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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몰라주는 당신, 이유는 내 ‘행동’에 있다

볼 수 없는 마음 전하려면 ‘표현할 방법’ 찾아 적극 실천해야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10(Mon) 19: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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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에 대한 정의는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심리학자가 심리학을 정의할 때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세 개의 단어가 있다. 인간, 행동, 과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세 개의 단어를 문장으로 엮으면, 심리학은 인간의 행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정의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는 왜 마음이라는 단어가 빠졌는가 하는 것이다. 심리학의 심(心)자가 마음이라는 것인데, 마음을 연구한다고 하지 않고 행동을 연구한다고 하니 조금 수상하다는 것이다. 물론, 심리학이 사람의 마음의 이치를 연구하는 학문임에는 틀림없다. 문제는 사람의 마음을 눈으로 들여다볼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따라서 심리학의 선구자들은 인간의 행동에 주목했다. 특히, 심리학을 과학으로 만들었다고 평가받는 행동주의 심리학자들은 심리학이 과학이 되기 위해서는 관찰할 수 없고 측정할 수 없는 마음 대신 관찰과 측정이 가능한 인간의 행동을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동주의 이후로 심리학은 인간 행동을 연구하는 전통을 확립했는데, 이것이 심리학이 사람의 마음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행동을 연구 대상으로 삼은 궁극적 목표가 인간의 마음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자는 데 있는 것이다.


행동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측정하는 것은 행동주의 심리학자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우리가 타인의 진심이 무엇인지 판단하고자 할 때 거의 자동적으로 채택하는 방법은 타인이 지금까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그가 했던 말보다는 행동이 그의 진심을 추론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더 타당한 자료이다.
대한민국 드라마 역사상 가장 멋진 캐릭터 중의 하나는 <모래시계>에 등장하는 재희이다. 배우 이정재가 연기한 재희는 한 명의 여인(고현정)을 지키는 보디가드이다. 그는 검은색 양복을 입고 목검 하나만으로 그녀를 지켜낸다. 그리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는 곳을 향해 달려간다. 재희라는 캐릭터가 멋진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그의 침묵에 있었다. 당시 신인이었던 배우 이정재의 대사 능력 때문에 원래 대본에 있던 대사를 대폭 줄이는 바람에 침묵의 캐릭터가 완성되었다는 설이 있었다. 하여튼, 재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대에 대한 감정을 언어를 통해서 표현하지 않는다. 단지, 그녀가 위기에 닥쳤을 때마다, 자신의 안위에 대한 고려 없이, 죽음을 무릅쓰고 달려가 여인을 구할 뿐이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재희가 고현정을 사랑한다고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시청자들은 재희가 그녀를 사랑한다고 굳게 믿게 되었을까 하는 것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은 너무도 쉽다. 재희의 사랑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시청자들까지도 눈물을 흘리게 했던 것은 그가 여인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언어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지만, 우리는 그의 행동을 통해 그가 가지고 있던 애정의 정도를 충분히 쉽게 추론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즉, 재희는 언어적으로 드러내지 않았을 뿐, 행동을 통해서 자신의 감정을 분명하게 전달한 것이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타인의 행동을 통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추론하는 경향이 있다.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두 명의 사람이 있다고 하자. 당신은 두 사람 중에서 당신을 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 과연 누가 당신을 더 사랑하는 것일까? 이 경우에도 당신은 두 사람의 사랑의 강도를 비교하기 위해서 두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 따라서 두 사람이 지금까지 당신에게 보여주었던 다양한 행동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비교하기 시작할 것이다. 누가 더 자주 당신에게 문자를 보냈는지, 약속 시간에 당신이 늦게 나갔을 때 누가 더 오랫동안 기다려주었는지, 기념일을 잊지 않고 꼬박꼬박 챙겼던 사람은 누구인지 등과 같은 두 사람의 행동을 비교할 수 있는 질문들이 당신의 마음속에 떠오를 것이다. 당신도 행동을 통해 타인의 마음을 측정하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방법론을 당신의 의사 결정을 위해 사용하는 데 이미 익숙한 것이다.

심지어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마음도 자신의 행동을 통해 추론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연락도 없이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그(녀)를 몇 시간씩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그(녀)를 향한 사랑의 감정이 얼마나 강한지를 추론하기도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사람들은 상대방의 행동을 토대로 상대방의 마음을 추론하고 자신의 마음도 자신의 행동을 토대로 추론하면서, 정작 상대방은 자신이 아무런 행동을 보여주지 않았을 때조차 자신의 마음을 미루어 짐작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애매한 행동 피하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으로 행동해야

2010년 8월10일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S씨를 살인 혐의로 검거했다. S씨는 속칭 ‘청량리 588’로 불리는 성매매업소 집결지에서 성매매 여성인 P씨를 살해한 혐의를 인정했다고 한다. S씨는 “약 2년 동안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데 (P씨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화가 났고,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것도 더는 참을 수 없었다”라고 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살인까지 이르게 되지는 않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방이 우리를 힘들게 만드는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그 상대방이 나에게 중요한 사람일수록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방을 이해하기 힘들고, 그럴수록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의 강도도 커지게 마련이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애인·남편·아내·자식·부모·상사·부하·동료들로 넘쳐나는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답답함과 좌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물리적으로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상대방은 우리의 마음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눈으로 보고 관찰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행동뿐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는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내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마음이 담긴 행동을 하는 수밖에 없다.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나의 행동을 보지 못하거나, 또는 그 행동을 한 사람이 당신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사랑의 연서를 직접 쓴 사람이 사랑을 얻는 것이 아니고, 그 편지에 서명을 한 사람이 사랑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한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나의 마음이 무엇인지에 대해 확신을 가지기에는 내 행동이 애매하거나 충분히 강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자신은 물심양면으로 지원했지만 상대방에게는 그 행동만으로는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확신을 주기 위해서는, 행동이 일관성이 있어야 하고 지속적이어야 한다. 이 정도로 행동을 했는데도 내 마음을 몰라준다는 생각 때문에 행동을 중단하는 순간 상대방은 바로 지금까지 내가 한 행동의 순수성을 의심할 것이다.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도록 행동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들여다볼 수 없는 나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상대방에게는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보이지 않는 마음을 헤아린다는 것은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도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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