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보다 오랜 준비가 중요”
  • 이진주·박중건·김새별 인턴기자 ()
  • 승인 2011.02.22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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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기업 취업 전략>의 저자 이진우씨 인터뷰/ 인턴으로 일하면 더 유리

 

▲ 청년 구직자들의 시야를 넓히고 해외 취업을 돕는 ‘2010 해외 취업 박람회’가 지난해 10월9일과 10일 양일간 국내 최대 규모로 열렸다.

많은 취업 준비생들이 그들에게 놓인 취업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한다. 다수의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국내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리지만 취업의 문은 소수의 학생에게만 열린다. 이 가운데 외국계 기업에 취직하는 것은 아직 대부분의 학생에게 낯선 이야기이다. 정기적으로 대규모 공채를 실시하는 국내 대기업과 달리 외국계 회사는 채용 인원도 많지 않고 채용 방법도 잘 공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의 글로벌화가 빨라지고, 국내에서 현지화하는 외국계 기업이 늘어나면서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외국계 기업 취업 비법과 전략은?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닐슨컴퍼니(The Nielsen Company)는 닐슨컴퍼니 코리아(시장 및 소비자 정보), 닐슨코리안클릭(인터넷 사용자 측정), 닐슨미디어리서치(광고 정보, 광고 효과 조사·분석), AGB닐슨미디어리서치(시청률, 미디어 조사·분석) 등으로 분화되어 국내에서도 현지화에 성공했다. 닐슨에 취업한 한 입사자는 서류 통과 후 취업 카페에서 찾은 스터디를 통해 면접 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1년 상반기 유니클로 채용 전형에 최종 합격한 신윤정씨(연세대, 24세) 역시 일본계 회사인 유니클로 취업에 성공해 올 5월부터 일본 도쿄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신씨는 “외국계 기업이라고 해서 지레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기본적으로 언어 능력이 있다면, 자신이 해당 기업의 직무에 걸맞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만 하면 된다. 즉 기업에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콘텐츠를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비법은 무엇일까? <외국계 기업 취업 전략>의 저자인 이진우씨와의 문답으로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과 관련한 궁금증을 풀어보았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것은 국내 기업 취업과 무엇이 다른가?

국내 기업은 일을 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사람을 뽑아 일정 기간, 2년에서 3년 동안 ‘키우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채용 시장에서 주로 통용되는 학점, 외국어 점수, 공모전 수상 경력 등은 그러한 가능성을 보기 위한 판단 조건이 되는 것이다. 그에 반해 외국계 기업은 해당 직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뽑는다. 외국계 기업은 적게는 몇 십명, 많아야 몇 백명으로 조직 규모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신입으로 지원을 한다 할지라도 실무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해당 직무에 대한 명확한 이해도를 보여야 한다. 

서류 전형 과정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자기소개서의 개념이 다르다. 외국계 기업에 지원할 때에는 ‘커버레터’라는 것을 써야 한다. 커버레터에는 자신의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엉뚱한 부서로 가는 일이 없도록 어느 부서에 지원하는 것이고, 어느 시기에 지원하는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기입해야 한다. 외국계 기업은 수시 채용이 일반적이다. 제출하는 서류는 모집 시기가 지나면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저장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자의 서류에는 일종의 꼬리표인 ‘커버레터’가 필요한 것이다.

채용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

이력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인사팀은 지원자가 회사가 요구한 조건을 갖추었는지를 판단한다. 기본적인 결격 사유를 체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취업 희망자가 회사가 요구한 학력을 취득했는가, 요구한 자격증 등 증빙 서류가 갖추어져 있는가를 본다.

서류가 통과되면 1차 인터뷰가 진행된다. 인사팀이 지원자의 인성을 확인하는데, 여기서 전형에 성의 있는 태도로 임하는지, 신체 조건은 적당한지 등 지원자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이 이루어진다. 기본적인 인성이 확인되어 통과하면 현업자의 인터뷰가 진행된다. 이 인터뷰는 지원자가 업무에 대한 실무적인 능력이 있는지, 이해도는 높은지를 살피는 단계이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임원 인터뷰가 기다리고 있다. 타 부서와의 업무 조정 능력이 있는지,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능력은 갖추고 있는지 등 현업 실무진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을 임원들이 본다. 임원 면접에서는 주로 지원자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을 인재인지, 회사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핵심 인재인지를 살핀다. 

임원 면접 후 경우에 따라 지사장 면접이 진행되기도 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에는 모든 면접을 지사장이 한다. 영어 성적이 중요한가?

토익 6백점으로도 붙을 수 있다. 영어를 다소 어눌하게 구사하더라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으면 괜찮다. 사실 외국계 기업은 토익이나 토플 점수를 상당히 불신하는 편이다. 한국 기업이 토익을 맹신하는 이유는 간부급 인력 스스로 지원자의 어학 능력을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영어 수준이 안 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토익이라는 객관적인 잣대에 의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어에 능숙한 외국계 기업의 면접관은 토익 성적을 기준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다. 지원자의 토익 성적이 없더라도 말하는 모양새를 보면 지원자의 영어 능력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 중에는 한국어와 영어 둘 다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지를 보는 곳도 있다. 이러한 곳은 한국어 구사 능력까지 본다.

외국계 기업에서도 학벌이 중요한가?

의외로 외국계 기업에 지방대 출신이 많다. 외국계 기업에 취업하는 데는 화려한 학벌을 갖춘 사람보다 오랜 기간 준비를 한 사람이 더 유리하다. 명문대 졸업장이나 학점보다, 원하는 특정 기업에 타깃팅(targeting)해서 오랫동안 준비해야 가능성이 커진다. 넉넉히 3년 정도를 잡고 오래 준비하라. 대학 3학년 정도부터 준비하면 무난하다. 대학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인턴으로 활동하며 준비한다면 입사할 확률은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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