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 같은 꽃갯지렁이 크리스마스 웜
  • 박수현│국제신문 사진부 차장 ()
  • 승인 2010.12.2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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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태국 시밀란 해역


바닷속 생명체 가운데 인간의 관점에서 이름 붙인 생명체가 더러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크리스마스트리를 닮았다 해서 이름 지어진 ‘크리스마스 웜’이다.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크리스마스 웜을 보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형형색색 장신구로 꾸며진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웜은 분류학상 지렁이와 같은 환형동물로 꽃갯지렁이류에 속한다. 환형동물은 전세계에 8천여 종, 우리나라에는 3백여 종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형동물이라는 이름은 몸이 ‘고리’ 모양인 데서 유래한다. 크게 다모류와 빈모류로 나뉘는데, 바다에 사는 지렁이류는 땅에 사는 지렁이와 구별 짓기 위해 ‘갯’이라는 접사를 붙여 갯지렁이라 이름 지었다.

바다에 사는 갯지렁이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흔히 낚시 미끼로 사용하는 길쭉한 모양을 띤 종으로 조간대의 갯바위를 부지런히 기어 다니면서 작은 갑각류 등을 잡아먹는 부류이고, 다른 하나는 돌산호·해면·조개껍데기 등에 구멍을 뚫거나 석회 질관을 만들고 사는 꽃갯지렁이류와 석회관갯지렁이류이다. 꽃갯지렁이류와 석회관갯지렁이류 모두 몸의 대부분을 숨긴 채 아가미 깃털을 밖으로 내밀고 있다. 아가미 깃털은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을 잡아먹기 위해 기능적인 역할을 한다. 조류에 몸을 맡긴 채 흐느적거리며 먹이 사냥을 하다가 약간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느껴지면 순식간에 몸통 속으로 깃털을 말아 넣는데, 그 동작이 얼마나 민첩한지 놀랄 정도이다. 아가미 깃털을 말아 넣고 나면 뭉텅한 관만이 덩그러니 남아 조금 전의 화려함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한번 몸을 숨긴 아가미 깃털을 다시 관찰하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꽃갯지렁이류는 석회관갯지렁이류에 비해 아가미 깃털이 화려하고 예쁜 편이라 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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