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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지성의 전당’ 100년 긍지 잇다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기여고

이춘삼│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1.22(Mon) 13: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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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여고 제공
ⓒ경기여고

 

최근 뉴스 면을 뜨겁게 달군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배포에 세상 사람들이 놀라고 있다. 현대가(家)의 며느리인 그녀는 10년 묵은 숙원이던 현대건설 인수 경쟁에서 시아주버니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물리쳤다. 현회장은 당초 업계에서 예상하던 인수 가격보다 1조5천억원을 더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뚜껑이 열리고 난 후 정회장이 측근들에게 “한 장만 더 썼더라면…” 하고 아쉬움을 털어 놓았다고 한다. 현회장은 이에 앞선 2003년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벌인 경영권 다툼에서도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경기여고와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현회장은 16회 ‘자랑스러운 경기인’ 상 수상자이다. 고 정주영 회장의 5남인 정몽헌 회장과 결혼한 그는 남편 생존 시에는 집밖에 잘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포항이 자랑하는 대표적 기업인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1905~1986)이 현회장의 외조부이다. 경영자총협회 초대 회장을 지낸 김회장은 맏이이자 고명딸인 김문희씨를 1967년 인수한 용문중·고 교장 자리에 앉혔다. 현재는 용문학원 이사장이다. 김이사장과 남편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작고) 사이에 현정은 회장이 태어났다. 따라서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과 4선(選)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현회장의 외숙부가 된다.

 

   

 

경기여고 동창회인 ‘경운회’는 매년 ‘자랑스러운 경기인’ 상을 수여한다. 뛰어난 인품과 덕성을 갖추고 가정과 사회, 나아가 인류 발전에 공헌해 모교를 빛내고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동문에게 주는 상이다. 역대 주요 수상자로는 1회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43회 졸업), 2회 김삼순 박사(18회), 4회 임화공 꽃꽂이 전문작가(30회), 6회 전혜성 예일대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36회), 7회 김옥렬 전 숙명여대 총장(36회), 10회 이경숙 전 숙명여대 총장(49회)-김명자 전 환경부장관(50회), 12회 탤런트 김혜자, 14회 이범준 전 이화여대 법정대 교수(40회), 15회 노명자 노라노 대표(34회)-방혜자(44회), 16회 박양실 전 보건사회부장관(42회)-현정은 현대그룹 회장(60회), 17회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51회)-김영란 당시 대법관(63회) 등이 있다.

 

   

 

이와 별도로 사회 각 분야에서 쌓은 업적으로 모교의 이름을 빛낸 동문에게 주는 영매상(英梅賞)이 있다. △박사 학위 취득이나 고등고시 합격 △교육계나 공직에서 30년 이상 근속 △대학 입학이나 졸업에서 수석 차지 △문화 향상에 기여한 동문 등에게 주는 상으로 1957년 10월15일 첫 시상 이후 2009년까지 모두 1천9백73명이 이 상을 받았다. 동일인은 여러 시상 사유가 발생하더라도 1회 표창으로 제한하고 있다.

경기여교의 교화인 매화와 ‘참되고 착하고 아름다워라(진선미)’라는 교훈은 상당히 일맥상통한다. 매화는 사계절 가장 먼저 눈 속에서 피는 의지와 강인함을 나타내며 당당하고 아름다운 자태, 그윽한 향기는 경기인의 전통적 기질을 상징한다고 풀이한다.

경기여고 역대 동창회장 중에 초대 고봉경 회장(12회 졸업)과 6대 고황경 회장(14회)은 서울여대를 설립하고 육성한 자매로 유명하다. 25·26대 회장인 박양실 전 보건사회부장관과 27대의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이 거물에 속한다.

 

   

 

정·관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막강 파워

경기여고 출신들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편이어서 ‘여걸’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다른 여고를 졸업한 어느 전직 중등 교사는 “진학 원서를 낼 때 경기여고와 사이에 갈등을 많이 했었다”라며 “살고 보니 경기를 안 간 것이 후회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을 둘러보면 학창 시절의 진로 선택 여하가 성격과 팔자까지도 바꿔 놓는 것 같다”라는 말도 했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경기여고는 1908년 국내 최초의 관립 여학교인 ‘한성고등여학교’로 설립되어 1백2년의 세월을 거쳐 오는 동안 각계 각층에서 수많은 유명인을 배출했다. 지금까지 4만여 명의 여성 인재를 배출했는데 이 중 상당수가 정·관계, 법조계, 경제계,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다. 의료계와 학계 인사는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이다.

