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음식 전문점’황금 문을 두드려라
  • 김미영 창업 전문 컨설턴트 ()
  • 승인 2010.12.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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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불황 없이 장기적인 안정성을 따진다면

 

최근 들어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전통음식 전문점 시장이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고 각종 음식 파동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전통음식 전문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창업을 할 때 무엇보다 가장 크게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장기적인 안정성이다. 창업은 직장생활과는 달리 매출이 들쭉날쭉하기 마련이고, 이런 문제가 베이비부머 창업자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안정성을 두고 창업할 수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는 전통음식 전문점이 첫손에 꼽힌다. 이 업종의 장점은 불황기나 호황기에 관계없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며,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한다는 것이다. 각종 파동에 취약한 고기 전문점과 달리 파동에도 강하다. 

특히 한식 세계화 붐으로 전통음식 전문점 시장이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만들기로 한 정부 주도의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는 국내 외식업 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2009년에는 떡볶이와 막걸리 업종이 한식 세계화의 수혜를 입었고, 올해에는 불고기와 비빔밥은 물론 설렁탕, 추어탕 등 다양한 한식들이 트렌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25년 전통의 설렁탕 전문점인 ‘한촌설렁탕’은 1990년 뉴욕, 2002년 중국에 매장을 열어 성황을 이룰 정도로 국내외 고객들에게 맛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이 있는 설렁탕은 전통음식이면서도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건강식이다. 수제 냉면과 도가니탕 등 계절 메뉴를 도입해 사철 수익이 일정한 것도 장점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2천8백평(건평 4백60평) 규모의 식자재 가공 공장에 CK(central kitchen) 시스템을 도입해 매장 운영이 쉽다. 육수와 고기 등 90% 조리가 완료된 상태로 진공 포장해 가맹점에 배송하기 때문에 전문 주방 인력을 두지 않아도 운영할 수 있다. 가맹점 예상 수익은 하루 매출 1백50만~2백만원 수준으로 출점 기준 평수는 35~45평이다.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1억2천만원선의 개설 투자비가 든다. 

추어탕 전문점 ‘미당추어탕’은 11년간 국내산 미꾸라지만을 고집한 곳으로 유명하다. 2009년 초반 중국산 미꾸라지 파동이 일어났을 때도 매출이 오히려 상승한 바 있다. 100%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 것도 이곳만의 특징이다. 모든 재료를 공장에서 생산한 후 원팩으로 포장해 가맹점에 공급하기에 3백인분의 음식을 주방 인력 두 명이 모두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운영이 쉽다.

남성이 선호했던 추어탕에 대해 여성들의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게 하는 요소이다. 추어탕을 꺼려 하는 어린이를 위해 만두와 튀김, 돈가스 등을 사이드 메뉴로 갖추었다. 탕 전문점인 만큼 점심 매출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곳에서는 저녁 술손님을 잡기 위해 ‘메기찜’이나 ‘추어튀김’, ‘추어전’, ‘추어매운탕’을 추가했다. 40평 매장 기준으로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8천만원가량의 개설 투자비가 든다.

전통음식은 서양식에 비해 칼로리가 적어서 최근 웰빙 트렌드를 타고 인기 아이템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전주식 콩나물국밥도 그중 하나이다. 콩나물국밥은 사시사철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점심이나 저녁 외에 아침 식사용과 해장용은 물론 야간 식사용으로도 판매가 가능해 시간 활용도도 높다.

전주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전문점 ‘완산골명가’는 멸치, 보리새우, 다시마, 마른 야채 등 해산물을 건조해 만든 태백을 끓는 물에 20분 정도만 우려내면 50~60인분의 국밥용 국물을 만들 수 있다. 조리가 간단한 만큼 조리 경험이 전혀 없는 직장인 퇴직자들도 1주일 정도만 조리 교육을 받으면 창업이 가능하다. 소박함과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맛은 옛 느낌을 그대로 지키면서 인테리어와 서비스는 젊은 층에 맞춰 한층 업그레이드시킨 것이 특징이다. 창업 비용은 25평 기준 점포 구입비를 제외하고 5천만원 수준이다.

특화된 ‘전통의 맛’으로 승부한다

비빔밥 전문점 - 본비빔밥 보라매공원점 김영재씨(37)는 보라매공원 인근 주상복합상가 2층에서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대형 건물 속에 위치해 가시성과 접근성이 떨어지지만 월 평균 4천3백만원 정도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입지상의 취약점은 매장 홍보로 상쇄했다. 전단지 배포는 물론, 5개월 동안 지속적으로 사은품을 증정하고, 다음 방문 때 한 가지 메뉴를 무료로 먹을 수 있는 시식 쿠폰도 제공했다. 매장 벽면을 뜯어내 바깥에서도 매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도록 전면 통유리를 시공하고, 점포 주변에는 POP(광고판)를 부착해 주목도를 높였다. 이런 노력으로 입소문을 탔다. 하루 평균 1백70 그릇 정도 팔리던 비빔밥은 2백20~2백80 그릇으로 늘어났다. 고객층도 다양해졌다. 초기에는 직장인이 대부분이었으나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이 찾아오고 있다. 김씨는 “가족 단위의 손님이 저녁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저녁 매출이 점심 시간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라고 전했다. 최근에는 주변 병원이나 학교, 은행 등에서 비빔밥 도시락을 40~50개씩 단체로 주문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포장 판매는 전체 매출의 15~20% 정도를 차지한다.

