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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가족 영화’ 잔칫상 푸짐

설 연휴에 볼만한 영화들 / 개봉작 대다수의 관람 등급부터 ‘가족적 분위기’…전쟁 영화도 폭력 ‘탈색’

라제기│한국일보 기자 ㅣ 승인 2011.01.24(Mon) 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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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자, 가족 영화.’ 아무래도 올해 설날 연휴 대목을 노리는 극장가의 캐치프레이즈가 될 듯하다. 한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던 가족 영화들이 이번 설날을 기점으로 기지개를 켤 태세이다. <글러브>와 <걸리버 여행기> 등 예년보다 많은 가족 영화가 관객들의 세뱃돈을 겨누고 있다. 올 설 연휴가 가족 영화들의 잔치이자 가족 영화끼리의 치열한 전장이 된 셈이다.

   
▲ <글러브>
ⓒ시네마서비스 제공

설 상영작 모두가 가족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관람 등급부터가 가족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강우석 감독의 휴먼 코미디 <글러브>와 동명 원작 소설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할리우드 영화 <걸리버 여행기>는 전체 관람가이다. 가족 관객을 잡겠다는 노골적인 목표 의식이 드러나는 관람 등급이다. 1월20일 개봉한 <글러브>는 청각 장애인 학교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의 실화를 감동적인 터치로 그려낸다는 점에서, <걸리버 여행기>(이하 1월27일 개봉)는 원작이 주는 친숙함 때문에 흥행 레이스에서 한 발짝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명민의 첫 코미디 도전으로 눈길을 끈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도 12세 이상 관람가로 대상 연령층이 상대적으로 넓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한 딜라이트의 장보경 대표는 “그리 난해하지 않은 소재에 신체 노출과 폭력도 거의 없어 애초부터 설 연휴를 겨냥해 제작을 진행해왔다”라고 밝혔다. <조선 명탐정…>은 정조의 비밀 지령에 따라 공납 비리를 수사하는 한 관리의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 <평양성>
ⓒ영화사 아침 제공

이준익 감독이 <황산벌>의 속편 격으로 만든 <평양성>도 가족 관객 공략 전략을 숨기지 않고 있다. 욕설이 적지 않게 스크린을 장식했던 <황산벌>이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은 것에 비해 <평양성>은 12세 이상 관람가이다. 나당 연합군의 평양성 함락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해학적으로 풀어낼 이 영화의 흥행 야심이 담겨 있는 등급이다.

각각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은 <상하이>와 <그린호넷 3D>도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강조한다. 1941년 진주만 공격 이전 상하이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치열한 첩보전을 그린 역사극 <상하이>는 부모님과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 대행사 더홀릭컴퍼니의 최정선 대표는 “전쟁을 다루지만 특별히 폭력적이지 않아 가족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해 설 연휴 개봉 일정을 잡게 되었다”라고 밝혔다.

신문 재벌 2세의 치기 어린 영웅담을 웃음과 액션으로 버무려낸 <그린호넷 3D>도 중·고생 이상 자녀를 둔 가족들이 즐길 수 있다는 점을 널리 알리려고 한다. <그린호넷 3D> 관계자는 “주 관객층은 20대 초반이지만 다른 연령층 관객들도 충분히 끌어들일 수 있는 영화이다”라고 주장했다.

“터지면 제대로 터지니 명절 대목 노려”

   
▲ <상하이>
ⓒ데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통적으로 명절 하면 가족 영화였다. 그러나 최근 충무로에 스릴러 바람이 불면서 일어난 계절 파괴 현상에 따라 최근 설과 추석은 각종 장르의 경연장이었다. 2000년대 명절마다 ‘묻지 마’ 흥행 몰이 현상을 일으켰던 조폭 코미디 영화들이 몰락한 점도 가족 영화의 입지를 축소시켰다.

하지만 영화의 계절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올 설 연휴 가족 영화들이 부활한 이유이다. 지난 연말 연초 <헬로우 고스트>가 기대 밖 선전을 펼친 반면 <황해>가 실망스런 흥행 성적을 거둔 점도 설 연휴 가족 영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이다. 한 멀티플렉스 체인의 비공식 조사에 따르면 <라스트 갓파더>의 1인 평균 구매 티켓 수는 2.5장. 다른 영화 평균이 2.2장가량에 불과한 것과 비교했을 때 가족 영화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수치이다. 장보경 딜라이트 대표는 “영화의 계절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가족 영화는 목표 관객층을 잡기 어렵다는 애로가 있지만, 터지면 제대로 터지니 명절 대목을 노릴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추억에도 젖게 할 고화질 <문워커> <사운드 오브 뮤직> 강추!
가족과 함께 볼만한 DVD 영화, 뭐가 있을까

일본 도쿄 시내 신주쿠의 허름한 골목에는 손님들이 ‘심야식당’이라고 부르는 곳이 있다. 밤 12시에서 아침 7시까지 문을 여는 이 식당은, 마스터로 불리는 주인이 혼자 운영한다. 그는 평범한 음식을 만들어 팔지만, 다양한 단골이 찾아들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심야식당>의 이야기에는 자극이 없다. 식당을 찾는 손님은 평범하고, 그들이 풀어내는 이야기도 소소한 일상이다. 그들은 마스터가 만든 음식을 먹으며 따뜻하고 정겨운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막장 코드와 신데렐라 만들기에 열을 올리는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심야식당>의 이야기는 심심한 편이다. 하지만 <심야식당>에는 특별한 것이 있다. 내 얘기, 또는 내 가족 누군가의 얘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내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이 늘 겪고 있는 일상의 리얼리티이다. <심야식당>은 아베야로의 원작 만화 인기에 힘입어 국내에서 정식으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일본 드라마이다. 일본 영화에는 요리와 따듯한 감성을 버무리는 작품이 여럿 있다. <남극의 쉐프>나 <카모메 식당>도 추천할 만하다.  