 

   
▲ 경기여고 100주년 기념식.
ⓒ경기여고 제공

현 18대 국회의 여성 의원 41명 중 경기여고 출신은 세 명이다. 3선의 조배숙 의원은 서울대 법대 졸업 후 검사와 판사를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17대 국회에서 문광위원장을 맡았다. 여성 최초 금융통화위원 경력을 지닌 이성남 의원은 민주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발을 디뎠다. 자유선진당 비례대표 1번인 이영애 의원은 여성 최초로 사법시험 수석 합격이라는 기록을 세운 이래 고등법원 부장판사, 지방법원장을 거치며 ‘여성 1호’라는 타이틀을 달고 다녔다. 17대 때에는 김명자·김애실·이계경·이은영·홍미경 씨 등 더 많은 의원이 등원했었다. 여성운동가인 이경숙 의원은 최규성 민주당 의원의 부인으로 17대 국회에서 ‘부부 국회의원’으로 시선을 모았다.

경기여고 출신은 관가에서도 드물지 않게 이름을 드러내왔다. 노무현 정권 시절 갖가지 화제를 뿌렸던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박양실 제27대 보건사회부장관, 황산성 제5대 환경처장관, 김명자 제7대 환경부장관이 모교의 이름을 빛냈다. 현직으로는 백희영 여성가족부장관이 있다. 그 밖에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원장, 신혜경 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정현옥 고용노동부 근로기준국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재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경영인 가운데 경기여고 인맥이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인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은 1972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의 뒤를 이어 애경유지공업 경영을 맡았다. 그녀는 이후 30여 년 만에 16개 계열사를 두고 연 매출 2조원을 올리는 그룹으로 일궈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의 맏손녀인 이미경 CJ엔터테인먼트 부회장이 있다.

법조계에서는 각급 법원의 판사와 검사, 변호사로 동문 40명 이상이 진출해 있다. 장관(또는 장관급)직을 역임한 동문 법조인으로는 황산성·강기원·강금실 씨가 있다. 지난 8월 김영란 전 대법관이 퇴임하기 전에는 전수안 현 대법관과 함께 동문 2명이 같은 시기에 대법관으로 재임하고 있었으니 막강한 파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밖에 주목을 받는 법조인으로 김&장 로펌의 이윤조 변호사가 있다.

 

   

 

경기여고는 당대 최고의 여성 교육 기관으로서 웬만한 ‘국내 최초의 여성’ 기록은 모두 휩쓸었다. 3회 졸업생 허영숙씨는 국내 최초의 여성 개업의였다. 춘원 이광수씨의 부인이다.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로 <사(死)의 찬미>를 불렀던 윤심덕, 최초의 여성 신문기자 최은희, 미 군정 시절 초대 경무부 여성 경찰국장 고봉경, 최초의 여성 과학자 김삼순 박사, 최초로 꽃꽂이 개인전을 연 임화공씨, 미스 유니버스에서 수상한 오현주씨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명사 부부’로 이름 알린 동문들 많아

여성으로서 최고의 두뇌들이 모여 들었던 만큼 학계에도 상당수 동문이 포진해 있다. 강인숙 영인문학관 관장은 이어령 교수의 부인이다. 김방옥 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장, 김옥렬 전 숙명여대 총장, 박명진 서울대 부총장, 서지문 고려대 영문과 교수, 송미순 서울대 간호대학장, 양일선 연세대 교학부총장, 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이범준 새천년포럼 이사장, 이영란 숙명여대 법학과 교수, 이은영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최정화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교수, 허운나 국가보훈문화예술협회 회장 등이 국내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강단에서 후학들을 기르치기에 여념이 없다.

