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생물들의 ‘은신처’ 해면
  • 박수현│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0.12.06 17:5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촬영 장소│필리핀 보홀

동물 분류학상 개체를 구성하는 세포가 한 개인지 여러 개인지에 따라 원생동물과 후생동물로 나뉜다. 해면동물은 여러 개의 세포를 가지고 있어 분명 원생동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후생동물의 범주에 넣기에는 구조 자체가 너무 원시적이어서 원생동물도 후생동물도 아닌 측생동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다. 세포가 여럿 있기는 하지만 소화계나 배설계, 근육계, 신경계 등의 분화가 없는 하등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해면동물은 조간대에서 9천m 깊이까지, 남극에서 열대 바다까지 광범위한 수심과 수온대에 걸쳐 세계 각지에서 흔하게 발견된다. 현재 1만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해면동물은 몸속에 별도의 골격이나 지지 기관을 갖지 않는 대신 ‘골편’이라는 유리질 조각으로 몸의 형태를 유지한다. 해면을 영어권에서는 스펀지(Sponge)라고 하는데, 이 명칭은 목욕해면에서 유래되었다. 목욕해면은 다른 해면류와 달리 골편이 없고, 해면질 섬유만으로 골격을 이루고 있다. 인공으로 스펀지를 만들어내기 전에는 목욕해면의 섬유조직을 가공해 화장용품과 사무용품, 기계 청소 용품, 목욕용 수세미 등을 만들었다. 목욕해면은 우리나라 연안을 비롯해 세계 도처의 광범위한 지역에 서식한다. 이 중 지중해에 서식하는 목욕해면이 최상품으로 대접받는다.

해면 중에는 흥미로운 이름을 가진 종들이 더러 있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것으로 필리핀 등 열대 바다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항아리해면을 들 수 있다. 이들은 생긴 꼴이 항아리를 닮았는데 큰 것은 높이가 2m에 이르기도 한다. 그냥 특이하게 생긴 해면이구나 생각하고 지나치면 그만이지만, 항아리해면의 안과 밖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다양한 해양 생물의 삶을 관찰할 수 있다. 항아리해면 안쪽의 텅 빈 공간은 작은 해양 생물들에게는 포식자의 공격으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훌륭한 은신처 역할을 한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