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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버리면 나는 가지고 남들이 취할 때 내가 준다

‘화식열전’이 가르치는 여섯 가지 성공 원칙 ⑤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ㅣ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28(Mon) 20:3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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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규(白圭)는 전국(戰國) 시대의 유명한 상인으로서 사람들은 그를 ‘천하 치생(治生)의 비조(鼻祖)’라면서 속칭 ‘인간 재신(財神)’이라고 불렀다. 송나라 진종은 그를 상성(商聖)으로 추존했다. 백규는 경제 전략가이자 이재가(理財家)로서 범여도 그에게 치부(致富)의 방법을 자문받았다고 전해진다.

 전국 시대에 들어서면서 사회는 극심한 변화를 겪게 되었고, 신흥 봉건 지주제가 각국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확립되었다. 생산력의 신속한 제고에 따라 시장의 상품도 급속하게 증가했고, 사람들의 소비력도 급속히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많은 거상이 출현하게 되었는데 백규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백규는 일찍이 위나라 혜왕의 대신이었다. 당시 위나라 수도인 대량은 황하에 가까이 있어 항상 홍수의 피해를 받아야 했다. 백규는 뛰어난 치수 능력을 발휘해 대량의 수환(水患)을 막아냈다. 뒤에 위나라가 갈수록 부패해지자 백규는 위나라를 떠나 중산국과 제나라를 유력했다. 이 두 나라의 왕이 모두 그로 해금 자기 나라에 남아 치국에 도움을 받고자 했지만 백규는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그는 제나라를 떠난 뒤 진(秦)나라로 들어갔는데, 당시 진나라는 상앙의 변법을 시행하고 있었다. 백규는 상앙의 중농억상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대하는 입장이었으므로 진나라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규는 천하를 주유하면서 정치에 대해 혐오감이 강해졌고, 마침내 관을 버리고 상업에 종사하기로 결심했다.

 낙양은 이전부터 상업이 발달했던 도시였다. 낙양 출신이던 백규는 본래부터 상업에 뛰어난 눈을 지니고 있었는데,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전국 시대 최고의 대부호가 되었다. 당시 상업이 급속히 발전해 상인 집단이 대규모로 형성되었는데, 그들 대부분은 공평한 매매와 정당한 경영을 실행했다. 하지만 일부는 희귀한 물건을 엄청나게 매점 매석하고 시장을 독점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고리대를 해 폭리를 취했다. 그러므로 당시에 상인들을 두 종류로 분류해 한 쪽을 성고(誠賈)나 염상(廉商) 혹은 양상(良商)이라 했고, 다른 쪽은 간고(奸賈)나 탐고(貪賈) 혹은 영상(?商)이라고 지칭했다.  

   
ⓒ일러스트 유환영

상성(商聖)으로 숭앙된 백규

 당시 상인들 대다수는 보석 장사를 특히 좋아했다. 대상인 여불위의 부친은 일찍이 보석 사업은 백배의 이익을 남긴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규는 당시 가장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그 직종을 택하지 않고 대신 다른 길을 선택해 농부산품(農副産品)의 무역이라는 새로운 업종을 창조했다.  

 백규는 재능과 지혜가 출중하고 안목이 비범해 당시 농업 생산이 신속하게 발전하는 것을 목격하고 농부산품 무역이 장차 커다란 이윤을 내는 업종이 될 것이라는 점을 알아챘다. 농부산품 경영이 비록 이윤율은 비교적 낮지만 교역량이 커서 큰 이윤을 얻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해 백규는 농부산품과 수공업 원료 및 상품 사업을 선택했던 것이었다.

