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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들린 ‘미친 존재감’들의 이유 있는 성공

최근 드라마에서 조연 맡아 강렬한 인상 남긴 배우들 많아

하재근│대중문화평론가 ㅣ 승인 2011.03.07(Mon) 11: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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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시크릿가든>에서 박상무 역을 연기한 이병준씨.
ⓒSBS 제공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사랑받고 있다.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일상어처럼 널리 사용된다. 이것은 어떤 사람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말이어서, ‘종결자’처럼 자극적인 성격이 있다. 언론이 이 단어들을 특별히 총애(?)하는 데에는 그런 성격도 한몫했을 것이다.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크게 회자되기 시작한 것은 <아이리스> 때부터였다. 당시 조연이었던 김승우는 출연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마치 주연 중 한 명인 것처럼 생각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느끼게 했다. 그러자 네티즌이 ‘미친 듯한 존재감’이라며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을 붙여주었다.

그 뒤에 바통을 이어받은 인물은 역시 <아이리스>의 김소연이었다. 김소연은 북한군 특수부대원으로 나왔는데 김승우처럼 출연 분량이 얼마 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네티즌은 김소연에게 열광했다. 그녀는 <아테나>에서도 잠깐 등장했다가 ‘역시 미친 존재감!’이라는 찬탄을 들었다. KBS 연기대상 때에도 그녀의 수상 소감이 다음 날 검색 순위 1위에 올라, 시상식에서의 미친 존재감으로 등극한 것이다.

이 말이 지금처럼 널리 사용되도록 기폭제의 역할을 한 것은 <추노>의 성동일이었다. 그는 <추노>에서 웬만한 조연보다도 출연 분량이 적었었다. 그러나 네티즌은 성동일에게 열광했고, 그 현상을 미친 존재감 외에 다른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미친 존재감이라는 말이 인터넷을 뒤덮었다.

외모지상주의 뒤엎는 ‘약자의 반란’ 보는 즐거움 선사

   

▲ (왼쪽) 김성오                                       ⓒSBS
▲(가운데) 성동일                                    ⓒKBS
▲(오른쪽) 김소연                                    ⓒKBS

그 후로는 누가 조금 튄다 싶으면 미친 존재감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관행이 되었다. 네티즌은 어디에서든지 미친 존재감을 찾아내는 놀이를 즐긴다. 최근에는 <시크릿 가든>의 김비서(김성오)와 박상무(이병준)가 미친 존재감으로 단박에 이름을 알렸다.

대중이 이처럼 미친 존재감을 사랑하는 데에는 단어 자체가 갖고 있는 자극성 외에 또 다른 원인이 있다. 인터넷 시대 이래로 대중과 매체는 언제나 자극적인 신조어를 전파시키는 놀이를 즐겨왔지만, 미친 존재감 열기에는 단순한 신조어 놀이 이상의 의미가 있다. 대중이 무언가를 ‘격하게’ 사랑할 때는 언제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두 명의 미친 존재감을 탄생시킨 <아이리스>를 보자. 김승우나 김소연이 그렇게 깜짝 놀랄 만한, 역사에 남을 신화적인 연기를 한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저 잘했을 뿐이다. 사실 연기 잘하는 조연은 어디에나 있다. 그런데 왜 <아이리스>에서 미친 존재감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아이리스>에는 특별한 것이 있었다. 바로 CF퀸 김태희의 존재이다. <아이리스>는 한국 드라마에서 깜짝 놀랄 만한 스케일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그런 작품의 중심에 있었던 당대 최고의 스타 김태희. 사람들은 그를 주목했다. 과연 그가 이 특별한 작품의 중심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것일까? 과연 그가 누리는 최고 스타의 자리는 합당한 것일까? 사람들은 회의적이었다.

김태희뿐만이 아니다. 윤은혜, 성유리, 전지현 등 주연급 스타의 실력에 대한 의구심이 누적되었던 차였다. 김태희는 그 상징이었다. 바로 그 김태희가 나온 드라마에서 조연인 김승우와 김소연이 돋보인 것이다. 이것은 스타성에 대한 실력의 반란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그동안 누적되었던 CF 스타에 대한 반감이 미친 존재감 현상으로 터져나온 것이다. 김승우와 김소연은 영웅이 되었다.

특히 같은 여배우로서 김태희와 대비된 김소연이 네티즌의 격한 사랑을 받았다. KBS 연기대상에서 김태희가 본상을 받을 때 김소연은 인기상이라는 ‘쩌리상’(?)에 만족해야 했다. 그는 수상 소감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쫓기듯 내려가야 했고, 이에 대한 공분이 김소연을 시상식 다음 날 검색 순위 1위로 만들었다. <아테나>에서도 주연급 스크린 스타가 제 몫을 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던 차에 그가 등장해 다시 찬사를 받았던 것이다.

<추노>에는 ‘신부 화장, 선녀 소복’의 이다해가 있었다. 그녀의 지나치게 깨끗하고 아름다운 모습에 네티즌은 분노했다. 작품에 치열하게 임하는 배우의 자세가 아니라고 본 것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인물이 추악한 몰골의 천지호(성동일)였다. 이다해가 상징하는, 외모만 챙기는 주연에 대한 불만이 성동일에 대한 열광의 바탕이었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 이다해도 피해자이다. 선녀 캐릭터는 작가와 PD가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네티즌은 막무가내로 이다해를 질타했다. 그만큼 분노가 컸다는 얘기이다.

미친 존재감 현상의 원동력은 외모만 출중한 스타에 대한 대중의 분노였다. 잘생기고 예쁘다는 이유로 너무나 쉽게 주연을 하고, CF 스타가 되어 막대한 돈을 받는 스타에 대한 반감이 실력을 보여준 조연에 대한 뜨거운 찬탄으로 표출되었다.

또 약자가 자신의 실력과 개성을 바탕으로 주연보다 빛나는 그 상황 자체가 대중에게 전복적 통쾌함을 선사한 것도 미친 존재감 신드롬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슈퍼스타K> 출연자에 대한 열광에도 이런 성격이 있었다. 그들은 기존 기획사의 오디션에서 배제되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런 이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에 대중은 짜릿함을 느꼈다.

이런 약자의 반란을 보는 일이 너무나 즐겁기 때문에 네티즌은 미친 존재감을 찾는 놀이에 몰두하게 되었다. 그래서 수많은 분야에서 미친 존재감이 봇물 터지듯 등장한 것이다. 주연급 스타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사람들이 약자에게 감정 이입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미친 존재감 열기도 계속될 것이다. 


 김명민·아이유가 ‘특별해진’ 이유

 
ⓒKBS 제공

김명민이 MBC 연기대상에서 단독 대상을 받지 못했을 때 거대한 반발이 일어났었다. 인터넷에서는 거의 민란 수준이었다. 김명민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그렇지 이렇게까지 그의 수상 여부에 대중이 분노할 이유가 있었을까? 그것은 함께 대상을 받은 사람이 송승헌이기 때문이었다. 네티즌은 이것을 스타와 실력이 격돌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였다. 아이유(사진)에 대한 이상 열기도 기존 아이돌 걸그룹의 실력에 대한 분노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요즘 대중 매체가 미친 존재감을 단순히 튀는 조연 정도로 해석해서 온갖 작품들의 연기파 조연만을 무조건 미친 존재감 계보에 올리고 있다. 조연만 미친 존재감일까? 애초에 미친 존재감 신드롬의 배경에 실력 없는 스타성에 대한 분노가 있었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실력을 상징하는 김명민과 아이유도 미친 존재감의 의미에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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