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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이적 시장’은 골키퍼들의 황금시대

‘대어급’들 연쇄 이동 징후…정성룡, ‘최대 매물’로 떠올라

서호정│축구 칼럼니스트 ㅣ 승인 2011.01.17(Mon) 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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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즌 개막 후 편하고 싶으면 겨울에 바빠야 한다.’ K리그 관계자들은 이 말에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K리그의 겨울나기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은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보강이다. 이전 시즌에 드러난 약점을 보완해줄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각 팀은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가고 적잖은 돈을 주고받는다. 2011시즌을 준비하는 이번 겨울에도 K리그 이적 시장은 뜨겁다. 그런데 이번 이적 시장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이적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했던 골키퍼가 판세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역대 어떤 시즌보다 많은 대어급 골키퍼가 FA(자유계약) 자격으로 이적 시장에 나온 데다 각 팀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연쇄 이동의 징후가 포착되었다. 파문을 일으킨 돌을 던진 팀은 전북이었다. 주전 골키퍼인 권순태가 상무에 입대하면서 골문을 책임질 새로운 주인이 필요해졌다. 전북이 처음 노린 타깃은 이운재였다. 수원에서만 프로 생활을 해 온 이운재는 지난 시즌 기량 저하로 인해 윤성효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하며 벤치에도 앉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2년 뒤 권순태가 제대하면 자연스레 바통을 넘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이운재 영입을 추진했다.

   
▲ 대표팀 훈련에서 슛을 막으려 몸을 날리는 정성룡 선수(왼쪽). 미드필더 구자철 선수(오른쪽)의 유럽 진출 여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변수가 발생했다. 남아공월드컵을 거치며 대표팀 주전 골키퍼로 올라선 정성룡이 이적 시장에 나왔기 때문이다. 정성룡이 등장하자 전북은 주판알을 새롭게 굴렸다. 경기력 저하를 보이는 이운재보다 정성룡이 더 매력적인 카드였기 때문이다. 이운재를 보낸 수원도 정성룡 잡기에 뛰어들었다. 전북이 머뭇거리는 사이 이운재의 행선지는 정해성 전 대표팀 코치가 감독으로 부임한 전남으로 결정되었다. 이운재의 전남 이적은 정성룡의 시장 가치를 수직 상승시켰다. 현대자동차(전북)와 삼성전자(수원)의 재정 지원을 등에 업은 두 팀이 정성룡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정성룡이 FA 신분임에도 이적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축구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는 FA 선수는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팀을 옮길 수 있다. FIFA(국제축구연맹)도 이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K리그는 로컬 룰을 우선시한다. 정성룡은 현재의 드래프트 제도 이전에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자유계약제 세대이다. 당시 발생한 계약금을 보전하기 위해 팀을 옮길 때마다 이적료 형태의 보상금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적료는 [(현재 연봉+원 소속 구단이 제시한 차기 연봉+이적 구단이 제시한 연봉)÷3]×연령별 계수라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연령별 계수는 만 19?21세 8, 만 22?24세 6, 만 25?27세 4, 만 28?30세 3, 만 31?33세 2, 만 34세 이상은 0인데 1985년생인 정성룡은 4에 해당한다. 이에 따르면 정성룡의 이적료는 최소 15억원에서 최대 20억원 사이이다. 결국 전북과 수원은 선수 연봉까지 포함해 30억원에 달하는 돈을 준비한 상황이다.

정성룡 쟁탈전의 승자는 수원으로 조금씩 기울고 있다. 양팀이 제시한 조건이 팽팽한 상황이라면 마지막 선택권은 선수에게 있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정성룡은 현재 생활 근거지인 수도권을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정성룡이 수원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북은 제3의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남은 매물인 염동균(전남), 김병지(경남), 신화용(포항)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만일 그 선수가 떠나게 된다면 그들의 원 소속 팀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함에 따라 역대 최대 규모의 골키퍼 연쇄 이동이 벌어질 수 있다.

K리그 이적 시장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동력 ‘AFC 챔피언스리그’

2009년 규모가 확대된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의 10배가 넘는 우승 상금과 또 하나의 돈 잔치인 연말 FIFA 클럽월드컵 출전권이 주어진다. K리그는 2009년 포항, 2010년 성남이 연속 우승에 성공하며 챔피언스리그 특수를 확인했다. 현재 이적 시장을 주도하는 큰손이 2011년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하는 서울, 제주, 전북, 수원인 것도 저마다 아시아 정복이라는 목표 아래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이다.

전북과 수원은 그중에서도 가장 돋보인다. 전북은 김동찬(경남), 정성훈·이승현(이상 부산)을 영입하며 이동국, 에닝요가 버티는 공격력을 업그레이드시켰다. 이적 시장에서 늘 적극적인 수원은 이미 최성국(성남), 오범석(울산)이라는 대어를 불러들였다. 2년 전 수원에서 활약하다 J리그에 진출했던 크로아티아 출신 대형 수비수 마토와 대표팀의 젊은 피 이용래(경남)도 가세한 상황이다.

서울과 제주의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2010년 K리그 2관왕에 빛나는 서울은 황보관 신임 감독의 지휘 아래 팀 리빌딩을 준비 중이다. 프랑스 무대에 진출한 정조국, 중국 리그로 이적한 김진규, 상무에 입대한 최효진·김치우 등을 대체할 자원을 영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돌풍의 주역이었던 제주는 첫 챔피언스리그 출전을 앞두고 선수층을 두텁게 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아시안컵에서 맹활약 중인 핵심 미드필더 구자철이 유럽으로 진출할 경우 박경훈 감독의 머릿속은 더 복잡해진다. K리그의 겨울 이적 시장은 개막 직전인 2월 마지막 날 마감된다. 아직 한 달 넘게 남은 이적 시장은 더 큰 요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적 시장 새바람 이끄는 ‘아시아쿼터’

2009년부터 실시된 아시아쿼터는 세 명의 외국인 선수 외에 아시아 국가 선수 한 명을 추가로 쓸 수 있다는 규정이다. 유럽과 남미 선수에 비해 기량은 떨어지지만 비용이 적게 드는 아시아 선수를 선택할 수 있다. 아시아쿼터 도입 초기에는 비교적 접근이 쉬운 일본과 중국 선수들을 영입하는 비중이 컸다. 특히 기업 구단은 모기업의 시장 진출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아래 중국 선수를 영입하는 데에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2010년 새바람이 일었다. 호주 출신인 사샤(성남)와 우즈베키스탄 출신인 제파로프(서울)의 활약이 아시아쿼터에 대한 시야를 확대시킨 것이다. 최근 K리그의 포항, 경남, 수원 등은 호주 A리그의 핵심 선수 영입을 추진하며 ‘제2의 사샤’ 효과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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