   
▲ (왼쪽부터)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문워커>

 음식을 소재로 한 또 다른 영화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은 가족끼리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다. 하늘에서 음식이 뚝뚝 떨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엉뚱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만나,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에 뒤지지 않는 볼거리를 쏟아낸다.  

또, 가족이 함께 즐기기에는 음악 영화만큼 좋은 것이 없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주옥 같은 노래는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올드팬은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 시절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기억한다. <문워커>는 그런 팬들의 향수를 자극하고, 신세대들에게는 세월의 벽을 뛰어넘는 팝의 황제의 면모를 알려준다. <문워커>는 마이클 잭슨에 의한 마이클 잭슨을 위한 영화이다. <문워커>의 진가는 지금도 촌스럽지 않은 세련된 영상과 음악의 향연이다. 수많은 히트곡과 전설적인 뮤직비디오가 쏟아지는 가운데, 마이클 잭슨이 꿈꾸던 세계를 환상적인 비주얼을 통해 그려낸다. 특히 <BAD> 앨범에 수록된 히트곡 <Smooth Criminal>의 뮤직비디오 영상은 수백 번을 반복해도 질리지 않는다. 지난해 발매된 <문워커> 블루레이는 뛰어난 화질과 음향으로 극장의 감동을 재현한다.

최근 뮤지컬 영화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하지만 뮤지컬 영화의 영원한 고전들은 한결같이 사랑을 받는다. 상업적으로 가장 큰 히트를 기록했던 <사운드 오브 뮤직>이 지난해 45주년을 맞이해 블루레이로 새롭게 발매되었다. 고화질과 고음질이 영화에 대한 느낌을 변화시킬 수는 없지만,
<사운드 오브 뮤직>은 고화질의 혜택을 톡톡히 누린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밝고 쾌활한 성격의 마리아 수녀와 고지식하고 엄격한 퇴역 군인 트랩 대령과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사운드 오브 뮤직>은 가장 사랑받는 가족 영화로 폭넓은 사랑을 받는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특별함은 영화를 본 관객 모두가 큰 행복감을 느끼는 데 있다. <에델바이스> <도레미송>과 같은 아름다운 노랫말과 선율, 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자연 경관, 영화 전편에 녹아 있는 사랑의 메시지, 행복한 결말이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세련된 감각의 코믹 스토리 잘 버무려져
이 주일의 리뷰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조선 명탐정…>은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역사소설 <열녀문의 비밀>을 원작으로 한다. 영화는 원작으로부터 열녀 추대의 비밀을 캐던 중 밝혀지는 한 여성의 놀라운 삶과 수구와 개혁이 대립했던 시대상을 가져왔다. 성리학적 질서를 수호하려는 노론 세력에 맞서는 두 개의 대립각으로 정조와 천주교가 있었다. 정조는 서얼을 기용하고 청나라 문물을 적극 받아들이며 천도를 통해 왕권 강화를 꾀했다. 또한 천주교의 만인 평등 사상은 신분 질서를 위협했다. 이러한 대립의 한가운데 당대 여성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은 김아영이라는 가상 인물이 존재한다.

   
ⓒ쇼박스 제공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영원한 제국>이나 <혈의 누>처럼 진지한 역사 추리극이 연상되겠지만, <조선 명탐정…>은 이들 사극과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흡사 만화책을 연상시키는 발랄한 제목처럼, <그림자 살인>보다 가볍고, <1724 기방 난동 사건>보다 웃기다. 영화는 원작의 캐릭터를 완전히 바꾸고, 사건을 재배치해 독창적인 퓨전 코믹 추리 사극으로 재탄생했다.

<불멸의 이순신> <하얀 거탑> 등을 통해 진지한 메서드 연기의 표본이 되었던 김명민은 천재 탐정 역할을 맡아, 눙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진중한 이미지가 음각을 형성해 코믹 연기는 더욱 효과를 발한다. 사실 명석하면서도 의뭉스러운 캐릭터는 <춘향전>의 이몽룡에서 보았듯 전통적 연원을 지닌다. 오달수가 열연한 개장수 캐릭터는 상식의 허를 찌르며 뒤통수를 후려친다. 그가 조선 시대 동물 애호가였다니 어느 누가 믿을쏘냐? 단아한 역할이 잘 어울리던 한지민 역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영화는 이들의 열연 외에 재치 있는 대사와 환상적인 미술, 세련된 코미디 감각이 어우러져 굉장한 재미를 선사한다. 아울러 민초들의 삶과 개혁의 필요성 등을 담아내는 역사극으로서의 소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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