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는 왜 ‘한반도 화약고’ 되었나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11.29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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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갈등으로 1999년 이후 군사 충돌만 5차례…북한, 침투 쉽고 대외 명분도 좋다고 판단

 

▲ 2009년 5월 해병 연평부대 방공진지 부대원들이 발칸포와 함께 경계 근무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연평도가 있는 서해 지역은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화약고’이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정전협정을 맺은 이후 남북 간 긴장감이 가장 팽배한 곳이다. 군사 충돌만 무려 다섯 차례나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사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서해에서 유독 남북 간 교전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표면적인 원인은 해상 경계선에 대한 남북한의 입장 차이에 있다. 북한이 이번에 연평도에 포격을 가하면서 내민 명분도 서해 북방 한계선(NLL) 문제였다.

한국전쟁 이후 정전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지상에서의 군사 분계선(MDL)과 달리 연해 수역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당시 유엔군사령관이던 마크 클라크 대장이 1953년 8월30일 서해 5도를 따라 설정한 해안 경계선이 지금의 NLL이다.

북한은 이후 지속적으로 ‘NLL 무효’를 주장해왔다. 유엔군측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은 1977년 7월1일 ‘2백해리 경제 수역’을 설정한 데 이어 8월1일에는 해상 군사 경계선을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1차 연평해전 직후인 1999년 9월2일에는 ‘조선 서해 해상 군사 분계선’을 선포했다.

이처럼 남북한이 서로 다른 군사 분계선을 두고 있다 보니 충돌은 사실상 불가피하다. 서로 자신의 영해를 침범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1996년부터 올해 9월까지 북한이 서해 NLL을 침범한 것은 총 2백3차례에 이른다.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NLL이 충돌의 명분이 되고 있는 셈이다.

NLL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도 다양하다. 60여 년 전에 이미 결정된 사안을 다시 끄집어내는 것은 억지일 뿐이라는 지적이 있는가 하면, 북한으로서는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북한이 이를 빌미로 삼아 분쟁을 조장하려 한다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한다.

지난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 골치 아픈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10·4 선언에 대한 국민보고대회를 하면서 서해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구상을 ‘가장 핵심적이고 진전된 합의’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이 “박수 한 번 더 치자”라고 말할 만큼 강한 애착을 보였다.

내용은 간단하다. 공동 어로수역을 지정하고 이 수역을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화하지는 못했다. 얼마 뒤 치러진 대선을 통해 정권이 교체되면서 흐지부지되었다. 현 정권 출범 이후 남북 관계가 경색되었고, 공동 어로수역 논의는 흘러간 옛 노래가 되었다.

꼭 NLL 문제가 아니더라도 서해는 ‘전장’이 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일단 남북 간 거리가 가까워 접근하기 쉽다. 치고 빠지기가 용이한 셈이다. 한 대북 심리전 전문가는 “북한 입장에서 볼 때 내륙보다는 해상 교전에서 얻는 것이 더 많다. 남한의 전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곳이고, 또 대외적으로 변명하기도 좋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해상 군사력에서는 우리가 크게 우세

서해상의 군사력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리가 우세하다. 오래전부터 ‘어른’과 ‘아이’로 지내왔다. 북한군은 여전히 재래식 위주의 전력이다. 해안선을 따라 해안포와 미사일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놓고 있다. 백령도·연평도 등 서북 지역의 섬 대부분이 사거리에 들어가 있다. 13척의 잠수함과 3백62척의 함정도 배치해 두고 있지만, 함정 대부분이 소형 전투함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 군은 첨단 전력을 자랑한다. 3천5백t급 한국형 구축함(KDX-I)이 NLL에 근접 전진 배치되어 있고, 구축함과 2천t급 호위함, 1천t급 초계함 등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K-9 자주포도 북한의 해안포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위력적이다. 정확도와 파괴력이 훨씬 뛰어나다. 최첨단 F-15K 전투기도 NLL에서 교전 상황이 발생하면 투입된다.

이처럼 전력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교전이 발생하면 대부분 북한군이 더 많은 피해를 입었다. 1차 연평해전에서는 북한에서 어뢰정 1척이 침몰하고 중형 경비정 3척, 소형 경비정 2척도 파손되었다. 사상자도 20명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우리 해군 피해는 아홉 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은 것이 전부였다. 2차 연평해전에서는 우리 해군이 여섯 명이나 숨지고 18명이 부상했다. 고속정 1척도 침몰했다. 하지만 북한군의 피해는 이보다 더 컸다. 13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했으며 경비정 1척이 대파되었다. 대청해전에서도 우리 해군의 피해는 없었지만 북한군은 1명이 숨지고 경비정도 반파되었다.

하지만 전력이 우세하다고 해서 교전을 막을 수는 없다. 소규모의 충돌은 피할 도리가 없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교전이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남북한 어느 한 쪽도 이를 바라지는 않고 있다.

문제는 언제까지 이러한 사태가 되풀이되느냐는 것이다. 서해가 한반도의 화약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은 과연 없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단기적 대응보다는 장기적 처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성전 국방정책연구소 소장은 “서해 문제를 NLL만 놓고 봐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국방 문제를 군사력만 놓고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된다. 국가 대전략이라는 큰 틀 속에서 국방 문제, 서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평화냐, 전쟁이냐에서 결국 평화를 선택한다면 남북 관계의 새로운 변화부터 시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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