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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은 왜 생수 장사 나섰을까

불교계, 재원 마련 위해 수익 사업에 뛰어들어…신도들의 시주에 의존해 온 데 한계 느낀 듯

신혁진│불교포커스 기자 ㅣ | 승인 2010.12.13(Mon) 14: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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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산이요, 물은 감(甘)이로다.’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의 법어로 널리 알려진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문구가 먹는 샘물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조계종이 ‘산은 산이요, 물은 감이로다’라는 상표를 단 먹는 샘물을 전국 사찰에서 판매한다. 생수업체인 하이트진로그룹 ‘석수&퓨리스’가 제조한 먹는 샘물에 조계종을 상징하는 삼보륜 마크를 단 프리미엄 생수인 ‘산은 산이요, 물은 감이로다’를 500㎖, 2ℓ, 18.9ℓ 3종으로 생산하기로 한 것이다. 12월15일에 시제품을 내놓는다. 조계종은 먹는 샘물과 관련한 산업재산권(상표등록)을 특허청에 출원했다. 

   
▲ 조계종 총무원
ⓒ시사저널 윤성호

최근 들어 먹는 샘물이 전통적인 공양미와 함께 법당의 부처님께 올리는 청수(淸水) 공양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조계종은 불전에 올리는 공양물 외에도 전국에 있는 조계종 소속 사찰의 불교용품점 등에서 일반인을 상대로 생수를 판매할 계획이다. 조계종은 석수&퓨리스로부터 일반 수준 이상의 로열티 수익을 받기로 협약을 맺었으며,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승가복지사업을 위한 재원으로 쓸 생각이다.

조계종은 동지인 12월22일 먹는 샘물 출시를 기념하는 봉헌법회를 전국 사찰에서 동시에 봉행한다. 이에 앞서 12월20일 서울 조계사에서 부처님께 먹는 샘물 출시를 고하는 고불법회를 봉행하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대형 사찰 빼고 대부분 재정난 심각

   

‘사찰이 물장사를 한다’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하면서까지 조계종이 먹는 샘물 판매에 뛰어든 것은, 그동안 각 사찰이 문화재 관람료와 신도들의 기부금 등을 재원으로 중앙에 올리는 분담금에 의존해 종단을 운영해왔으나 이제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불교의 재정 문제는 몇몇 대형 사찰을 제외한 일반 사찰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사찰의 재정 감소는 전체 종교 인구의 감소와 불교 인구 감소가 현실로 나타나면서 이미 예견되었던 부분이다. 사찰의 재정 구조는 불교신자들이 사찰을 찾아와 불전함에 넣는 돈인 불전 수입, 사찰에 다는 등 값과 부처님 오신 날 등 각종 법회와 천도재 같은 제사 수입에 의존해왔다. 1998년 IMF 구제 금융 사태와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를 거치면서 사찰의 재정은 경제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개신교 교회의 경우 헌금(십일조)이라는 주 수입원이 있지만, 사찰 입장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현실이다. 특히 농촌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에서 정기법회조차 열기 어려운 산사의 경우에는 사찰의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가을이면 사찰 뒷산에 만발한 구절초를 주제로 축제를 열고 있는 영평사는 조계종에서 사찰 경제 구조를 바꾼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있는 영평사는 1990년대 말부터 경내와 3만여 평의 야산에 꾸준히 구절초를 심어 1999년 가을부터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구절초 축제를 열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관광객은 점차 늘어났지만, 그렇다고 사찰 재정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영평사 주지 환성 스님은 농촌 지역 어린이·청소년 육성 사업을 펼치고자 하는 꿈이 있었으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했다. 농촌 지역의 특성상 불자들의 시주도 거의 없어서 안정적인 수입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 충남 공주시 장기면에 있는 영평사의 장독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재정 사업이었다. 은행에서 1억5천여 만원을 대출받아 죽염 공장을 세웠다. 불가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통 제조법으로 죽염을 구워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큰 수익은 나지 않았지만 어린이 법회에 참석하는 아이들에게 줄 ‘과자 값’ 정도는 마련할 수 있었다. 죽염으로 시작된 영평사의 수익사업은 죽염 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등 장류와 장아찌류를 개발하면서 별도의 공장을 갖춘 법인인 ㈜영평식품으로 발전했다. 영평식품은 영평사 포교사업부 부설 기관으로 30여 종의 상품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웰빙 바람과 함께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유명 백화점의 전국 11개 지점에 입점할 정도로 신뢰도가 높아졌다.

영평식품은 해마다 7억~8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경상비와 재투자비를 제외한 수익은 지역의 생활보호 대상자, 소년·소녀가장, 노인 돕기, 장학 사업, 군부대 위문, 공주교도소 교화 사업, 공주 청소년 문화의집 봉사센터 등을 운영하는 데 쓰고 있다.

