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무시하다 ‘큰 간’ 다친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2.27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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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간암으로 발전할 가능성, 일반인보다 4배 높아…금주·저지방식·운동이 최선의 예방·치료법

대기업 중견 간부인 김철호씨(45)는 상복부 오른편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져 병원 검사를 받은 결과 지방간으로 나타났다. 1주일에 4~5회 술자리를 가졌고, 한 번에 평균 소주 한 병 정도를 마신 것이 원인이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이상근씨(43)도 지방간 진단을 받았는데, 비만이 원인이었다.

술을 마시든 그렇지 않든 지방간은 성인뿐 만 아니라 최근에는 비만 청소년에게도 나타날 정도로 흔해졌다. 흔한 만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릴 정도로, 병이 생겨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간의 유일한 경고가 지방간이다. 김도영 연세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지방간은 간경변(간경화)과 간암을 일으키는 두 번째 원인이다. 첫 번째 원인인 B형과 C형 간염은 점차 줄어들고 있으므로 10~20년 후에는 지방간이 간경변과 간암의 최대 원인이 될 것이다. 미국은 이미 지방간을 줄이는 노력을 시작했다”라며 지방간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간은 말 그대로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이다. 과거보다 잘 먹으면서 생기는 병이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지방을 간이 원활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지방질이 간에 쌓인다.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면 지방질 중에서도 특히 중성지방이 간세포에 축적되어 간 무게의 5% 이상을 차지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지방간이 반드시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정상인보다 네 배 높다. 흡연자가 암에 걸리는 가능성과 비슷한 확률이다. 지방간이 있는 사람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은 간에 염증이 생기는 지방간염이 생길 수 있다. 지방간염 중 일부는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간염과 간경변이 있으면 간암에 걸릴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 박중원 국립암센터 간담췌암 수석연구원은 “지방간을 무시하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지방간은 간염, 간경변 단계를 거쳐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방간 치료가 간암 예방의 첫걸음임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지방간 검진 과정 1. 혈액·소변 검사 혈액과 소변 검사로 간 수치를 확인한다. 간 수치는 간 기능을 숫자로 나타낸 것이다. 2. 초음파검사 초음파를 통해 간의 상태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간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간 수치가 정상보다 2~3배 높으면 의심

지방간의 주요 원인은 술과 비만이다. 지방간의 원인이 술이면 알코올성, 비만이면 비알코올성으로 나뉜다. 술을 많이 마시면 대사 기능이 떨어지는데 특히 지방 분해력이 감소해서 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비만, 당뇨병, 갑상선 기능 항진증, 고지혈증, 스테로이드 과다 사용, 심한 영양 부족 등이 원인이다.

지방간이 생겨도 특별한 자각 증상은 없다. 다만, 간질환의 일반적인 증상인 피로, 식욕 부진, 무기력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오른쪽 갈비뼈 아래쪽에 불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지방의 축적 정도, 기간, 다른 질환의 동반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에는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으로 간 기능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데, 간 수치(혈청 GOT, GPT, 감마 GTP)가 정상보다 2~3배 높으면 지방간을 의심한다. 추가로 초음파·MRI·CT·간 조직검사 등을 통해 지방간인지, 만성 간염인지를 분별한다.

