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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멋만 잔뜩 들어‘빈 수레’ 같은 드라마들

<아테나> <도망자> <대물> 등이 ‘용두사미’로 고꾸라진 이유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ㅣ 승인 2011.01.10(Mon) 19:5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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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아테나>
ⓒSBS 제공

시작은 창대했다. 아니, 창대함 그 이상이었다. 화려한 캐스팅은 물론이고 이게 TV 화면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현란한 영상까지. 당연히 드라마 첫 방송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첫 방송을 보고난 마음은 어딘지 허전하다. 아니나 다를까. 첫 회에서 20% 가까운 시청률을 올리며 대박 드라마를 예고한 작품들은 중반을 지나면서 시청률이 뚝뚝 떨어졌다. 이른바 용두사미 드라마가 걷는 운명이다. 왜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 자꾸 창궐하는 것일까.

<아이리스>의 스핀오프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아테나>에 대한 기대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로서는 보기 힘든 완성도 높은 영상 연출과 무엇보다 정우성·차승원·수애 같은, 왠지 영화가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태원엔터테인먼트의 작품이라는 것에 대한 신뢰감도 컸다. 게다가 예고편에 잠깐 등장한 수애의 플라잉 니킥 장면은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우아함의 대명사처럼 여겨져 온 수애의 변신. 전작 <아이리스>의 김태희에게서 어떤 아쉬움을 가졌던 시청자라면 수애의 그 장면 하나가 어쩌면 이 작품이 전작을 넘어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폭발적인 액션 신을 연거푸 선보인 첫 방송은 2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기대가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회까지 이 기대는 그대로 이어졌다. <007>을 오마주한 정우성의 이탈리아 액션 장면과 잔인하지만 냉혹하게 적을 살해하는 수애의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였다. 볼거리는 충분히 충족되었는데, 스토리는 좀체 보이지 않았다. 납치와 구출이라는 단순한 스토리가 반복적으로 이어졌고, 그러자
<아테나>의 즐거운 볼거리는 이미 예측 가능해진 스토리 때문에 힘을 잃어갔다. 무엇보다 <아이리스>에서 이병헌이 김태희와 사탕 키스를 하며 만들어낸 강력한 멜로를
<아테나>에서는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이것은 드라마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 여성층의 흥미를 잃게 만들었다. 시청률은 서서히 빠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반등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만큼의 몰입은 바라기 어려운 상황이다.

매력적인 대본 없이 기획만으로 출발한 것이 문제

이런 상황을 예고라도 하듯 보여준 작품이 <도망자>이다. <도망자>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켜놓은 것은, <추노>라는 명작을 만들어냈던 곽정환 감독과 천성일 작가의 후속작이라는 후광 때문이었다. 슬로 모션으로 달리고 뛰고 넘어지는 비와 이나영의 액션으로 이루어진 예고편은 저 <추노>에서 장혁이 테이블을 손으로 짚고 휙 날아올라 발차기를 하는 그 장면의 기대감을 재현했다. “이것 또 대박이구나!” 했다. 하지만 첫 방송을 본 후의 느낌은 “겉멋이 들어도 잔뜩 들었다”라는 것뿐이었다. 얼마만큼의 투자를 받았는지, 주인공들은 일본과 태국과 한국을 휙휙 순간 이동하며 그 이색적인 배경 위에서 달리기를 반복했다. 첫 회는 아무래도 시선을 잡아끌어야 하니 그럴 수밖에 없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이 배경을 바꿔가며 달리는 시퀀스가 9회까지 지속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해졌다. 아무리 볼거리라도 맥락을 찾기 어려운 스토리 속에서 계속 달리는 장면을 지켜볼 시청자는 없었다. 결국 시청률은 반 토막이 났다. 9회부터 비로소 인물들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스토리를 찾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도망자>는 완벽한 용두사미를 그려내며 시청자들로부터 도망쳤다. 한국 최초의 본격 정치 드라마에 그것도 여성 대통령을 그리겠다고 야심차게 시작했던 <대물> 역시 마찬가지의 결과를 만들었다. 고현정이 그 대통령 역할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키웠던 드라마는, 그러나 작가와 PD가 교체되는 등의 내홍을 겪은 후 스토리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시청률이 서서히 하락하기 시작했다. 서혜림이라는 캐릭터의 연설은 처음에는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차츰 동어 반복을 하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이 작품 역시 <도망자>와 마찬가지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첫 방송에서 최고 시청률을 찍은 후, 서서히 내리막을 걸었다.

