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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의 고장, 인품도 ‘청명’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충주·제천·단양

이춘삼│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06(Mon) 17:5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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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주시 전경
ⓒ충주시 제공

제천이 고향인 오탁번 시인(고려대 명예교수)은 향수에 대해 이렇게 읊은 적이 있다. ‘제천군 백운면 평동리 장터 / 비바람에 그냥 젖는 / 버스정류장 옆 조그만 가게 / 바깥 세상 겨우 내다보이는 / 가게의 금 간 유리창에/ 흰 종이가 ☆☆☆☆ 모양으로 / 오종종 붙어 있다 / 천등산 그림자 일렁이는 앞개울에는 / 모래빛 모래무지 한 마리가/ 한사코 모랫바닥에 숨는다 / 꼬리에 알 가득 밴 여울목의 가재는/ 무지개빛 수염을 한껏 치켜들고/ 물속에 비친/ 천등산 이마를 간지럽힌다’

천등산 박달재를 먼저 떠올리게 하는 제천은 원래 고즈넉한 고장이다. 충청북도 서북단에 제천시를 가운데 두고 충주시와 단양군, 3개 시·군이 나란히 자리 잡았다. 청풍명월이라는 이름답게 이곳 사람들은 침착하게 기다릴 줄 아는  품성을 지녔다.

얼마 전 재미있는 조사 결과 하나가 발표되었다. 경찰청에서 실시한 올해 치안 서비스 만족도 조사에서 제천경찰서가 도내 1위를 차지한 것. 2, 3위는 단양서와 충주서였다. 그만큼 이 지역 사회가 가장 말썽이 적은 곳이라는 얘기이다. 그러면서 흥미로운 스토리를 지닌 인물들이 꽤나 많이 태어났다.

서울지방법원(현재는 서울중앙지방법원) 원장이라고 하면 법관들이 하나같이 선망하는 자리이다. 그 자리를 거친 원로 법조인인 강봉수 변호사가 소년 시절에 품었으나 이루지 못한 물리학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형 로펌의 변호사 자리를 박차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을 때 주위에서 모두 아연했다. 지난해 여름의 일이다. 그는 만년에 이르러 청소년기에 품었던 꿈에 재도전했고 현재도 연구에 정진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작고한 김태길 전 서울대 명예교수는 윤리학 연구와 실천운동에 평생을 바친 실천적 철학자였다. 그분은 한국철학회와 철학연구회 회장으로서 철학계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상아탑을 벗어난 사회 활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1986년 서울대를 정년 퇴직한 후 사재를 털어 철학문화연구소를 설립하고 계간지 <철학과 현실>을 발간하면서 철학의 대중화에 힘썼다. 그는 철학적 사색을 단아한 문체에 담은 수필가로도 이름을 날렸다.  

   

 

정·재계는 물론 문단 거목도 다수 배출

윤진식 한나라당 의원은 충주에서 태어나 청주고-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무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재무부의 요직을 거치고 재정경제부 차관, 산업자원부장관을 지냈다. 17대 대선 당시 대학 같은 과 선배인 이명박 후보의 경제살리기특위 부위원장을 맡으면서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참여했으며,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얻어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과 정책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기에 이르렀다. 장관을 지냈으면서 차관급인 경제수석비서관 자리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나, 지난 7월 우려를 무릅쓰고 충주 보궐선거에 나서 한나라당에 승리의 영예를 안긴 것을 두고 그의 ‘헌신적인 자세’를 보여준 예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차가울 정도로 원칙에 충실하고 한 번 결심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집념이 대단해 ‘진돗개’라는 별명으로 통한다.