술 때문에 지방간이 생긴 사람이 계속 술을 마시면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으로 발전한다. 심하면 술을 끊어도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 이 정도라면 B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보다 치료 결과가 더 좋지 않다. 지방간 진단이 나오면 한 달 이상 금주하면서 재검진을 받는 편이 좋다. 또 술 때문에 부족해진 단백질, 비타민(특히 B군과 C, K) 등의 영양분을 보충하면서 운동을 해야 한다. 하루에 30~40분, 주 3회 이상 꾸준히 운동하면 3~6개월 안에 대부분 정상 간으로 회복된다. 간 기능이 회복되면 술을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 지방간을 유발하는 정도는 술의 종류보다는 섭취한 총 알코올의 양과 음주 기간, 영양 상태와 깊은 관계가 있다. 간에 무리를 주지 않는 알코올 섭취량은 하루 10~20g이다. 맥주 한 캔, 소주 반 병, 양주 2~3잔에 해당하는 양이다. 안주는 간에 부담이 적은 쇠고기, 달걀, 두부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또 음주 횟수를 1주일에 1~2회로 제한해야 한다. 물론 급성 지방간, 알코올성 간염, 만성 간염, 간경변이 있는 사람은 절대 금주해야 한다. 특히 B형·C형 간염 보유자가 과음을 지속하면 간암에 걸릴 가능성이 커진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사람의 상당수는 비만이다. 고지방·저단백 식사를 계속하면 지방간이 생기고 악화한다. 따라서 술을 마시지 않지만 지방간이 있는 사람에게는 식이요법이 최선의 치료이다. 열량이 높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다. 대신 비타민, 무기질, 단백질이 많은 과일, 야채, 콩류, 두부, 우유, 유제품, 효모 섭취를 늘려야 한다. 또 기초 체력 향상, 체중 감량, 지방 소비를 위해 운동은 필수이다.

알코올성이든 비알코올성이든 지방간 환자에게 운동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 자체가 열량을 소모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또 지방간을 일으키는 원인인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당뇨병) 등을 개선할 수 있다. 지방간 환자에게 추천하는 운동은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간 기능에 무리를 주어 해독·대사 기능이 악화할 수 있다. 간에 병이 있으면 잘 먹고 잘 쉬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이다. 잘 먹고 잘 쉬면 비만이 심해질 수 있다. 특히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거나, 혈중 지질 농도가 정상으로 유지되지 않는 사람이 운동을 피하면 지방간은 더 심해진다. 지방간이 있으면서 고지혈증, 당뇨병, 비만 등의 질병이 있는 사람에게 운동은 필수이다.

▲ 지방간 검진 과정 3. CT·MRI·조직 검사 대부분 초음파검사로 지방간을 확인할 수 있지만, 다른 간질환을 확인하기 위해 CT·MRI·조직검사 등을 추가로 한다. 4. 의사 진단 및 상담 의사가 검사 결과를 환자에게 설명하고 처방을 내린다. 환자는 의사와 충분히 상담하고 처방을 실천해야 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민간요법·건강기능식품 대부분 간에 ‘무리’

지방간 환자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약은 어디까지나 보조 치료법이다. 지방간 치료에 확실한 효과가 있다고 증명된 약은 없기 때문이다. 이준혁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유지 상식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아서 병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방간 예방도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적당한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체중 조절, 과음을 피하는 습관이 지방간을 치료하는 동시에 예방하는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간에 좋다는 민간요법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대부분 전문의는 그런 것들이 간에 무리를 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한간학회도 지난 10월20일 ‘간의 날’을 맞아 식약청이 인정한 것을 제외한 식품(건강표방식품)은 오히려 간에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지방간, 이렇게 예방하라>

■ 하루 60g의 알코올 섭취는 지방간 발병 가능성을 키운다. 소주 두 병에 해당하는 양이다. 따라서 20g(소주 반 병 분량) 이하로 알코올 섭취량을 줄인다. 또, 술은 영양가는 없고 열량만 있으므로 술을 자주 마시는 사람은 고혈압이나 뇌졸중 발병률이 높다.

■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정상 체중을 유지한다. 술을 마시지 않아도 비만인 사람은 지방간에 걸리기 쉽다.

■ 갈비, 삼겹살, 치킨, 장어, 탕 종류, 튀김, 부침개, 잣, 땅콩 등의 기름진 음식 섭취는 반드시 줄인다.

■ 생선, 두부, 살코기, 껍질을 벗긴 닭고기 등 고단백 음식과 채소, 해조류, 잡곡을 충분히 섭취한다.

■ 케이크, 크림, 도넛, 파이, 과자, 사탕, 초콜릿, 아이스크림, 청량 음료 등 단 음식은 피해 당뇨를 예방한다.

■ 하루 30~40분, 1주일에 3회 이상 땀이 나도록 운동한다.

■ 약물 복용이 지방간의 원인이라면 주치의와 상담해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다른 약으로 대체한다.
(자료: 삼성서울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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