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공할 미국의 새 ‘작계’ 떴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20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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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전쟁 계획, 대폭 수정한 것으로 알려져 주목…북한 내부 붕괴 유도 전략도 수립

 

▲ 지난 11월28일부터 나흘간 실시된 서해 한미연합훈련에 참가한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왼쪽). 오른쪽은 이라크에서 작전 중인 미군들. ⓒAP·연합뉴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미국의 한반도 전쟁 계획인 ‘작계’(OPLAN)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미국은 대여섯 가지의 한반도 전쟁 작전 계획인 ‘Operation Plan(작계)’들을 수립해 놓고 있다. 최근 들어 북한의 내부 붕괴를 유도하기 위한 ‘작계 5030’을 새로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5026, 5027, 5029도 대대적으로 수정한 것으로 보도되어 주목을 끌어왔다.

워싱턴에 있는 안보·국방 싱크탱크인 ‘글로벌 시큐리티(Global Security.org)’는 “미국 정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북한 김정일 정권의 내부 붕괴를 유도한다는 새 작전 계획 5030을 수립한 데 이어 기존의 한반도 전쟁 계획인 ‘작계 5026, 5027, 5029’도 대대적으로 수정했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작계 5027’은 전면전을 할 때에 대응하는 전쟁 전략으로 지난 1974년에 수립되어 2년마다 수정하고 있다. 북한의 남침을 가정해 마련된 5027은 3단계 작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단계는 북한군의 남침에 맞서 한·미 양국군이 서울을 사수하는 것이다. 2단계는 전열을 정비한 한·미 연합군이 주요 거점을 장악하면서 북진하는 것이다. 이때에 피아 양측에서 상당한 인명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3단계는 90일 안에 미군 병력을 대폭 증강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린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3단계 반격 작전을 위해 5027의 2000년 수정판부터 미군 병력 69만명, 전함 1백60척, 전폭기 1천6백대를 증강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미군 증원 병력은 1990년대 초반 48만명으로 잡았으나 1990년대 중반 63만명으로, 2000년 들어 69만명으로 증강했다.

첨단 무기 앞세워 속전속결로 승리하는 전략

▲ 지난 10월3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 해군 장성들이 모여 작전 계획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EPA

북한 병력은 현재 100만명 이상의 지상군으로 사단·여단·포병 등 1백70개 부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장거리 미사일 5백기, 각종 포대 1만2천문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70%인 70만 병력과 포대 8천문, 탱크 2백대 등을 DMZ 부근 최전방에 집중 배치해 놓고 있다. 북한은 이 화력으로 시간당 무려 50만발의 포탄을 발사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잠수함 90척 등 전함 4백30척, 항공기 7백90대를 보유하고 전함의 60%, 항공기의 40%를 전방 지역에 배치해 놓고 있다.

미군은 북한의 공격 징후가 포착되면 국지전 또는 전면전으로 비화되기에 앞서 ‘선제 공격(Preemptive Strike)’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 놓고 있다. 미국의 선제 공격 타깃은 북한군이 기습 공격 또는 전쟁 개시에 동원하는 각종 포들과 전폭기들이다. 즉, 북한군이 야포와 방사포 등으로 공격을 개시하려는 징후가 포착되면 미군의 공군력, 해군력으로 집중 포화를 퍼부어 선제 공격한다는 전략이다. 미군은 북한의 각종 포들과 폭격기들의 움직임을 정찰기·위성 등 첩보 및 정보 시스템으로 감시하고 있다가 공격을 개시하기 위해 움직이려는 순간 선제 공격을 퍼붓는다는 것이다. 다만 미군이 선제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북한의 공격이 임박해 선제 공격이 불가피하다는 데 한·미 양국이 동의해야만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북한의 공격으로 전면전을 벌이게 될 때 미국은 작계 5027 등에 따라 크게 3단계 전략을 펼치게 된다. 1단계는 이라크 전쟁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첨단 무기를 총동원하는 가공할 만한 공군력으로 기선을 제압한다는 전략이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은 전쟁을 개시하며 상상을 초월하는 초정밀 무기와 화력을 집중해 수백 개, 수천 개 타깃을 초토화시킨 ‘Shock and Awe(충격과 공포)’ 작전을 펼친 바 있다. 미국은 북한의 공격 직후 충원군이 도착하기 이전인 1단계에서 이러한 공중 폭격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는 미군 전폭기와 폭격기들을 동원한 공중 폭격과 함께 미 군함에서 발사되는 크루즈 미사일 공격도 병행된다.

