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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서울 5대 사립고 배재고·보성고

이춘삼│편집위원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13(Mon) 14: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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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 보성, 양정, 중앙, 휘문. 이렇게 다섯 고등학교를 통틀어 ‘5대 사립’이라고 불러왔다. 서울에 소재한 다섯 명문 사립 고등학교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관립으로 시작되어 통칭 ‘5대 공립’으로 불렸던 학교들과 나란히 훌륭한 인재들을 양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 배재학당 역사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옛 배재고 건물.(좌)보성고 79회 졸업식 모습.(우)
ⓒ 연합뉴스,ⓒ 뉴스뱅크

양교 출신들, 럭비 경기 통해 우의 다져와

다섯 학교는 매년 ‘5대 사립 음악회’를 열어 우의를 다져오고 있으며, 양정고 대 배재고의 럭비 정기전도 열리고 있다. 배양전 혹은 양배전이라고 불리는 이 럭비전은 YB대항전과 OB대항전으로 나뉘어 벌어진다. 수원에 거주하는 배재·양정 동문들은 40년간 지속되어온 동문 합동 체육대회를 발전시켜 지난 5월 어린이날 수원 지역 ‘5대 사립 연합 체육대회’를 개최하고 매년 정례 행사로 이어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각 학교 동문들은, 서로 출신 학교는 다르지만 졸업 연도를 기준으로 모두 선후배의 관계를 맺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런 움직임은 멀리 미국 땅에서도 일어나 골프대회를 가지며 우의를 돈독히 한다.

5대 사립고 가운데 이번 호에는 가나다 순에 따라 배재고와 보성고를 먼저 소개하고 차례로 이어가고자 한다.

1885년에 개교해 1백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배재고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학교이다. 미국 선교사 아펜젤러가 한 달 앞서 조선 땅에 들어와 병원을 열었던 스크랜턴의 방을 교실로 개조해 학생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이듬해 고종 황제로부터 정식으로 설립 재가와 함께 배재학당이라는 현판을 하사받았다.

한편 보성고는 탁지부(현재의 기획재정부) 대신을 지낸 이용익(李容翊)이 1906년 “興學校 以扶國家(학교를 세워 나라를 버틴다)”라는 건학 정신을 내걸고 설립했다. 1940년에 이르러 경영난에 빠진 학교를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이 인수했다. 10만 석의 재산을 상속받은 간송은 문화재 보호 운동을 펼치면서 인재 양성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현재는 아들인 전성우씨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들 학교에서는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명문 사학의 이름에 걸맞게 사회 각 분야의 훌륭한 일꾼들이 연면히 배출되어왔다.

역사적으로 배재를 빛낸 인물로는 이승만 박사, 소설가 나도향, 서재필 박사, 주시경 선생, 독립군 사령관 지청천, 시인 김소월, 신봉조 전 이화학원 이사장, 윤치호 선생, 소설가 김팔봉, 원로배우 김동원 등이 있다. 동문들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선배로 둔 것에 대해 매우 강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데, 교정에는 이승만 동상과 그 동상이 자리한 우남(이승만 전 대통령의 아호)동산이 있다. 그리고 아펜젤러 기념 예배당, 주시경관도 있다.

   


김석수 34대 국무총리는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진주사범을 마치고 배재고에 진학했다. 연세대 정법대를 졸업한 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해 각급 법원 판사와 부산지법원장, 대법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지냈다. 이후 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과 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있던 중 김대중 대통령 말기에 총리에 임명되어 대통령 임기 종료 때까지 재임했다. 당시 장상 전 이화여대 총장과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이 청문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한 후 채택된 카드였다. 법관으로서 순조로운 경로를 걸었고 대법관 임명 당시 필요한 국회 표결에서 95%의 찬성을 얻은 것이 그의 무난한 성격을 단적으로 말해주었다.

김성수 전 대한성공회 초대관구장(대주교)은 학력과 경력이 매우 다채롭다. 배재고를 졸업하고 다닌 학교만 해도 단국대 정치과, 연세대 신학과, 성공회 성미카엘 신학원, 영국 셀리오크 신학대학, 영국 킹알프레도 대학 특수교육과 등 다양하다. 성공회 사제로 서품되어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관할 사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회장, 성공회대 재단 이사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성공회대 총장, 전국 신학대학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서울 정동 성공회 성당 마당에서 정박아 직업교육훈련소 설립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근 직장인들에게 커피를 팔아 눈길을 끌었고, 성공회대 총장 재직 시절에는 학교에서 받은 판공비를 한 푼도 손대지 않고 반납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배재고는 남재준 전 육군 참모총장과 김진호 전 합참의장 두 명의 4성 장군을 배출했다. 특히 김 전 의장은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ROTC 소위로 임관해 2군사령관을 거쳐 군의 최고위직에 오른 무골이다.

   


재계에도 두드러진 인물이 많다. 박찬법 아시아나항공 고문도 그런 인물 중의 하나이다. 전남 나주 출신으로 배재고와 경희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24세 때 금호 무역파트 과장으로 인연을 맺은 이래 금호 영업담당 이사, 아시아나항공 미주 지역 본부장, 영업·관리 부사장,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역임하기까지 41년을 봉직한 후 지난 8월 아시아나항공 고문으로 물러나 앉았다. 박고문 개인적으로는 입사 40년 만에 그룹 총수에 오르는 ‘샐러리맨 신화’를 일궜으며 모교(경희대) 총동문회 23, 24대 회장을 지낸 데다 1남 1녀를 모두 의사로 키워내 행운과 영예를 두루 누린 셈이다.

