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급식에 ‘고기 반찬’ 사라졌다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3.07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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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가 올렸지만 물가 상승세 못 따라잡을 듯…식재료비 턱없이 올라 식단 짜는 데 애먹어

 

▲ 3월3일 서울 용산구 원효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배식받은 급식을 먹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학교 급식에 빨간불이 켜졌다. 식재료비 상승으로 인해 새 학기 급식 식단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역 파동으로 돼지·소 고기 가격이 껑충 뛰면서 학교 급식의 단골 메뉴인 ‘고기 반찬’이 사라지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돼지고기 가격은 지난 1년 사이에 80% 가까이 올랐다.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평균 돼지고기 지육 시세는 1kg에 6천5백20원으로 지난해 2월 평균값인 3천9백40원에 비해 2천5백80원가량 올랐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조류인플루엔자의 영향으로 닭고기와 달걀 가격까지 덩달아 뛰고 있다. 한국계육협회가 발표한 생닭 1kg의 값은 지난 2월 평균 2천4백75원으로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전보다 50%가량 오른 가격이다.

학교는 급식 식단 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서 책정한 급식 단가가 식재료비의 가격 오름세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식재료값이 끝없이 오르면서 교육청에서 책정한 급식비로 얼마나 양질의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 서울시교육청이 책정한 학생 한 명당 급식 단가는 2천4백57원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 시내 각 초등학교 급식 단가 평균인 2천2백70원보다 약 8%가 오른 수치이다.

급식비는 올랐다고 하지만, 급식비 가운데 인건비 등을 제외하고 남은 식재료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가령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의 경우 지난해 급식비 2천1백90원 가운데 1천6백95원이 식재료비였다. 올해 책정된 급식비 2천4백57원 가운데 식재료비는 1천8백92원이다.

급식 단가에서 식재료비가 2백원가량이 올랐지만 지난달만 해도 평균 4.5%가 오른 소비자 물가를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경기 지역 역시 마찬가지 사정이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영양교사는 “경기도 지역은 무상 급식으로 초등학생 전 학년이 급식비 2천100원을 지원받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 지원비를 포함하면 총 2천3백50원을 급식비로 지원받는다. 급식비 자체는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 하지만 관리비와 인건비 등을 제하고 나면 실질적인 식재료비는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다. 물가가 인상되었는데도 실질적인 식재료비 부분의 절대 금액이 요지부동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대체 메뉴 준비하는 곳 많아

경기도 안양서초등학교의 정명옥 영양교사는 “사실 급식비가 책정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급식 단가가 학교마다 다르다. 지자체나 교육청 지원 금액은 일정할 수 있어도 인건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각각 달라서 단위 학교마다 식품부의 절대 금액이 달라지게 된다. 요즘 물가 인상 폭을 20~30%가량으로 보고 있다. 구제역에 3월 물가 인상까지 겹쳐져서 실제 느끼는 것은 이보다 더 크다”라고 말했다.

정교사는 “보통 학교들은 3등급 한우를 급식으로 제공하는데 경기도 내 일부 학교들은 1등급 한우를 3등급 가격으로 지원받고 있다. 우수 축산물 지원 사업을 실시해 차액을 경기도가 지급하는 것이다. 올해 이 지원비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구제역 여파로 한우 가격이 크게 올라 고기 제공 횟수가 느는 식의 효과가 없다”라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교들은 고물가 속에서 어떻게 영양가 있는 식단을 짤 것인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제역 파동으로 급격히 가격이 오른 돼지·소 고기를 대체할 메뉴를 준비하고 있는 곳들도 많다. 서울 원효초등학교의 조은주 영양교사는 “현재 상황에 최대한 맞춰가면서 식단을 짜기 위해 노력한다. 고기류 값이 많이 올랐지만 무작정 고기 메뉴를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메뉴에 들어가는 돼지고기의 양을 80g에서 50g으로 줄이는 식으로 대응한다”라고 말했다.

조교사는 ‘물론 고기를 대체할 메뉴도 고민하고 있다’라며 원효초등학교의 3월 식단표를 보여주었다. 이 학교의 지난해 3월 식단과 올해 3월 식단을 비교해서 살펴보니 지난해의 ‘레귤라 핫도그’가 올해는 ‘잡곡 핫도그’로 바뀌는 등 고기를 대체하는 메뉴 변화가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조교사는 “봄나물비빔밥의 경우에는 지난해에 들어갔던 고기를 대체해서 오징어를 넣었다. 또 고기가 포함되어 있던 구절판을 고기를 없앤 무오절판으로 바꾸었다”라고 덧붙였다.

영양교사들의 노력에도 ‘학교 급식에서 고기 공급이 줄면 당연히 학교 급식이 영양적으로 부실해지는 것 아니냐’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취재를 통해 만난 대다수 학교 영양교사들은 “학교 급식의 식단을 짤 때에는 반드시 법적 영양량을 준수한다”라는 식으로 답했다.

안양서초 정명옥 영양교사는 “영양공급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 식단 구성 레시피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법적영양량을 준수해서 식단을 짜고 있다. 물론 돼지고기 공급이 어려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닭고기를 쓴다든가 수산물로 대체한다든가 하는 방법도 찾고 있다”라고 답했다. 전남 지역 초등학교 영양교사인 전 아무개씨는 “고기 공급은 영양 측면보다는 기호 측면에서 보아야 한다.

아이들이 고기를 선호하기 때문에 고기 공급이 줄어들면 아무래도 급식에 대한 아이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학교 급식의 질 하락은 아이들의 기호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라고 말했다.

새 학기 급식이 시작된 지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았다. 학교 급식에 대한 우려는 학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교육 당국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현재 교육 당국은 학교가 급식업체들과 납품 계약을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일단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안승호 서울시교육청 급식 담당 사무관은 “최근 급식 단가에 대해 많이들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예산은 지난해 말에 편성된 것이고, 한순간의 외부 영향에 따라 쉽게 바꾸기는 어렵다. 올해 급식 단가는 지난 2월에 있었던 무상 급식 시연회 단가로 책정해서 잡은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다. 정말 문제가 된다면 추경예산을 통해 물가를 따라잡을 수도 있을 것이지만 차차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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