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핸드볼 실력 ‘충천’ 런던올림픽 ‘금’ 보인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3.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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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핸드볼 열기도 되살려내…체력과 팀워크가 관건

 

▲ 지난 2월27일 SK핸드볼코리아컵 결승전에서 두산의 정의경 선수가 슛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지난 2월 말에 끝난 2011 SK핸드볼코리아컵대회는 국내 핸드볼 계에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경기도 광명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두산과 인천도시개발, 인천체육회와 삼척시청의 남녀 결승전에 모여든 관중이 2천5백석 좌석은 물론 통로까지 꽉 채웠다.

선수들도 모처럼 모여든 관중들에 잔뜩 고무된 표정이었고 경기도 박진감이 넘쳤다. 독일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윤경신(두산 베어스)은 독일 관중보다 더 뜨겁다고 흐뭇해했고, 공격이 성공할 때마다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가슴을 치며 화려한 쇼맨십으로 화답하던 박중규(두산 베어스)는 경기가 끝난 뒤 너무 세게 때려서 가슴이 아프다(?)고 토로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남자 대표팀 최석재 감독은 “관중을 꽉 채운 대회가 이번이 처음 아닌가 싶다. 분위기가 좋다. 핸드볼이 인기 스포츠가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라고 말했다.

오는 9월 서울 올림픽공원에 SK핸드볼 전용 경기장이 들어서면 관중들의 호응은 더욱 커질 것이다. 문제는 이 핸드볼 붐의 불씨를 어떻게 더 키울 것인가이다. 핸드볼의 인기는 결국은 남자팀의 성적에 달려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내 스포츠 흥행 시장에서 남자 국가대표팀의 성적은 곧바로 관중 인기몰이로 연결된다. 국가대표팀이 성적을 내면 자연스레 스타플레이어가 떠오르고, 스타플레이어의 존재는 관중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인다.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이 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남자 대표팀은 지난 1월 스웨덴에서 열린 세계남자핸드볼선수권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대표팀의 기둥 노릇을 하는 30대 중·후반의 윤경신·백원철·강일구 선수가 빠진 젊은 대표팀이 대회에 나가 24개 참가팀 중 13위를 기록했다.

‘젊은 피’들도 무한한 가능성 보여줘

ⓒ시사저널 박은숙

대표 팀의 이전 성적과 비슷한 순위이다. 애초에 본선 12팀 안에 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목표치에 미달했다고 할 수 있지만, 게임 내용을 분석해보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경험이 풍부한 세 선수가 빠졌음에도 젊은 선수들이 잠재력을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표팀이 예선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1차전(아르헨티나전)에서 비겼기 때문이다. 대회 직전 프랑스에서 열린 평가전에서 우리 팀은 아르헨티나를 32 대 25로 이겼었다. 이에 방심했다가 허를 찔린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만년 우승 후보 스웨덴까지 물리치며 본선에 나갔다. 아르헨티나의 최종 순위는 12위.   

여기에서 보듯 남자 핸드볼계의 실력 차이는 종이 한 장 차이이다. 우리 팀도 세계 최강급으로 꼽히는 스웨덴이나 폴란드와 싸웠을 때도 역전패를 당하거나 박빙의 싸움이었지 완패는 없었다.

스웨덴 세계대회 이후 핸드볼협회는 남자 국가대표팀 신임 감독으로 그동안 코치를 맡아왔던 최석재 감독을 뽑았다. 최감독은 “기술적인 면에서는 우리 선수가 전혀 밀리지 않지만 체력에서 우리가 불리하다”라고 말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본선 12위 안에 든 팀이 11개 팀은 유럽팀이고 1개 팀이 아르헨티나였을 정도였다. 유럽 팀의 선수는 평균적으로 신장 1백90cm에 100kg대이다. 우리 선수들이 체력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최감독은 감독직에 오른 뒤 새 대표팀에 윤경신과 백원철, 강일구 선수를 다시 불러들였다. 코치로 참가한 세계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이 기량이나 체력적으로 좋아졌지만 위기에서 고비를 넘겨줄 노장 선수의 경험이 아쉬웠기에’ 노장 선수를 다시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런던올림픽이 1년 반 남았는데 지금의 윤경신이나 백원철 같은 선수를 그 기간에 다시 만들어낼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대표팀의 새로운 기둥으로 성장하고 있는 20대 중반의 정의경·박중규·정수영·심재복 선수에 대해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냈다. 최감독은 “박중규는 역대 국내 선수 중 피봇플레이어로는 최고이다. 유럽의 힘 좋은 선수와 붙어도 전혀 밀리지 않는 파이터이다. 정의경 선수는 곱상하게 생긴 얼굴 뒤에 스피드, 탄력, 슈팅 능력이 발군이다. 덩치 큰 선수와 부딪쳐도 파이팅으로 이겨내는 승부 근성이 대단하다. 단신의 심재복은 스피드로 단점을 극복해 자기 역할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라고 평했다.

서울올림픽에서 선수로 참가해 은메달을 따낸 그는 “돌이켜보면 내가 가장 행복했을 때는 은메달을 땄을 때가 아니라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치열하게 준비하던 과정이다. 지금도 그때가 소중하게 생각된다. 지금 선수들과 하나가 되는 팀을 만들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런던올림픽에서 ‘사고’를 칠 수 있지 않겠나”라며 투지를 전했다.  


▲ SK핸드볼코리아컵 MVP 류은희·정의경 선수(왼쪽부터). ⓒ시사저널 임준선

핸드볼계의 대표적 젊은 피는 정의경(26·두산 베어스)이다. 얼굴이나 복근 스타가 아닌 실력으로 뽑힌 MVP이지만 외모를 보아도 MVP감이다. 2011 SK핸드볼코리아컵대회에서 그는 센터백으로 베스트7에 오르고 어시스트상(30개)과 MVP를 수상했다. 당연히 팬클럽도 있다.

신장 1백88㎝에 84kg인 그는 유연성과 스피드를 타고났다. 코트 위에서는 날씬하게 보이기까지 한다. 어릴 때 우상이었던 백원철 선수와 함께 대표팀에서 뛰는 그는, 어느새 대표팀 경력 6년차이다. 대학 1학년 때 대표팀에 발탁되어 주전으로 국제 대회에 처음 나간 것은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이다.

세계선수권대회에 벌써 두 번 참여한 그는 남자 대표팀의 성장을 자신했다. “우리 팀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갈 수 있다고 본다. 기술은 톱 수준인데 항상 체력에서 밀려 한두 골로 진다. 기술은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몸싸움에서 밀리니까 아쉽게 진다. 평가전에서도 이번 대회 5위를 한 크로아티아를 계속 앞서다가 막판에 세 골 차로 역전당했다. 우리가 좀 더 경험을 쌓으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석재 감독이 정의경을 ‘지독한 승부 근성과 센스, 스피드, 탄력을 갖춘 선수’라고 평가했지만 그 스스로는 “나는 파워가 떨어진다. 박중규 선수는 파워에 스피드, 체력까지 겸비한 무서운 선수이다”라고 말했다. 살을 찌우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그는 “대학 때 손가락이 부러지고 무릎도 나가고 슬럼프가 왔다. 그때 쉬니까 살이 찌더라. 살이 찌면 파워는 생기는데 날렵한 플레이가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정의경의 목표는 런던올림픽이다. “우선은 오는 10월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이 중요하다. 아시아 쿼터가 한 장뿐이다. 거기에 집중하겠다. 런던에서 일을 낼 자신이 있다”라고 다짐했다. 그의 승부 근성에 믿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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