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란 비리는 다 들어 있었다”
  • 정락인·김세희 기자 ()
  • 승인 2010.12.27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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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자성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 형사3부장 인터뷰 / “처음에는 관련자들이 진술 꺼려 수사 애먹어”

이대엽 전 성남시장은 성남 지역의 최고 거물로 통한다. 국회의원 3선을 한 데다 민선 3, 4기 시장을 지냈다. 그동안 이 전 시장과 친·인척들의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불거져나왔다. 하지만 그때마다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나갔다. 그러다가 올해 8월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들었고, 4개월 만에 비리 전모가 드러났다. 이번 수사를 진두지휘한 오자성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장(44)을 지난 12월21일 성남지청에서 만났다.

처음 수사에 착수한 배경이 궁금하다.

지난 8월부터 시작했다. 최근 공영주차장 인·허가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다. 그와 관련해 공무원 개인의 조그만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금씩 더 들어가다 보니 이대엽 전 시장의 핵심 측근인 조카 이 아무개씨를 잡게 되었다. 이씨가 지역에서 지탄을 받으면서 지난 8년간 이 전 시장의 권세를 등에 업고 이권에 개입하는 인물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씨의 신병을 확보하고 나니까 그동안 지역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제보해왔고, 계속 수사에 들어가니까 몸통인 이 전 시장이 나왔다.

 

▲ ⓒ시사저널 임준선
이대엽 전 시장은 재임 8년 동안 갖가지 구설에 올랐다. 그런데 여태까지 비리가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특혜 의혹 차원에서 계속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언론에서도 제기했었다. 하지만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인사 승진, 금품 제공 등을 했던 사람들이 직접 (금품을 제공했다는 등의) 진술을 해줘야 명확하게 수사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이 없었다.


‘업무 추진 과정에서 백화점식 비리이다’라고 했는데, 실제로는 어떠했나?

이대엽 전 시장 일가가 지자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비리)들은 거의 다 저질렀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계속 드러나는 비리의 규모나 형태가 마치 ‘백화점’을 연상하게 했다. 

이 전 시장의 친·인척들이 성남시의 각종 이권과 인사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카 이씨 같은 경우에는 20년 가까이 이 전 시장 옆에서 보좌하면서 지역 공무원들 사이에도 ‘이○○가 실세다’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공무원들이 실세인 이씨를 통해서 여러 가지를 하려고 했다. 그래서 이씨에게 계속 접근하게 되었고, 이씨 본인도 힘을 과시하고 돈도 생기는 일이다 보니 가족들까지 개입하게 된 것이다.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인데, 다른 비리도 보았을 것 같다.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환수 조치를 하기 위해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범죄 수익에 대한 환수는 어떻게 되어가나?

이 전 시장을 비롯해 친·인척이나 공무원 등이 취득한 범죄 수익을 몰수·추징하기 위해 이들의 재산에 가압류·처분 등 보전 조치를 취했다.

이번 수사의 의미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그동안 풍문으로 떠돌았던 이 전 시장 일가의 성남시장 업무 수행과 관련된 ‘백화점식 비리’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아울러 향후 지방자치단체장들의 비리를 근절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수사 계획은?

구체적인 것은 말하기가 곤란하다. 다만 이번 발표는 중간 수사 결과일 뿐이다. 지금은 이 전 시장이나 공무원들의 여죄가 없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한마디 덧붙인다면 이번 사건 발표와 관련해 ‘마치 성남시 전체 공무원이 썩었다’거나 ‘다른 지자체도 성남시와 똑같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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