 

   

 

임동규 한나라당 의원은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과 함께 초대 서울시 의원에 당선된 후 3선을 지냈으며 서울시의회 의장과 전국시도의회 의장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판유리를 생산하는 동양유리주식회사 대표이사이다. 한국판유리협동조합 이사장을 지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충주 출신으로 청주고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내무부와 충북도에 몸담아오다 민선 기초자치단체장을 거쳐 국회의원 경력까지 쌓았다. 그는 출마만 했다 하면 승리하는 ‘6전6승’의 기록을 세웠다. 내무부 지방자치기획단장으로 있던 1995년 충주시장으로 하향 지원해 세 차례 민선 시장으로 재직했고 17,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된 데 이어 도지사 자리까지 거머쥐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많은 충주 출신 수재들이 청주고로 진학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종배 행정안전부 차관보도 그런 사람 중의 하나이다. 그는 청주고-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충북도, 내무부, 행정자치부에서 내무 공무원으로 성장해 차관보 자리까지 이르렀다. 이재충 전 국민권익위원회 상임위원도 청주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충북도, 내무부, 행정자치부에 몸담았고 충북도 행정부지사까지 지냈다. 조일수 MBC 아나운서국 부장이 부인이다.

충주 출신 법조인으로는 이재홍 서울행정법원장, 이승훈 대전지법 부장판사, 임복규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한병의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있으며 정동윤 법무법인 충정 변호사와 정동욱 법무법인 KCL 고문변호사가 형제 법조인으로 유명하다. 그 밖에 판·검사로 재직 중인 젊은 법조인이 다수 있다.

정재은 조선호텔 명예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나와 1969년 삼성전자에 들어간 이후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관(현 삼성SDI) 사장, 삼성물산 부회장, 삼성항공 부회장을 역임한 삼성의 대표적 이공계 CEO이다. 삼성을 나온 후에는 조선호텔과 신세계백화점 회장을 지냈다.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인 이명희 신세계 회장과 사이에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를 두었다.

문단에서는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예술원 회원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으며, 신경림 시인은 동국대 석좌교수이면서 만해마을 대표로 있다. 김민성 서울종합예술학교 이사장은 그의 경륜에 비해 아직도 젊은 50대 초반이다. 대학 재학 중 특채로 KBS 탤런트가 되었으나 일찌감치 연기자 양성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오탁번 고려대 명예교수는 제천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원주고로 진학해 고려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모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로 재직하며 고대신문 주간, 총무처장, 사범대 학장을 맡아 모교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고려대 응원가를 작사하는 등 모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계간으로 발행되는 시문학지 <시안(詩眼)>을 13년째 발행해 오고 있으며 한국시인협회 36대 회장을 지냈다. 그는 고향인 제천시 백운면 애련리에 있는 초등학교 분교 자리에 원서(遠西)문학관을 지어 문학의 쉼터로 제공하고 있다. 20대 초반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중앙일보 신춘문예 시, 대한일보 신춘문예 소설로 등단해 다방면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외교통상부장관을 지내기까지 오랜 기간 외교관 생활을 한 홍순영 한국외교협회 회장은 제천 출신으로 충주고를 졸업했다. 음성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충주고 동문으로서 선후배가 같은 시기에 외교부 장·차관을 맡은 기록은 한동안 화젯거리가 되었다. 유인태 전 국회의원과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는 자그만 체격, 눈웃음까지도 빼닮은 형제이다. 두 사람이 말로는 “우리 형제는 서로 따로 논다”라고 하지만 우애가 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병찬 청주지법 부장판사, 박정희 청주지법 부장판사, 이성구 수원지법 부장판사, 이원규 인천지검 부장검사, 이종구 창원지검 부장검사가 법원과 검찰의 중견으로 두루 포진해 있는 제천 출신 법조인이다.

 홍순철 유니온스틸 사장은 철판에 색을 입히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유니온스틸은 1962년 연합철강으로 출발해 1999년 동국제강 계열사로 편입되었다. 1971년 연합철강에 입사한 홍사장은 철강업체 CEO를 20년 넘게 했다.

산악인 허영호 드림앤어드벤처 대표와 사격선수 김윤미가 제천 출신이다. 허대표는 히말라야 마칼루, 마나슬루, 에베레스트, 로체 등 수많은 고봉 정복과 북극점과 남극점을 원정한 기록의 보유자이다. 2007년에는 생애 세 번째로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8,848m)를 등정하는 기록을 세웠다. 서산시청 소속의 김선수는 국내외의 여러 경기에서 우수한 전적을 올린 것을 비롯해 지난번 16회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사격 10m 공기권총 종목의 단체전·개인전 금메달을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노래와 연기, 모든 면에서 빠질 것 없는 만능 엔터테이너 엄정화의 고향도 제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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