2단계로 미군은 한국군과 함께 핵심 지역을 장악하고 북한군의 추가 공격을 막기 위한 작전을 전개한다. 3단계는 방어에서 탈피해 북진 공격으로 전환해 평양을 점령하고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작전을 펴게 된다. 즉 3단계는 미군 병력 69만명, 전함 1백60척, 전투기와 폭격기 1천6백대 등 충원군이 전쟁 발발 90일 안에 한반도에 도착하는 데 맞춰 전개하는 ‘끝내기 전략’이다.

이 3단계 반격 작전에서는 대규모 폭격을 지속하면서 미 해병 신속원정군과 미 육군 82공수사단 병력이 주력 부대로 북진 공격에 나선다. 미국의 북진 공격은 동해안과 서울 북방 등 두 군데에서 동시에 전개되며 두 곳을 연결해 움직이거나 양쪽에서 진격해 평양에서 만나는 전략을 구사하게 된다.

미 해병 신속원정군은 동해안 원산 방면에서 상륙 작전을 벌여 원산을 점령하고 평양까지 진격하게 된다. 미 육군 82공수사단과 한국군 병력은 서울 북방에서부터 평양까지 진격하는 반격 작전을 펼친다. 이처럼 미국의 한반도 전쟁 계획 ‘작계 5027’에서는 북한의 공격 개시 초반에는 서울을 비롯한 방어에 주력하다가 반격에 나서고 반격할 때에는 DMZ(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키는 작전을 펴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다. 미국은 이를 ‘defeat in detail’로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평양 점령과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포함하고 있다.

미국의 작계 5027은 2004년판에서 대폭 수정되었다고 워싱턴 포스트, 글로벌 시큐리티 등이 보도한 바 있다. 이는 북한측도 주장한 적이 있다. 미국의 새 한반도 전쟁 계획은 한마디로 기존 계획보다는 소규모 병력을 동원하되 가공할 첨단 무기를 앞세워 속전속결로 승리를 거둔다는 전략이다.

 

전후 안정화보다 ‘신속한 승리’에 집중

글로벌 시큐리티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이라크 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분쟁이 발생할 때에도 가공할 만한 첨단 정밀 무기와 공군력으로 즉각 대응하고 기존 계획보다 소규모 지상군을 동원해 속전속결로 대처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반도 전쟁 계획을 수정했다. 2004년도에 크게 달라진 미국의 한반도 전쟁 계획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는 경우 미국이 지상군 69만명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미 공군력부터 집중 투입하고 적 박격포와 야포 공격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첨단 레이더 장비를 활용해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또 일단 15만명 정도로 기존 계획보다는 적은 규모의 미군 병력을 동원해 반격 작전을 편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새 전쟁 계획은 전후 안정화나 평화 유지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전쟁의 신속한 승리에만 집중하는 방식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방부는 정밀 무기 발달과 특공대의 활용 증대, 육·해·공군 간 협력 증진 등을 반영한 새로운 전쟁 계획을 수립했음을 시사했다. 새 전쟁 계획 수립 책임자였던 피터 페이스 전 미 합참의장(해병대장)은 이라크 전쟁의 초기 계획에서는 50만명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로는 16만명이 동원되었다며 “좀 더 적은 병력으로 압도적인 무력이 신속하게 투입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노동신문은 “미국이 남한 군부와 작당해 종전의 북침 전쟁 계획을 세부적으로 완성한 ‘작전 계획(OPLAN) 5027-04’를 새로 작성했다”라고 주장했다. 노동신문이 공개한 4단계 작전 계획은 우선 한·미 양국이 18개 사단으로 연합군을 구성해 서부전선에서 방어선을 구축한 다음 2단계로 연합 기동타격부대가 북측에 대한 공중 타격으로 내부 교란 작전을 벌인다는 것이다. 이어 3단계로 전시 증원 계획에 따라 미 3기갑군단이 투입되는 것과 동시에 북진을 개시하고 4단계로 한·미 연합 해병대가 동·서 해안에 상륙해 평양을 포위·점령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단 후퇴’에서 ‘요격 미사일 배치’까지
‘작계 5027’의 연도별 주요 수정 내용