 백규는 재산을 움켜쥘 시기가 오면 마치 맹수와 맹금(猛禽)이 먹이에 달려드는 것처럼 민첩했다. 그래서 그는 언젠가 “나는 경영을 할 때는 이윤(李尹)이나 강태공이 계책을 실행하는 것처럼 하고 손자와 오기가 작전하는 것처럼 하며 상앙(商?)이 법령을 집행하는 것처럼 한다”라고 말했다.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다

 백규는 자기만의 독특한 상술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영 원칙을 여덟 글자로 만들었다. 즉,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予)”라는 것으로서 바로 “사람들이 버리면 나는 취하고, 사람들이 취하면 나는 준다”라는 뜻이었다. 구체적으로 상품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서 아무도 구하지 않는 그 기회에 사들인 뒤, 수중에 있는 상품의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가격이 크게 오르는 그 기회에 판매하는 것이다.

 어느 날 많은 상인이 모두 면화를 팔아넘겼다. 어떤 상인은 면화를 빨리 처분하려고 가격을 헐값으로 팔기도 했다. 백규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부하에게 면화를 모두 사들이도록 했다. 사들인 면화가 너무 많아서 다른 상인의 창고를 빌려서 보관할 정도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화를 모두 팔아넘긴 상인들은 이제 모피를 사들이느라 혈안이 되었다. 본래 그들은 누구에게서 들은 소식인지는 몰랐지만, 앞으로 모피가 크게 팔릴 것이고 겨울에 사람들이 아마도 시장에서 살 수도 없을 것이라는 소문이 크게 돌았었다. 그런데 당시 백규의 창고에는 때마침 좋은 모피가 보관되어 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백규는 모피의 가격이 더 오를 것을 기다리지 않고 모든 모피를 몽땅 팔아 큰돈을 벌었다.

 뒤에 면화가 큰 흉년이 들었다. 그러자 면화를 손에 넣지 못하게 된 상인들이 면화를 찾느라 야단법석이 되었다. 이때 백규는 사들였던 면화를 모두 팔아 다시 큰돈을 벌었다.

 백규의 ‘인기아취, 인취아여(人棄我取, 人取我予)’의 경영 원칙은 일종의 상업 경영의 지혜이며, 그것은 맹목적으로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재산을 움켜쥘 때는 마치 맹수가 먹이에 달려들듯

 사마천이 보기에 성공한 상인들은 모두 때를 아는(知時) 사람들이었다. 범여는 “도 지방이 천하의 중심으로서 각국 제후들과 사통팔달해 화물 교역의 요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곳의 산업을 경영해 물자를 비축하고, 적절한 때에 맞추어 변화를 도모했다. 그는 천시(天時)에 맞춰 이익을 내는 데 뛰어났으며, 고용한 사람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경영에 뛰어난 자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하고 좋은 시기를 파악할 줄 아는 법이다”라고 말했다. 범여는 장소를 알고(知地), 때를 알아(知時) 부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다.

 백규의 ‘지시(知時)’는 주로 사물에 내재된 규율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었다. 이로부터 시장 동향을 예측하고 자신의 정책 결정에 있어 맹목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객관적으로 상품을 언제 매입하고 매도하는지를 파악했다. 백규는 상가(商家)에서의 ‘지시(知時)’는 곧 ‘때의 변화를 즐겨 살핀다’라고 인식했는데, 이는 풍흉의 예측에 근거해 경영 방침을 적시에 조정하는 것이었다. 

 백규는 초절정의 시기 포착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천문학과 기상학의 지식을 응용해 농업 풍흉의 규율을 알아냈으며 이러한 규율에 따라 교역을 진행했다. 풍년이 들어 가격이 저렴할 때 사들여서 흉년이 들어 가격이 등귀할 때 판매함으로써 커다란 이익을 얻었다.

 그 밖에도 백규는 일단 기회가 오면 곧바로 신속하게 결정하고 과감하게 행동에 옮겨야 함을 강조했다. 사마천은 이러한 백규의 모습을 ‘재산을 움켜쥘 시기가 오면 마치 맹수와 맹금(猛禽)이 먹이에 달려드는 것처럼 민첩했다’라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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