전 전문점 ‘교동전선생’ 막걸리가 각광을 받으면서 전(煎)도 주가가 오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박동재(41)·정열(40)·김주환(37) 씨가 운영하는 ‘교동전선생(www.jeonssam.co.kr)’은 우리 고유의 음식인 전을 취급한다. 83㎡(25평) 규모의 점포 내 13개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월 매출은 6천만~6천5백만원. 순수 마진율은 35% 수준이라고 한다. 방문객의 70~80%가 단골 손님이며 테이블 회전율은 하루 평균 6회에서 최대 9회 정도.

대학 동창인 세 사람은 지난 2009년 5월, 전 전문점을 내기로 하고 의기투합했다. 전이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라고 판단해 이를 전문화·고급화하는 것으로 기존 막걸리 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한 달 동안 콘도에서 합숙을 하며 메뉴 및 아이템 개발에 나섰다. 이어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다소 떨어진 지금의 점포를 구했다. B급 입지를 택한 것은 창업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중고 집기를 들이고, 직접 점포를 꾸몄다. 점포를 꾸미는 데는 인테리어 전문가인 김주환씨가, 점포 운영은 다양한 창업 경험이 있는 박동재씨가, 홍보 경력이 있는 정열씨는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카페풍의 깔끔한 분위기의 매장에서 즉석 전과 뚝배기를 먹어본 손님의 반응은 좋았다. 점심에는 5가지 종류의 전이 함께 나오는 뚝배기정식이, 저녁에는 막걸리와 모듬전 등의 안주류가 많이 나간다. 술집보다는 음식점의 이미지가 강해 학생, 직장인, 가족 등 고객층도 다양하다.

도토리음식 전문점 ‘도토리마을’ 서울 광진구 광장동에서 도토리 음식 전문점 ‘도토리마을’을 운영하고 있는 서보건씨(34)도 막걸리 붐이 즐겁다. 도토리 음식이 막걸리와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그의 점포는 지하철 5호선 광나루역 인근이기는 하지만 이면도로에 들어서 있어 아는 사람만 찾아오는 실정이었다. 아차산 등산로가 가까워 이전에는 등산객이 주된 손님이었다. 사실 이곳은 서씨의 어머니가 운영해온 음식점으로 15년째 문을 열고 있는 곳이다. 장남인 보건씨가 가업을 이어받은 것은 3년 전. 도토리 음식으로 특화하면서 99㎡(30평) 점포에서 월 평균 3천5백만~4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순수 마진율은 35% 수준.

비빔밥, 수제비, 만둣국 등 모든 메뉴는 도토리가 주재료이다. 인기 메뉴는 도토리 사골탕(6천원)과 도토리 샐러드. 도토리 사골탕에는 도토리 면과 항아리 밥이 함께 제공된다.

서씨는 “도토리 음식과 같은 단일 메뉴 음식점에서는 맛이 가장 중요하므로 좋은 재료, 100% 완벽한 음식 맛을 구현해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뒤 창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통음식 전문점 창업 시 유의 사항
김미영 창업 전문 컨설턴트


기본에 충실한 전통의 맛으로 전문성을 높여라 한국 사람은 모두가 전통음식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전통음식 전문점에 대한 평가 기준은 더욱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전통음식점으로 성공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따라서 전통음식 전문점이 성공하려면 기본에 충실해 100% 제대로 된 맛을 구현해냄으로써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세대 소비층을 사로잡아야 한다 서울 신촌에 있는 한 유명 설렁탕집은 개업 초기 많은 사람들로부터 의아하다는 눈초리를 받았다. 대학가 상권에서 중·장년층이 선호하는 설렁탕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서였다. 그 설렁탕집은 중·장년층은 물론 신세대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10년이 넘은 지금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 집의 장수 비결은 신세대 젊은이들에게까지 소비층을 넓힌 데 있다. 이를 위해 점포의 시설, 서비스, 포장 등 다방면에서 젊은이의 취향을 반영해 경쟁력을 키웠다. 전통음식이라고 해서 소비층을 중·장년층으로 고정시켜서는 성공하기 어렵다. 좀 더 폭넓은 소비층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 표준화된 매뉴얼을 정비하라 전통음식에서 가장 큰 맹점은 음식을 최초로 만들어낸 창업자가 사라지고 나면 그 맛도 함께 사라진다는 점이다. 유명 맛집이 2~3세 운영으로 넘어가면 맛이 달라졌다며 손님 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통음식 전문점이 장수하기 위해서는 창업자가 있을 때 표준화된 매뉴얼을 미리 정비해두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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