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손윗동서 동생, 수천만원 수뢰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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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4대강 하도급 미끼로 뇌물 받은 황 아무개씨 수사 중…경호처 직원 기밀 유출 사건도 터져

청와대의 기강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대통령은 그동안 친·인척 연루 비리에 대해 여러 차례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사저널> 취재 결과 경찰이 최근 이대통령의 친·인척인 황 아무개씨의 비리를 은밀히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황씨는 이대통령의 손윗동서인 황 아무개씨의 막내 동생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북 안동경찰서나 수사를 지휘하는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현재 황씨의 혐의 내용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대통령 친·인척을 관리하는 민정수석실 관계자는 “경찰이 황씨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모르는 얘기이다”라고 말했다. 경찰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황씨는 4대강 사업의 하도급을 미끼로 여러 차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4대강 사업을 수주한 건설업체로부터 하도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면서 건설업자로부터 돈을 받는 방식이다. 한 공기업에 취업시켜주겠다면서 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 집권 4년차를 넘긴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강화 약속 ‘공염불’로

이같은 방식으로 황씨가 지난 2009년 3월부터 최근까지 받은 돈은 2천만원가량이다. 경찰은 그동안 여러 차례 황씨와 피해자를 불러 대질 조사를 벌였다. 황씨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 사실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말한 관계자는 “황씨가 받은 돈의 액수가 적고, 피해액 가운데 일부는 변제한 점이 반영되어 불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이 사건을 정권 말 권력 누수 징후로 보고 있다. 이대통령의 친·인척이 연루된 비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8년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가 18대 국회의원 비례대표에 공천을 받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었다. 김씨는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되었다. 최근에는 이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전종화씨가 제4 이동통신사 사업에 개입했다가 ‘먹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럴 때마다 청와대는 친·인척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대통령 주변 사람이 연루된 비리를 막기 위해 친·인척들을 재분류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나왔다. 비리에 취약한 위치에 있거나, 평소 동향이 의심스러운 대상자들을 추려 밀착 감시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대통령도 지난해 7월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어떠한 형태의 친·인척 문제나 권력형 비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약속은 공염불에 불과했다. 툭하면 터져나오는 친·인척 비리로 인해 청와대는 내부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이번에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황씨의 경우 4대강 사업에 관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그동안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일부 야당 의원은 4대강 사업지 주변에 이대통령 친·인척의 땅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친·인척이 인척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돈을 받았기 때문에 논란이 예상된다.

이대통령의 권력 누수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징후도 있다. 최근 국가 기밀로 분류되는 대통령실 경호처의 경호 작전 일부가 통째로 외부에 유출되었다. 문건 유출자도 경호처에서 부이사관(3급)을 지낸 이 아무개씨(53)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인천지검 형사1부는 지난 1월3일 법원으로부터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현재 경호 기밀이 유출된 경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정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씨는 경호 장비업체인 ㅎ사 대표에게 돈을 받고 문건을 넘겼다. 현재 이씨와 ㅎ사 대표 등을 상대로 문건 유출 경위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호 장비업체에 돈 받고 ‘문건’ 넘겨

▲ 이대통령의 친·인척이 비리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 된 낙동강의 한 사업 구간 현장. ⓒ연합뉴스

경호처는 이씨의 구속 사실에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이씨는 평소 경호처뿐 아니라 청와대 내에서도 깐깐한 일처리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경호처 IT기획부장과 부이사관을 지냈다. 구속 사실을 접한 뒤 “그럴 사람이 아니다” “믿기 힘들다”라는 말이 경호처 내부에서 나올 정도였다. 그런 인사를 통해 경호처의 기밀 정보가 유출된 터여서 내부적인 충격은 더 컸다. 그러면서도 경호처는 “이씨 개인의 문제이다. 경호처 조직과는 무관하다”라고 해명했다. “문제의 문서 역시 일반 문서로 분류되어 있다”라면서 보안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경호처는 청와대 내에서도 보안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사소한 실수로 대통령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에는 대통령 전용기의 운항 정보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인터넷을 통해 대통령 전용기의 동선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는 주장 때문이었다. 경호처는 당시 “운항 정보를 파악해서 전용기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은 없지만, 전용기 운항 정보를 암호화해서 해독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번에 유출된 문건은 무인항공기의 공격에 대비한 방어 작전이다.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청와대를 몰래 촬영하거나 공격하는 상황에 대비한 작전 등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전 계획이 외부로 유출되었을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이 문건이 불순한 세력에 넘어갔을 경우 걷잡을 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실제로 경호처는 중요한 경호 기밀이 유출되었음에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지난해 11월 돌연 사표를 제출한 것도 의문점이다. 경호처 관계자는 “이씨는 정년이 꽉 찬 상태로, 이민을 가기 위해 사표를 제출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이씨뿐 아니라 경호 장비업체 관계자를 불러 조사를 벌이는 중이었다. ㅎ사에 대한 압수수색도 벌였다. 이런 와중에 이씨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꼬리 자르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사건을 쉬쉬하기 위해 이씨에게 사표를 쓰도록 종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의혹은 향후 검찰 수사에서 구체화될 전망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잇달아 터진 이대통령의 주변 사건을 두고 “권력 누수 현상이 극에 달했다”라고 지적한다. 최근 들어 청와대 내부 직원들이 연루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해 10월 특정 업체가 시설 공사를 따낼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로 청와대 행정관 윤 아무개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윤씨는 청와대 사랑채의 리모델링 공사를 앞두고 입찰 제안서와 각종 사전 정보를 ㄷ인테리어업체에게 넘겨준 혐의를 받았다. 이에 앞선 9월에는 청와대 행정관이 자격 미달 업체의 유상 증자를 허용하도록 금감원에 압력을 행사한 의혹이 제기되었다. 로비스트로부터 돈을 받은 정황도 드러났다. 이 행정관은 이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 정권 초기부터 민정수석실에서 내부 감찰을 맡아왔다. 이 역시 검찰에서 수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태광그룹 간부로부터 성접대를 받은 청와대 행정관 사건에 대해서도 검찰이 재수사에 나섰다. 야당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레임덕은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부 직원에서 비롯된 권력 누수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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