안타까운 것은 최근 시작한 <드림하이>에서도 이런 징후가 엿보인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배용준이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것도 지금은 제2의 한류가 아이돌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 아닌가. 제1의 한류를 이끌었던 배용준이 아이돌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에서도 그 야심찬 기획을 엿볼 수 있었다. 여기에 실제 아이돌인 택연, 우영, 은정, 수지, 아이유가 박진영과 함께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드라마 예고편에서 택연이 자동차를 짚고 뛰어넘으면서 기대감을 높여 놓은 장면이 드라마상으로는 그다지 드라마틱한 설정이 아니라는 것을 발견했을 때, 그 실망감도 클 수밖에 없었다. 연출이 스토리가 가진 극적 상황과 맞닿지 않고, 그저 멋진 장면으로만 끝날 때, 그것은 겉멋에 그칠 수 있다. 여전히 배용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아이돌들의 설익은 연기는 불안하다. 연기력을 보완해주는 것이 캐릭터여야 하는데, <드림하이>가 그럴 만큼의 스토리를 내장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첫 방송 시청률은 기대 이하로 10%대. 보통 드라마라면 성공적이라고 하겠지만 이것은 배용준이 얼굴을 내민 드라마가 아닌가.

결국 방영 전까지만 해도 한껏 기대를 하게 했던 드라마가 막상 방영되면서 서서히 실망으로 바뀌게 되는 이유는 대본 문제이다. 그저 뒷심이 부족하다는 식의 그런 얘기가 아니다. 애초부터 기획은 창대했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대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기획은 연출도 가져올 수 있고, 연기도 가져올 수 있지만 대본은 가져올 수 없다. 대본은 말 그대로 작가에 의해 창조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량 있는 작가에게 충분한 투자(시간적이든 물적이든)가 이루어진 연후에나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류 초반에 우리는 이미 이 상황을 충분히 겪었다. 몇몇 연기자가 출연한다는 전제 조건만으로도 해외로부터 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한류의 거품은 만들어졌다. 많이 걷어내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 거품은 남아 있다. 무엇보다 작가에 대한 투자와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다. 그것이 없다면 나올 수 있는 것은 겉멋만 가득한 드라마뿐이다. 물론 그것으로 세계 시장은 어불성설이다.  


 100% 사전 제작? 문제는 감당해낼 ‘작가 시스템’

흔히들 대본의 문제에서 가장 시급한 것으로, 사전 제작이 되지 않고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쪽대본을 든다. 그러면서 늘 고개를 드는 것이 100% 사전 제작 드라마이다. 하지만 우리네 드라마 시장 상황에서 100% 사전 제작으로 성공한 드라마는 전혀 없다. <로드 넘버원>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미 다 제작되어 있는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시청자의 반응을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해외에서는 우리네 드라마의 실시간적인 제작이 경쟁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것이 쌍방향적인 드라마를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시간 제작은 결국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안적인 것이 반 정도를 사전 제작하는 형태이지만 이것도 정답은 될 수 없다. 문제는 어느 정도 제작되었는가가 아니라 이것을 충분히 감당해낼 수 있는 작가 시스템이 아닐까. 혼자, 혹은 한두 명이 몇십 부작에 이르는 드라마를 온전히 감당한다는 것은 작가에게도 무리이지만, 작품에도 무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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