‘선농일치’ 정신 구현한다는 의미 부여

연꽃 축제로 유명한 강화 선원사도 비슷한 경우이다. 선원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이 판각된 곳이다. 주지인 성원 스님은 선원사 복원 불사를 시작했지만, 인구 6만5천여 명에 불과한 강화도에서 불자들의 시주를 통해 사찰을 복원하고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러다가 눈을 뜬 것이 연(蓮)이다. 뿌리, 잎, 줄기 하나도 버릴 것이 없는 연을 재배해 이를 활용한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면서 재정이 호전되었다. 연 관련 상품을 매월 평균 6천만~7천만원 정도 판매하고 있어 사찰 재정의 6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는 대부분 복원불사와 이를 위한 토지 매입 비용으로 쓰고 있다. 지역 주민들에게도 고부가가치 작물인 연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밖에도 죽염·뽕잎차·전통 다기를 특성화한 문경 대승사, 지역 감귤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여름 감귤인 하귤을 절 마당에 심어 출하하는 제주 약천사 등 개별 사찰이 수익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구 본사인 통도사와 대흥사는 영농법인을 설립해 스님들이 직접 야콘과 전통 차를 생산하고 있다. ‘선농일치’의 정신이 오늘날에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찰과 스님들이 수익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사찰이 장사를 한다’라는 부정적인 시각도 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발심 출가해 머리 깎고 승복을 입은 스님이 아니라 ‘장사꾼’이라는 식의 불교계 내부의 비아냥거림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러나 사찰 수익 사업을 진행하는 스님들은 시골 마을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복지 사업에 환원하면서 이 문제를 극복하고 있다.

사찰 경제는 여전히 생산 활동이 우선이 아니다. 사찰 재정의 원천은 신도들의 시주이기 때문이다. 부처님도 출가자들의 생산 활동을 권하지 않으셨다. 초기 경전인 <수타니파타>에는 밭을 갈아 농사를 짓는 바라드바자가 부처님께 “왜 밭을 갈지 않느냐”라고 묻자 부처님은 “나도 밭 갈고 씨를 뿌린 다음에 먹는다”라고 답한다. “믿음은 나의 종자요 고행은 비이며, 지혜는 내 멍에와 호미, 부끄러움은 호미자루, 의지는 잡아매는 줄, 생각은 내 호미날과 작대기이다”라고 답했다.  수행이 바로 출가자의 생산 활동이며, 출가자는 걸식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수행에 매진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 경내에 찻집과 음식점을 운영하는 일본 오사카의 법선사.


일본 불교의 양태를 따라가고 있다는 걱정도

물론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 선종을 거쳐 오면서 노동의 가치를 중시하는 경향도 생겨났다. 인도와 달리 걸식이 불가능한 중국의 특성상 사찰에서 경작지를 일구는 노동은 수행의 일환으로 인식되어왔다. 그러나 산사 밖의 경제 구조가 급변하는데도 전통을 고수하는 것은 적절한 위기 대처법이 아니라는 인식이 불교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최근 한국 불교의 재정 문제에 대한 접근이 일본 불교의 양태를 따라가고 있다고 걱정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개별 사찰을 중심으로 사원이 운영되는 모습을 한국의 사찰들이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찰이나 신사에서 작은 나무 팻말을 판매하고 이를 구입해 소원을 적어 매다는 에마(え-ま·馬)는 이미 우리나라 곳곳의 사찰들이 따라 하고 있다.

사찰 경내에 찻집과 음식점이 있는 것 역시 일본 사찰이 모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 역시 대형 관광 사찰을 제외하고는 사찰을 운영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주지 스님이 택시 운전을 병행하는가 하면, 생일이나 차량 구입, 이사 등에 스님의 축원이 일반화된 일본에서 스님과 축원을 희망하는 가정을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전문 업체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불교계의 수익 모델 찾기는 변화하는 세간에 발을 맞춘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적지 않다. 신도의 시주에만 의존하기보다 자생력을 갖추고 좀 더 적극적으로 수행과 포교의 여건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를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계종은 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취임한 이후 종단 차원의 수익 사업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다. 총무원에 사업팀을 신설하고 올해 조계종 출판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한 데 이어 재향군인회와 상조 사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먹는 샘물 ‘…물은 감’의 판매도 그 일환이다. 수익 사업을 위한 ‘종잣돈’이 부족하다 보니 로열티사업 등에서 아직은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다양한 수익 모델을 찾아 시도하면서 불교 전체 수익 구조의 변화를 모색해보겠다는 것이다.

조계종의 한 해 예산은 2백억원 안팎이다. 대형 교회 하나의 예산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게다가 주 수입원은 각 교구본사와 직영 사찰, 몇몇 특별분담금 사찰이 내는 분담금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재정 구조로는 승려 복지나 교육 등 종단 내부의 새로운 사업은 물론이고 대사회 활동 등은 기대조차 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불교가 수행과 포교라는 본업을 망각하고 수익 창출에 매달리는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에 대한 주의도 필요해 조계종은 여러모로 고민이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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