이경숙 이사장은 최장수 숙명여대 총장으로 재직했으며, 동생인 이숙자 전 성신여대 총장과 함께 ‘자매 대학 총장’이라는 진기록을 갖고 있다. 전혜성 미국 예일 대학 동암문화연구소 이사장은 자제들이 모두 미국의 유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수재들로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며 어머니의 교육 방식 또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경기여고 동문들이 내조에 충실했다면 그들이 받아온 외조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 특히 학계에 있는 동문들의 경우 거의 예외 없이 남편들도 교직에 몸담고 있어 ‘부부 교수’로서 시너지 효과를 한껏 발휘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라면 특징이라고 할 만하다. 주영주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장은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와 부부이고 이범준 이사장은 외교통상부장관과 5선 국회의원을 지낸 고 박정수 교수와 짝을 이루었다.

경기여고 출신들은 문단과 예체능계에서도 괄목할 재능을 발휘했다. 경기여고 문인의 출발점으로 일컬어지는 강신재씨는 전쟁 이후 현대적 애정 모럴을 그린 젊은 작가였다. 그의 1960년작 <젊은 느티나무>는 이복오빠와 누이의 사랑을 다룬 소설로 당시 문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자전적 수필집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를 쓴 전혜린씨는 스물다섯의 나이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서울대 강단에 섰고 이화여대·성균관대 조교수를 역임했으나 서른두 살에 자살했다. 강은교 동아대 한국어문학부 교수는 1968년 <사상계>를 통해 등단했고, 서강대 프랑스문화 전공 교수인 최윤씨는 동인문학상·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연예계에도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이 많다. 드라마 <전원일기> 등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라는 이미지를 쌓은 김혜자씨는 연기 생활뿐 아니라 굶주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 활동에 앞장서 칭송받았다. 1971년 <아침 이슬>로 데뷔한 이래 포크 가수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온 양희은씨,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출연한 배우 겸 탤런트 김지영씨, 록밴드 ‘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씨, 한국슈퍼모델선발대회 1위 출신의 모델 주정은씨, KBS 슈퍼탤런트 대상 출신인 박선영씨가 경기여고 출신이다.

 

   

 

패션계의 거물들도 상당수 있다. 1956년 국내 최초로 패션쇼를 열었던 노라노씨는 해외로도 진출하는 기록을 세웠고, 고 육영수 여사 등 영부인의 의상을 담당했다. ‘한국 패션계의 대모’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디자이너 이신우씨는 ‘오리지널 리’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켜 국내 패션계를 이끌어왔다.

그리고 각종 사회단체나 여성단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문들도 적지 않다. 김천주 대한주부클럽연합회 회장, 김춘강 대한어머니회 중앙회장, 박동은 유니세프 한국위원회 사무총장, 박은경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한국위원장, 오덕주 서울가톨릭전국여성연합회 회장 등 동문들이 국내에서는 물론 국제 무대에서 맹렬한 활동을 펼치며 활약하고 있다. 김춘강 회장은 남편이 김주인 시즈통상 회장이고, 오덕주 회장은 김창성 전방 명예회장의 부인이다.

 

   

 

경기여고는 우리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주요 인물들을 집 안에서 도운 안주인들을 무수히 배출했고 또한 미래의 재목들을 탄생시키는 곳으로도 한몫을 한다. 한인옥(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 부인), 김열자(김덕룡 청와대 국민통합특보 부인), 최양옥(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부인), 임현빈(고흥길 의원 부인), 김혜동(최연희 의원 부인), 고혜경(이종구 의원 부인), 정미영(진영 의원 부인), 조윤희(박진 의원 부인), 이화익(정두언 의원 부인) 씨가 민심의 동향을 안방에서 남편들에게 전달하며 도움을 주고 있다.

   

재계와 언론계의 경우도 박상례(김상하 삼양그룹 회장 부인), 이선영(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 부인), 송광자(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부인), 김영희(박용성 중앙대 이사장 부인), 홍라희(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부인), 김자경(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부인), 윤순명(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부인), 이명희(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부인), 신연균(홍석현 중앙일보 회장 부인), 이주영(허창수 GS그룹 회장 부인), 이계명(홍석규 보광그룹 회장 부인) 씨 등 많은 동문이 내조의 내공을 톡톡히 발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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