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더블 체크’가 필요하다
  • 염재호 / 미국 스탠퍼드 대학 정치학 박사 ()
  • 승인 2010.11.2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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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 유럽에서 본 폭스바겐 자동차 광고는 꽤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자동차 광고는 날렵하고 성능 좋은 자동차가 질주하는 모습의 이미지 광고이다.

그런데 이 광고는 시종일관 체크 리스트만 나오는 밋밋한 광고였다. 마치 운동장에서 체력장 검사하듯 평가판 위에 적혀진 리스트는 엔진, 변속기, 에어백, 브레이크 등 중요한 자동차 부품에 대해 검사에 통과되면 V자로 체크하는 것을 보여주었다. 모두 가장 성능이 좋은 완벽한 것으로 체크되었다. 그러자 광고는 모든 부품에 대해 또다시 평가하면서 두 번 체크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서 더블 체크된 표시가 이 회사의 심볼 마크인 W자와 겹쳐지면서 안정성을 확인시켜주는 광고였다. 도요타가 부품 결함에 대해 리콜을 하지 않고 쉬쉬하다가 미국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크게 잃은 것과는 대조적인 제품 광고였다. 아무리 멋있고 효율성이 뛰어나고 편리한 자동차라고 하더라도 가장 기본적인 소비자의 신뢰는 안전에 있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고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 있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일본이 비참해할 정도로 스포츠에서 위력을 보이고 있던 차에 북한군의 연평도 피습이 있었다. 급습이라고 보기에는 예견된 결과인 것 같은데, 우리의 군만 안전에 불감했는지 모른다. 북한은 최근 3대 세습의 정치적 위기를 넘기기 위해 고심하고 있고, 우리의 해상 훈련을 맹비난했고, 당일 북한군의 방사포 이동 징후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연평도의 K-9 자주포가 남서쪽을 향해 정기 사격 훈련만 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팀스피리트 훈련 등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자신하고 수천억 원에 달하는 팬텀기 등 최신 정예 무기로 무장한 한국군에 대해 북한군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국민들은 믿고 있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우리에게 치명적 위협이 되는 핵무기로 우리를 협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나 연평도 피습을 볼 때 우리는 재래식 무기를 통한 국지전에서 이처럼 취약할 수 있나 하는 참혹한 불안감에 싸여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 안보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뀔 때가 온 것 같다. 뛰어난 전략과 지략을 갖춘 안보 씽크탱크에서 안보 위협에 대한 모든 가능성의 시나리오를 사전 점검하고 더블 체크하는 시스템 설계가 필요하다. 연평해전이 있었고, 천안함 사태가 있었다. 그런데도 연평도에 겨우 6대의 자주포만 있고, 그것도 3대밖에 작동이 되지 않으며, 분당 6발을 발사한다고 자랑하던 것이 실전에서는 1분30초에 1발을 발사한다는 것을 사전에 사격 훈련을 하면서는 전혀 몰랐다는 말인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군의 관료주의적 안보 전략에서 민간의 다양한 전략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우리의 안보가 바뀔 수 있다.

중국의 부상과 북한의 내부 위기 그리고 일본의 군사 대국화 등 동북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이 증가되고 있는데, 안보에 구멍이 뚫려서는 경제 선진화나 국가 브랜드는 또 다른 샴페인에 불과할 것이다. 날렵하고 멋진 자동차도 안전이 우선해야 하는 것처럼, 경제·문화·복지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안보의 더블 체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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