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채용에도 ‘오디션’이 있다
  • 김새별 인턴기자 ()
  • 승인 2011.02.22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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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면접·자기 PR 무대 등 통해 ‘끼’ 발산…풍부한 경험도 중시

기업에게 인재 채용만큼 중요한 일은 없다. 요즘은 시대의 흐름, 변화의 흐름을 좇아 좀 더 독특한 방식의 인재 확보 전략을 펼치는 곳이 많다. 채용 시장에 색다른 방식의 면접이나 시험 전형이 도입되고 있다. ‘스펙’이 지고 ‘스토리’가 뜬다는 말도 있듯이, 과거 기업들이 학점, 영어 점수 등 규격화된 스펙을 주요한 채용 조건으로 삼았다면 시간이 갈수록 지원자의 풍부한 경험과 끼, 열정을 보는 곳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취업 준비생들이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채용 시장에 내놓아야 했던 것이 높은 학점과 영어 점수였다면 오늘날은 바로 ‘풍부한 경험’과 ‘끼’이다. 요즘 사회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서류상의 ‘스펙’을 보는 것을 넘어서 지원자의 끼를 보기 위한 다양한 전형 방식이 채용 과정에 도입되고 있다. 각 기업마다 지원자가 스스로를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심층적으로 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샘표식품(주), 유한킴벌리 등은 기업에 대한 관심, 직무에 대한 이해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면접 과정을 실시한다. 지원자로 하여금 직접 요리를 해보게 하는 샘표식품의 ‘요리 면접’은 채용 시장에서 화제가 된 지 오래다. 요리 면접에서는 요리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요리라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어떻게 표현하고, 식품회사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관심도를 얼마만큼 드러내느냐가 관건이다. 유한킴벌리 역시 해당 직무에서 필요로 하는 역량, 지식, 기술, 자격 요건에 부합하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 면접 과정 중에는 ‘현장 중심 문제 해결형 팀별 토론’이 있다. 지원자를 팀별로 구성해 현업에서 제시한 과제를 해결하는 활동을 하도록 한다. 유한킴벌리의 채용 관계자는 현장 중심형 과제를 통해 “지원자들의 직무 역량, 지식 및 대인 관계 역량 등을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 아나운서 교육 전문 기관인 ‘봄온 아나운서’에서 실시하고 있는 오디션 모습. ⓒ봄온아나운서아카데미

QR코드 제작·야생형 인재 면접 등도 실시

지원자들의 끼를 확인할 수 있는 채용 시험 전형도 늘어났다. 다음 커뮤니케이션은 전형 과정 중에 지원자들로 하여금 자기만의 ‘QR코드’(Quick Response코드, 흑백 격자 무늬 패턴으로 정보를 나타내는 매트릭스 형식의 2차원 바코드)를 직접 만들어보게 했다. 정보통신 분야의 최신 흐름을 파악하는 ‘스마트형 인재’를 뽑기 위해서다.

‘오디션’ 형식을 통해 지원자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오디션 면접 방식도 늘어나고 있다. SK텔레콤은 2010년 하반기 공채 과정에서 서류 합격 여부를 가리기 전에 지원자에게 자신을 PR할 수 있는 기회를 한번 더 주었다. 이 ‘야생형 인재 면접’은 풍부한 경험을 갖고 있는 응시자에게 유리했다.

CJ미디어의 경우에는 최근 신입 제작 PD 공채에서 ‘PD 오디션’을 도입해 지원자들이 3분간 자신의 끼를 마음껏 발산하도록 했다. CJ푸드빌의 브랜드 중 ‘콜드스톤’은 2006년부터 오디션 면접을 실시해오고 있다. CJ푸드빌 인사 채용 관계자는 “오디션 면접 자체가 지원자들의 준비를 요구한다. 그래서 단순히 ‘한번 지원해볼까?’라는 심정으로 무작정 나서는 지원자보다 브랜드에 대해 애정이 있고 열정이 있는 지원자가 많다”라고 말했다.


  “진짜 실력은 ‘누가 더 풍부한 삶을 살아왔느냐’는 것”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만드는 김중식 아리랑TV PD 인터뷰

최근 아리랑TV에서 취업 준비생의 이목을 끄는 프로그램이 있다.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 <contenders>가 그것이다. <contenders>는 취업을 놓고 단계별 경쟁을 벌이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출연자 여덟 명 중 최후 1인이 대기업 정규직에 입사하게 된다.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 준비생뿐 아니라 중·고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에게 ‘취업 시장의 생생한 현실’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contenders> 김중식 제작 PD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는?

일단 젊은이에게 ‘잡’을 잡아주고 싶었다. 또 중·고생이나 학부모에게 취업을 위해 정말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정말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취업 준비생은 남들이 선망하는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토익 점수를 올리고 자격증을 따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좋은 직장’에 들어가면 일의 강도도 다르고 그만큼 자기 실력을 갖춰야 한다. 자기 실력은 책을 많이 읽어 간접 경험도 풍부하게 하고 남들과의 관계에서 양보·희생도 할 줄 아는 인성, 리더십을 갖추는 것이다. 대기업에 입사할 한 명을 뽑는 과정이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지원자의 경연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스펙을 중요시하는 사회에 “진짜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프로그램에서는 특정 기업의 특정 직무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채용하는 과정을 담는다. 앞으로 채용 트렌드는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보는가?

취업 준비생이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취업 시장에서 당당해질 수 있다는 말에 동의한다. 외국계 회사는 직무에 맞는 맞춤형 인재를 선발한다. 회사 상황에 맞게 채용을 하고 퇴직도 자유롭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채용은 경직된 면이 있다. 입사 후에도 성적순으로 부서 배치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되면 특화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음에도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더 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채용·인사 틀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취업 준비생이 더 치열해진 경쟁을 겪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은데.

취업은 영어 점수나 학점 등 보이는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을 얼마나 풍부하게 살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 비전을 갖고 있는 일을 하느냐이다. 그런 것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스킬’을 배우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평상시에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삶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것이 경쟁력을 자연스럽게 키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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