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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이 배우 세계까지 장악하면 뭐가 될까

대형 기획사들의 절대 권력 강화 등 부작용 우려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ㅣ | 승인 2011.02.07(Mon) 19:3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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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파라다이스 목장>
ⓒSBS 제공

아이돌의 배우 진출이 파죽지세이다. 이전에도 이런 흐름이 있었고, 많은 화제를 낳았었다. 하지만 2011년에 들어서는 무언가 근본적으로 판이 바뀌는 느낌이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배우 진출 사례가 사안별로 화제가 되는 수준이었다면, 지금은 한 명 한 명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아이돌 배우의 대대적인 공습이 감행되고 있다. 아이돌이 배우 영역까지 점령해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신화의 에릭이나, 베이비복스의 윤은혜, 핑클의 성유리, god의 윤계상 등이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승기나 비 같은 솔로 가수의 사례도 있다. 그 후 소녀시대의 윤아가 <너는 내 운명>에, 동방신기의 정윤호가 <맨땅에 헤딩>에,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오! 마이 레이디>에, 2PM의 택연이 <신데렐라 언니>에, 티아라의 은정·지연이 각각 <커피하우스>와 <공부의 신>에, 손담비가 <드림>에, SS501의 김현중이 <꽃보다 남자>에, 빅뱅의 탑이 <포화 속으로>에, 씨엔블루의 정용화와 애프터스쿨의 유이가 <미남이시네요>에, JYJ의 박유천이  <성균관 스캔들>에 출연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사례가 순차적으로 나타났다면 최근 들어서는 동시다발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드림하이>이다. 이 작품은 KBS가 매년 초에 발표하는 학원물의 일종이다. 그동안 KBS의 신년 학원물인 <꽃보다 남자>나 <공부의 신>에는 아이돌 배우가 일부 포함되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아이돌로 도배되다시피 하고 있다. 택연, 수지, 우영, 은정, 아이유, 주 등이 그렇다. 과거에는 배우들 사이에 아이돌이 감초 역할로 있었다면 여기서는 배우 김수현이 아이돌 사이에서 감초(?)의 역할을 맡고 있다.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실감되는 사례이다.

이외에도 <아테나>의 최시원, <몽땅 내 사랑>의 조권·가인·윤두준, <마이 프린세스>의 이기광, <파라다이스 목장>의 최강창민, <프레지던트>의 성민, <괜찮아 아빠딸>의 동해·강민혁·남지현, <웃어요 엄마>의 강민경 등이 올해 들어 동시에 활동하고 있다. <시크릿 가든>에도 한때 재범의 출연이 예정되었었다. 이대로 가면 아이돌이 없는 드라마를 찾기가 더 쉬워질 것 같다.

아이돌 배우를 보는 ‘매의 눈’이 사라지다

젊은 층 사이에서 아이돌의 인기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에 화제 몰이를 위해서 이들을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의 아이돌이 점차 국제적 스타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해외 수출이나 투자를 위해서도 이들을 내세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돌 입장에서는 제한적인 음악 시장을 벗어나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또 아이돌에게 반드시 음악을 하겠다는 열정이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인기 스타가 될 수 있다면 연기든 예능이든 다 좋다는 입장일 것이다. 아이돌의 수명이 그리 긴 것도 아니어서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다. 많은 아이돌이 장차 가수가 아닌(!) 배우나 예능인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공공연히 밝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사실 합리적인 선택이다. 연예인으로서 수명이 긴 아이돌은 모두 다른 분야로의 진출에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유리, 윤은혜, 에릭은 배우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 비나 이승기도 노래만 불렀다면 지금처럼 대형 스타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은지원, 엠씨몽, 신정환, 탁재훈, 이기광, 윤두준, 김종민 등은 예능의 수혜를 받은 사례이다. 카라의 구하라가 빅스타가 된 데에도 예능의 영향이 컸다.

한때 아이돌이나 가수 출신 배우는 틈만 나면 ‘발연기’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김태희 같은 CF퀸과 함께 아이돌은 작품을 망치는 발연기의 원흉이 되어 집중적으로 공격을 받는 대상이었다. 윤은혜나 성유리 등이 출연하는 작품마다 논란을 양산했고, <맨땅에 헤딩>의 정윤호나 <드림>의 손담비, <개인의 취향>의 슬옹 등도 비난을 받았었다.

아이돌을 향한 대중의 시선은 상당히 매서워서 비교적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는 소녀시대의 윤아조차도 <신데렐라 맨>에서 연기 지적을 받을 정도였다. 아이돌이 드라마에 출연할 때마다 대중은 ‘매의 눈’으로 경계했다. 지금도 물론 그런 경계 의식은 살아 있지만 과거와는 다른 느낌이다. 이제는 대중이 ‘가수 배우’의 존재를 필연으로 받아들였다고나 할까? 발연기 논란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이돌의 연기 실력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이유도 있다. 과거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연기를 종종 볼 수 있었지만 요즘에는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아이돌이 애초부터 작심하고 연기 트레이닝을 받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기량이 나아지고 있다. 발연기 논란으로 망신당하는 사례를 보며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다. 좀 더 관대해진 대중의 시선과 아이돌의 수준 향상이 맞물려, 발연기 논란이 사라지고 아이돌 배우의 전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연기에 대한 진정성·전문성 사라지면서 작품 수준 떨어뜨릴 수 있어

   
▲ KBS <성균관 스캔들>
ⓒKBS 제공

이대로 가면 우리는 영혼이 없는 가수, 영혼이 없는 배우만을 보게 될 것이다. 음악이 좋아서 음악에 열정을 불사르는 가수가 아닌, 배우나 예능인이 되기 위한 절차로서의 음악을 하는 가수. 한 나라의 음악 시장을 그런 가수 아닌 가수가 점령하는 것은 얼마나 우스운 풍경인가.

그렇다고 배우가 되기 위해서 진지한 열정을 불사르는 것도 아니다. 아이돌의 목표는 인기 스타, 인기 연예인 정도라고 생각된다. 음악도 그렇지만 연기나 예능조차도 그 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진정성이나 전문성이 점차 사라져갈 수밖에 없다.

최근에 일본 네티즌의 댓글 대화에서 이런 것을 보았다. 한국은 열정적인 전문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데, 자기네는 얼굴 곱상한 아이돌이 손쉽게 주연을 하는 바람에 수준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자탄이었다. 그러자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한국도 요즘에는 우리처럼 되어가고 있어요.’

한국은 일본에 비해 아이돌 교육이 워낙 철저하기 때문에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 모든 면에서 월등할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아이돌이 다 ‘해먹을’ 때 각 분야의 진정성이 사라질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미 아이돌이나 가수들이 예능을 점령하면서 개그맨들은 갈 곳을 잃었다. 이제는 배우까지 아이돌에게 치어 살아야 하나?

그 경우 진정성이나 전문적인 열정, 장인의 카리스마가 사라지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문제도 나타난다. 점차 절대 권력이 되어가는 대형 기획사의 독점적 지위가 더욱 비대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몇몇 기획사가 음악 시장, 예능, 드라마를 모두 장악한다는 상상은 조금 으스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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