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은 개신교인 아니길....”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3.0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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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 인명진 목사 인터뷰 / “수쿠크법 영향에 대해 솔직히 말하는 편이 옳아”

 

ⓒ시사저널 이종현

정치판이 또 시끄럽다. 수쿠크 법안 처리 문제를 둘러싸고 이명박 정부와 국회가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더니, 급기야는 개신교계까지 이 판에 뛰어들었다. 개신교 일부 목사들이 대통령의 하야를 말하고, 국회의원 낙선 운동을 거론하자, 한때 비등했던 수쿠크법 처리 가능성은 거짓말처럼 일거에 수그러들었다. 당장에 “이명박 정부가 결국 개신교에 무릎을 꿇었다”라는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이 정치권과 개신교계에 내리꽂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가 인명진 갈릴리교회 담임목사를 찾아간 것은 다분히 조건반사적이었다. 인목사는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으로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을 치르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과 한나라당의 승리에 일정 부분 ‘기여’한 바 있다. 개신교계의 원로 목사로서, 여당의 전 윤리위원장으로서 그의 날 선 한마디는 현재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는 정치권과 종교계에 뼈아픈 자성의 목소리로 박혀온다. 지난 3월2일 갈릴리교회로 찾아가 인목사를 만났다.    

개신교의 수쿠크법(이슬람 채권법) 반대 목소리가 비등한 가운데서, 오히려 인목사는 개신교를 향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왜인가?

솔직히 나는 수쿠크법에 대해서 정확히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수쿠크법에 대해서 찬성이냐, 반대냐 하는 것은 좀 더 정확히 알아본 뒤에 판단하겠다. 다만 이 법에 대해서 강하게 반대하고 나서는 개신교계의 그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말하는가?

개신교계가 반대하는 목소리에 명분이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돈이 이슬람 테러 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거나, 또 자칫 이슬람 문화가 우리 사회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나라의 전통적 문화와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 정도 명분으로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겠나. 차라리 ‘혹시 이것 때문에 우리 교세가 약화되지나 않을까’ ‘이것 때문에 이슬람 포교가 강화되지나 않을까’ 하는 이유로 반대하는 것이라고 솔직히 말하는 편이 옳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자칫 국민들로 하여금 ‘개신교 이기주의’로 비치는 오해를 살 수 있다. 개신교가 개신교 이해관계에 빠져서 반대하면 안 된다. 그래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 또 반대하는 방법에도 심각한 잘못이 있다. 반대를 하는 정당한 이유를 대야지, 개신교인들이 당에 찾아가서 의원들을 상대로 낙선 운동을 하겠다고 협박하고, 이래서야 되겠나. 개신교에게 불리하게 하면 개신교가 나서서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이런 식의 오만함은 안 된다.

조용기 목사는 대통령 하야를 언급하기도 했다.

나도 사실 그 설교 자리에 있었다. 그 말은 마치 ‘우리가 대통령을 도와줬는데 어떻게 대통령이 감히 우리 말을 안 들을 수 있나’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더라. 목사인 나조차 그런데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나. 가뜩이나 현 정권이 개신교 편향적이라는 시선을 받고 있는 판국인데, 영향력 있는 원로 목사의 그런 말은 대통령을 더 궁지로 몰아가는 형국이다. 만약에 이대통령이 진정으로 ‘따져보니까 (수쿠크법이)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되어서 결국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겠다’라는 판단을 내리고 철회했다고 치자. 과연 국민들이 그렇게 받아들일까. ‘대통령이 결국 개신교의 협박을 받아서 무릎 꿇고 굴복했구나’라고 받아들일 것이다. 이미 상황을 우리 개신교 스스로가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개신교에도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나라에도 도움이 안 되는 부적절한 발언이었다.

그런 비판 여론 때문인지, 하야 발언 이후 개신교의 강한 목소리가 다소 주춤하는 듯한데.

사회적으로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니까 당장 겉모습만 그럴 뿐, 속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우리 개신교가 미국 근본주의 신학을 따왔기 때문에 다른 나라 개신교보다는 훨씬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가지 말라는데도 굳이 중동에 가서 선교하고, 불교 사찰 가서 땅 밟기 하고…. 세상에 이런 개신교가 어디 있나. 한국 개신교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우리 교계 내에서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숫적으로 우위에 있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가 (법안 추진을) 못할 것으로 본다.

역대 대통령 중에 김영삼 전 대통령도 교회 장로였다. 하지만 유독 현 정부에서 개신교 편향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내가 보기에 이대통령은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과정에서 교회와 너무 밀착된 모습을 보였다. 교회마다 다니며 간증을 한다든가, 교회 집회에 영상을 보낸다든가 하는 그런 행동, 또 간혹 다른 종교를 다소 폄하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모습을 보인다든가 하는 행동들이 오히려 현 정권에 계속 부담이 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일부 개신교인들이 “장로 대통령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식으로 교회를 자꾸 정치로 끌어들이고, 또 정치인들은 그런 교회를 이용하고 했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이대통령도 속으로는 개신교 때문에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얼마 전에 들은 얘기이지만, 이대통령이 무슨 위원의 위원장을 물색하던 중 아주 적합한 분을 발탁했는데, 주변에서 개신교 장로라는 이유로 반대를 해서 결국 무산되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반드시 다음 대통령은 절대 개신교인이 아닌 정치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지금 개신교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그런 분위기를 느끼는가?

그렇다. 결국 우리 스스로 자초한 꼴이다. 개신교가 너무 성장을 해서, 이제는 교회가 가진 자가 되었고 권력이 되어버렸다. 과거 민주화 운동에 앞장서고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교회는 어디로 가고, 지금의 국민들 눈에는 대형 교회만 보이고, 떵떵거리는 성직자들만 보이고, 대통령과 어울려서 밥이나 먹는 목사들만 보인다. 그러니까 국민들이 실망을 안 하겠나. 나 역시 주변에서 “왜 개신교 목사 중에는 김수환 추기경이나 이태석 신부, 법정 스님 같은 존경받는 분들이 없나”라는 말을 들을 때면 낯이 뜨거워진다.

인목사에게는 여전히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이 숙명처럼 따라 다닌다. 현 정부에 대한 여러 가지 비판을 들으면 어떤 심정이 드는가?

당연히 마음이 안 좋다. 솔직히 나 또한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대통령에게 또 한마디 안 할 수가 없다. 이대통령은 마치 자랑처럼 “나는 정치를 안 한다”라고 말하는데, 정치 안 할 것이면 대통령 왜 했나. 장관만 하지. 정치가 무엇인가. 의견이 다양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다 듣고 포용하고 타협하고 정리해서 하나 된 목소리로 모아나가는 것, 그게 정치이고 대통령이 할 일 아닌가. 그런데 그걸 안 하겠다니,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나는 솔직히 이대통령이 이 정도로까지 소통을 안 할 줄 정말 몰랐다.

잠깐이나마 정치권에 몸담은 것을 후회하는가?

아니다. 한나라당이 후회하겠지.(웃음) 내가 상당히 당내를 휘젓지 않았나. 하지만 종교인으로서 나는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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