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부패, ‘주민 통제’로 막아라
  • 이종수|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 승인 2010.12.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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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41% 부패 혐의 기소…개방형 감사·내부 고발자 보호·공천 제도 변화 등 대안 마련 절실

 

부패(corruption)는 어원적으로 ‘함께’(co) ‘망한다’(rupt)라는 뜻이다. 함께 망하는 것이 부패이다. 한국의 부패 현실은 그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다. 이 속에서 살아가는 국민은 차라리 잘 느끼지 못하며 지낸다. 외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그 심각성은 더 피부에 와 닿는다. 지난여름에 한국을 방문한 미국 한 작은 도시의 단체장은 한국의 민선 4기 단체장 가운데 41%가 부패 혐의로 기소되었다는 소식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최근 우리가 경험한 사건 몇 가지만 되새겨보자. 민선 4기 전 성남시장이 부패 혐의로 구속되었다. 시장뿐 아니라 공무원 여섯 명이 구속되었다. 시장의 친조카는 공영주차장 건설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공사 수주 청탁 대가로 3천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모두 6천만원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일부 공무원들은 ‘소(小)시장’으로까지 불리던 전 시장 조카에게 충성 맹세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고, 전 시장 조카와 친분이 있는 시청 청원경찰에게까지 뇌물을 전달했다고 한다.

당진군수의 도피 행각은 연일 뉴스로 중계되었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에 따르면 전 당진군수는 2008년 1월 당진 지역에서 도시개발사업을 진행 중이던 건설업자 강 아무개씨에게 인·허가 과정에서 특혜를 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경기도 용인의 70평형 아파트 분양대금 12억2천만원을 대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2억9천만원이 들어가는 별장 공사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도 있다. 결국 위조 여권으로 출국을 시도하다 잡혔다. 그는 사관학교 출신이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커피숍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공천 헌금을 주려다 구속된 여주군수도 있었다. 현금 2억원을 건네려다 현장에서 긴급 체포되어 뉴스가 되었다. 단체장만이 아니다. 서울의 양천구청에서는 한 공무원이 장애인수당 26억여 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경기도의 안산시에서는 공무원과 시설관리공단 직원 세 명이 쓰레기봉투 제작 납품업체로부터 2천100만원어치 쓰레기봉투를 상납받은 뒤 이를 현금화해 사용했다가 발각되었다. 

검찰에 의해 적발되고, 뉴스에 나온 부패 사건만을 거론했는데도 자괴감을 느낄 정도이다. 왜냐하면, 실제의 부패는 뉴스에 보도되거나 검찰에 적발된 것보다 훨씬 많고 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엄청난 자치단체의 부패를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 이범관 한나라당 의원에게 돈을 주고 달아나다 붙잡힌 이기수 당시 여주군수가 지난해 4월16일 성남 분당경찰서에 조사를 받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주민들의 실망과 무관심 돌릴 방안 찾아야

자치단체의 부패가 이토록 심각함에도, 지역 주민들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응이라면 무관심이 최고치로 오르는 현상으로 나타난다. 자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자치의 이상(理想)과 구호에 절망한 민초들의 반응은 그냥 허탈한 수준이다. 자치구 의회를 없앤다고 하는 정책에도 박수, 자치단체를 줄여 70개의 시로 만든다고 해도 박수, 자치를 포기하고 무엇을 만든다고 해도 박수이다. 민초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치는 체감하지 못하고 비용만 많이 들며 정치꾼들 배만 채워주는 것이라면, 필요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와 있다.

필자 역시 지방자치를 20년 정도 연구하며 변호했지만, 작금과 같은 부패가 개선되지 않고 풀뿌리적 자치가 성숙되지 않는다면 자치단체에 아무런 가치도 부여하기 어렵다. 그것은 집권화된 행정보다 나을 것이 하나도 없다. 본래 지방자치는 ‘분권’과 ‘자치’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야 하는 수레인데, 분권화는 어느 정도 되었지만 주민에 의한 자치와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니 부작용이 만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다시 집권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가 복잡해지고, 사회가 다원화할수록 다시 집권화된 정치·행정 체제로는 사회를 관리해나가기 어렵다. 우리는 부작용을 극복하며 분권화와 자치를 성숙시킬 수밖에 없는 숙제를 안고 있다. 

지방자치가 부패를 벗어버리고 민주적 자치와 공동체의 발전을 이루어갈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세 가지의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자치단체의 감사직을 우선 개방형으로 채용하고, 그 조직을 단체장으로부터 떼어내 의회로 배속시켜 주는 일이다. 외부의 비판 의식이 높은 사람들이 감사 담당자로 들어가 감시할 수 있게 해주면 비리는 줄어든다. 단체장도 마음대로 할 수 없게 된다. 다른 직위를 20년 돌다 잠시 감사직으로 발령받아 2년 근무하는 공무원이 같은 조직의 동료들을 감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내부 고발자 보호 장치를 극단적으로 강화시켜주어야 한다.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공직 사회의 부패를 감시하기 위해서는 내부 고발이 절대적인데, 현재와 같은 보호 수준이라면 고발자만 고통스러울 뿐이다. 내부 고발한 사람들은 ‘고발은 짧고 고통은 길다’고 호소한다. 조직에서 ‘왕따’가 되거나 아니면 쫓겨나고, 감옥까지 가기 일쑤이다. 결정적인 내부 고발을 한 사람에게는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씩 보상을 해줄 필요가 있다. 특정한 하나의 건에 대해 그들이 폭로하는 것이지만, 그 예방 효과는 수십 배에 달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도 연금을 받는데, 공직의 부패를 온몸으로 고발한 사람은 우리 사회에 그보다 더 큰 기여를 하는 사람이다.

셋째, 지방선거에서 정당 공천 제도가 부패의 뿌리로 작용하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해법이 있다. 12년 정도 지방선거에서의 정당 공천을 금지하든지, 아니면 지방 정부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다양화시켜주어야 한다. 특히 단체장이 부패와 연루되는 작금의 상황은 기관 구성 형태 중에서 단체장을 견제하기 쉬운 집행위원회 형태를 도입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독일, 미국, 영국이 모두 기관 구성 형태를 주민들이 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한국도 이를 심각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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