은 확실한데, 풀기가 만만치 않았다.” 연계 출제한다는 얘기만 듣고 원리와 개념 중심의 꼼꼼한 공부를 하지 않고 무작정 문제 풀이만 한 결과이다.

전체적으로 올 수능의 난이도는 지난해보다 높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이다. EBS 연계 출제가 예고된 상황에서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이다. 연계 출제에 따른 ‘물 수능’(누구에게나 쉬운 수능) 논란을 피하기 위해 난이도를 조금 올려 변별력을 확보하겠다는 평가원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비상이 걸린 것은 EBS를 어설프게 공부한 수험생들이다. 남은 쉬웠다는데, 나만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설마, 설마 하면서도 불안한 마음에 그냥 한 번 풀어보기는 하자는 심정으로 EBS 교재를 대충대충 공부한 수험생들은 이제 와서 땅을 쳐봐야 소용없게 되었다.

이런 결과는 당장 올 대입 지원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상위권 내 중·하위, 중위권 내 중·상위 수준의 수험생들은 EBS를 얼마나 충실히 활용했느냐에 따라 희비가 크게 엇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EBS를 제대로 활용한 수험생들은 남들보다 유리한 고지에서 여유 있게 지원 전략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반면 그렇지 못한 수험생들은 수능 비중이 높은 정시 모집보다는 수능 비중이 낮은, 남은 수시 모집 전형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상위권이 주로 지원하는 대학의 경쟁률이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번 수능을 계기로 공부하는 방식을 올바르게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당장 1~2년 뒤 수능을 치를 고1·2라면 평소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점검해보라는 당부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파견 교사인 최병기씨는 “밀도 있게 공부한 학생들은 굉장히 연계율이 높았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냥 문제 풀이식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다소 생소한 문제들이 있었을 것이다”라는 말로 올해 수능을 평가했다. 한 문제를 풀더라도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 원리와 개념을 철저히 이해하고 넘어가는 공부가 중요해졌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중요한 것은 내년에도 EBS 연계 방침이 유지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런 식의 연계라면 EBS 교재와 강의가, 교과서와 학교 수업 다음으로 학생들이 충실히 챙겨야 할 ‘필수 과목’이 되리라 본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서도 드러났듯 EBS 연계 자체가 점수를 올리는 방편이 될 수는 없다. EBS라는 도구를 이용해 수능을 효율적으로 준비한다는 것이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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