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스타일’에 단호함 덧붙여
  • 성범수│<아레나> 패션피처팀장 ()
  • 승인 2010.12.20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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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으로 본 김정은의 성격 / 단추로 여밈 조절하는 인민복 택해 아버지보다 강렬한 인상

 

▲ 10월9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 김정은을 동행하고 신설된 국립연극극장을 현지 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북한의 후계자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의 패션 스타일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즐겨 입는 인민복이다. 그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은 인민복과 잘 차려입은 수트를 때와 장소에 맞게 선택했던 인물이었다.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세한 컬러 변화에만 집중하는 인민복 마니아이다. 인민복은 서양식 수트의 간단명료한, 실용적인 복장이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패션 스타일은 할아버지가 강림한 것과 같은 모습을 추구한다. 또한 그의 컬러는 아버지의 그것과 차이가 있다. 조금 더 짙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쪽이 김정은이다. 설득력 없는 3대 세습의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한 나지막한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된다. 또한 인민복이 담고 있는 인민 친화적인 이미지도 노린 듯하다.

김정은 부위원장의 스타일을 분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아이템은 시계이다. 블랙 다이얼과 스테인레스 스틸 그리고 가죽 밴드로 된 시계를 차고 있다. 하나의 용두만 달려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그리고 다이얼 위에 특별한 크로노그래프 표시 창이 없는 것으로 짐작할 때, 그의 시계는 시간만을 읽을 수 있는 아주 심플한 것이다. 스위스에서 유학을 한 그는 시계에 대한 남다른 지식과 컬렉션 취향을 소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럼에도 정중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선택했다는 점을 볼 때, 옷과 시계의 매치업 중요성에 대해 알고 있다는 메시지를 느낄 수 있겠다.

김정일 위원장은 지프업으로 된 인민복을 선호하지만, 김정은 부위원장은 단추로 여밈을 조절하는 인민복을 택했다. 단추로 완성된 옷은 클래식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기본에 충실하고 좀 더 단호한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한 치의 헝클어짐 없는 헤어스타일과 날 선 인민복은 김정은이 결코 만만치 않은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연출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김정은의 스타일을 두고 호전적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그의 인상과 스타일이 상당히 도전적으로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시계·구두·취향도 할아버지 감각 닮아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그가 신는 구두는 끈으로 묶는 블랙 레이스업 슈즈인 듯이 보인다. 로퍼가 아닌 정중한 이 슈즈를 신고 나온 것은 인민복도 하나의 수트와 같은 정중한 옷이고, 공개적인 자리에서 스스로 조금 더 진중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에서 오랜 생활을, 특히 패션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있는 유럽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그이다. 정치적 의도가 없었다면, 그는 결코 지금의 인민복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거대한 부를 지니고 있는 김정은이 명품 쪽에 시선을 돌리지 않았을 리 만무하다. 인민복 아래 드러난 시계나 구두만으로도 그의 취향은 김정일의 그것보다는 할아버지인 김일성의 감각과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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