미국은 작계 5027을 2년마다 수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초 수립할 때부터 어떻게 수정되어왔는지 살펴보았다.

 1974년 
지난 1974년 첫 입안을 했을 때는 북한이 남침 공격을 하면 일단 후퇴해 DMZ 남쪽 50마일 지점인 한강 이남에 이른바 ‘홀링스워스 라인(Hollingsworth Line·당시 미군사령관)’을 저지선으로 구축한다, 북한군의 남진을 막고 북한군의 700~800 타깃에 반격을 가해 개전 9일 만에 승리를 거둔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1994년 
한국군의 저지선을 DMZ 아래 20~30마일로 조정했다. 이때 한국군은 5일에서 15일 동안 북한군의 남진을 결사 저지하고 한·미 양국 군이 15일 내지 20일 안에 반격 준비를 완료하고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도록 수정했다. 대대적인 반격에는 미 해병 신속원정군, 육군 82공중강습사단을 증파하도록 첨가했다. 특히 전쟁이 발발하면 반격해 북한 정권을 전복시킨다는 전쟁 목표가 새로 규정되었다.

 1996년 
첫 번째 북한 핵 위기를 넘긴 후 이루어진 것으로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국이 일본 기지를 이용할 수 있도록 미·일 간에 합의한 내용이 추가되었다.

 1998년 
북한이 공격하면 김정일 등 지도부를 모두 살해하는 것은 물론 북한이라는 국가를 멸망시키고 한국의 통제 아래 새 국가를 건설하도록 전쟁 목표를 수정했다. 이와 함께 서울 1천2백만 인구의 38%를 살해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 북한의 생화학무기 장착 미사일 50기를 저지하는 데 새로운 초점을 맞추었다. 이때부터 미국의 전면전 작전 계획은 북한의 전쟁 도발 징후가 보이면 선제 공격, 공격 직후 저지, 반격, 북진 및 평양 점령 등 4단계 전쟁 계획을 세부적으로 마련했다.

 2000년 
전면전으로 비화하면 미군의 증원 병력 규모를 69만명으로 늘렸다.

 2002년 
9·11 테러 사태 직후 이루어진 2002년 수정판에서는 김정일 제거를 명시하고 한국 정부와의 협의 없이도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선제 공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추가되었다.

 2004년 
이라크 전쟁에서 얻은 교훈을 반영해 수정된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가 2003년 11월18일자에 보도했고, 북한이 2004년 8월 주장한 바 있다. 미국이 대규모 증원되는 지상군의 도착을 기다리지 않고 가공할 만한 공군력과 초정밀 무기와 장비들을 총동원해 북한이 공격하면 즉각 대응에 나선다는 것이다.

 2006년 
2006년판에서는 미사일방어망(MD)이 추가 반영되었다. 미국은 이때부터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상 요격 미사일 18기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2기)와 알래스카 포트그릴리(16기)에 배치했다. 동시에 미 해군은 최첨단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구축함·순양함 12척에 해상 요격 미사일인 SM3 미사일 8기를 실전 배치했다. 그리고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인 PAC-3 미사일을 2백81기로 늘렸다.

 2008년 
주한미군 기지 전면 재배치가 반영되었다.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지상 요격 미사일을 10기 추가해 28기로 늘렸다. 미 해군은 최첨단 이지스 시스템을 장착한 구축함·순양함도 16척으로 증강하면서 해상 요격 미사일인 SM3 미사일도 20기로 대폭 늘렸다. 그리고 미 육군이 사용하는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인 PAC-3 미사일 2백31기를 추가해 총 5백12기로 증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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