박문효 하이트산업 회장과 박문덕 하이트맥주 대표이사 회장은 부친인 고 박경복 회장의 가업을 이어 받은 형제이다. 5년 전에 진로를 인수할 당시 박문덕 회장은 글로벌 경쟁 사회에서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펼쳐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그는 크라운(하이트의 이전 브랜드명) 시절을 잊지 않고 있다. OB맥주에 밀려 ‘만년 2등’을 면치 못했던 조선맥주 시절의 어려움을 말하는 것이다. 2001년 경영권을 물려받아 조선맥주 사장으로 일하면서 ‘하이트맥주’를 개발한 후 3년 만에 OB맥주를 누르고 하이트 독주 시대를 연 경험이 있다.

서영배 태평양개발 회장은 고 서성환 태평양 회장의 차남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그의 형이다. 배재고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와세다 대학 경영대학원 연수 과정을 수료했다. 태평양화학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쌓고 태평양증권, 태평양종합산업의 CEO를 지냈다. 부친인 서성환 회장은 우리나라의 화장품과 차(茶) 산업을 일으킨 선구자였다. 황해도 평산에서 태어난 송상(松商) 특유의 실용주의를 발휘해 태평양을 국내 1위의 화장품 회사로 키웠다.

서영배 회장은 방우영 조선일보 상임고문의 장녀인 방혜성씨를 아내로 맞았는데, 방고문과 부인 이선영 여사의 가정 교육은 엄격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순동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은 기자 생활을 하다가 1980년 삼성전자로 옮긴 뒤 줄곧 삼성 홍보를 맡아온 국내 최장수 홍보맨의 이력을 갖고 있다. “‘삼성’ 하면 차가운 이미지가 적지 않으나 봉사 활동을 통해 국민들과 함께 호흡하는 ‘따뜻한 삼성’ 이미지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같은 배재 출신인 정몽일 현대기업금융 대표이사 회장은 정주영 가의 8남이다.

   


배제는 이승만, 보성은 유진산 등 큰 별 낳아

보성고 출신 각계 유력 인사들을 일별해보면 법조인과 언론인, 문화예술인이 여러 사람 눈에 띈다. 법조계에는 신창언 전 헌재 재판관, 한상대 서울고검장, 신광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심규홍 대전지법 부장판사, 심담 창원지법 진주지원 부장판사, 여훈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유해용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장진훈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 중견 법관 이상의 자리에 상당수가 포진해 있다.

   
   


언론계에는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임철순 한국일보 주필, 김석준 KBS <뉴스광
장> 앵커, 김학천 아리랑국제방송 이사장, 문철호 MBC 글로벌사업본부장, 이혁주 KBS 편성본부장, 장광호 SBS 라디오총괄 국장, 박영만 SBS 아나운서 팀장이 있다. 김상협 청와대 녹색성장환경비서관은 SBS 보도본부 기자를 하다 자리를 옮긴 경우이다.

문화예술계에도 역시 조상현 한국판소리보존연구회 이사장, 신현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장, 윤혁 MBC 프로덕션 사장, <태백산맥>의 소설가 조정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의 소설가 김진명, 영화배우 문성근, 탤런트 조형기, 가수 김세환, 가수 조성모, 가수 신해철(넥스트 멤버) 등 쟁쟁한 인물이 많다.

전성우 보성고 이사장은 50여 년 전 미국으로 건너가 누구보다 먼저 첨단 서양 미술을 받아들였다. 일제 강점기에 우리 문화재를 사들이기 위해 사재를 털었던 간송 전형필의 장남이다. 미국 리치먼드 대학과 서울대 미대에서 교수로 있었고 한국미술대상전과 한국미전의 심사위원을 지냈다. 1997년부터 보성고 이사장을 맡아오고 있다. 부인 김은영씨는 공예가, 장녀는 국립박물관 학예사, 차녀는 서양화가로 활동하는 등 예술가 집안의 명맥을 화려하게 이어가고 있다.

‘디자인 서울’ 건설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권영걸 서울대 미대 디자인학부 교수는 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디자인 측면에서 기본조차 안 되어 있던 서울의 디자인 혁신에 기초를 마련했다. 그는 서울의 디자인 비전과 도시 상징 체계를 정립하고 서울이 2010년 세계 디자인 수도로 선정되는 계기를 가다듬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동호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한 학력으로 삼성그룹의 제일제당 육가공기획팀장을 하다가 멀티미디어사업부로 옮겨 주특기가 바뀌었다. CJ CGV 대표이사,  CJ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를 지낸 후 세종문화회관 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이 뽑은 ‘한국 영화산업을 이끄는 파워 50인’에서 1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방주 제이알 자산관리 회장은 보성고-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대표이사 사장과 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연극인 이해랑 선생의 장남으로 이해랑연극재단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민주 에이티넘 파트너스 회장의 가형이다.

아스팔트 아스콘 공급업체인 한국석유공업의 강봉구 대표이사 회장과 강철구 공동 대표이사 부회장은 사촌 간이다. 강봉구 회장의 부친인 고 강관석 회장이 창업한 회사를 물려받아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보성 출신의 천재 시인 이상, 유진산 전 신민당 의원, 이중재 전 민주당 의원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이다. 야당 의원 생활을 하면서도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평가받았던 이중재 의원은 슬하에 경제 관료를 지낸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서울 강남 갑), 이종욱 한국외대 경영학과 교수, 이종오 청주지법 판사 3형제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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