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되지 않는 통일교 ‘2세’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3.07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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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문선명 총재                                                                                        ⓒ연합뉴스(아래 왼쪽) 3남 문현진                                                                                   ⓒ연합뉴스(아래 가운데) 4남 문국진                                                                    ⓒ시사저널 임준선(아래 오른쪽) 7남 문형진                                                                 ⓒ시사저널 사진자료

통일교 문선명 총재의 아들들 사이에 알력이 표면화하고 있다. ‘사탄’ ‘타락한 천사장’ 같은 극단적인 말들이 쏟아지고, 최근에는 문총재의 4남인 문국진 통일그룹 회장측이 3남인 문현진 회장의 측근 인사를 검찰에 고소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형제간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후계자 주도권 다툼의 부산물’로 보기도 한다. 문총재의 중재에도 가열되고 있는 ‘2세들의 전쟁’ 내막을 추적했다. 

 

 

▲ 운영 자금 문제로 형제간 다툼의 도마에 올라 있는 통일교 소유의 워싱턴타임스 편집국. ⓒ시사저널 우태윤
‘포스트 문선명’ 자리를 놓고 통일교 2세들 간 알력이 본격화하는 것인가. ‘사탄’이나 ‘타락한 천사장’이라는 용어가 나오고 교회 재산을 둘러싼 법적 다툼이 발생했다. 고소·고발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통일교 안팎에서는 “통일교라는 우산 속에 가려져 있던 내부의 알력이 2세 체제로 전환되면서 밖으로 불거지고 있다”라고 평가한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는 지난 2월7일 통일교 인사인 김 아무개씨를 기소했다. 김씨는 통일교 4남인 문국진 통일그룹 회장과 관련된 허위 사실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3남인 문현진 국제통일교회재단(이하 UCI) 회장의 측근 인사로 알려졌다. 한동안 잠잠했던 3남과 4남의 갈등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점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시사저널>이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씨는 최근 통일교 대학생 선교 단체인 ‘월드카프’(옛 세계원리연구회) 사이트에 UCI의 성명서를 게재했다. ‘4남인 문국진 회장이 일본 헌금으로 워싱턴타임스의 운영 자금을 지원했다’라는 내용이다. 이에 문국진 회장은 김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문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사실 확인도 없이 허위 사실을 올렸다. 나를 비방할 목적이라고 본다”라고 진술했다. “워싱턴타임스를 지원할 명목으로 일본에서 헌금을 걷은 사실이 없다”라는 일본 통일교 관계자의 진술서도 제출했다. 고소당한 김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검찰은 김씨를 벌금 100만원에 약식 기소했다.

워싱턴타임스 문제가 2세 다툼의 시발점 돼

통일교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을 2세 다툼의 연장선에서 바라보고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문선명 총재의 3남과 4남이 최근 미국 워싱턴타임스 운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그 앙금이 고소 사태로 확산된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워싱턴타임스는 지난 1982년 미국에서 창간한 우익 보수 신문이다. 그동안 문현진씨가 UCI를 통해 운영했다. 발행 부수는 많지 않지만, 워싱턴 정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대통령도 지난해 6월26일 이 신문에 기고문을 실었다. 하지만 경영은 지난 2009년 이후 악화되었다. 결국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통일교는 지난해 11월 부채와 인력을 떠안는 조건으로 문현진 회장으로부터 워싱턴타임스를 1달러에 사들였다.

문현진씨는 이 신문의 경영난이 악화한 원인을 4남에게 돌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6월 통일교 신도들에게 보낸 글에서 “문국진 회장이 의도적으로 재정 지원을 끊어 경영이 악화되었다”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에 문국진 회장은 “지원한 자금이 다른 용도로 쓰였다. 자금이 없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라고 반박했다. 워싱턴타임스 문제가 2세 다툼의 시발점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3남측의 인사가 4남을 비방하는 글을 인터넷에 게재한 것이다.

이번 사건을 조사한 검찰이나 피의자 김씨도 두 사람이 갈등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문현진 회장의 측근으로 확인되었다.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김씨도 검찰 조사에서 “문국진측에 사실 여부를 확인한 것은 아니다. 형제간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이같은 소문이 나서 성명서를 게재하게 되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총재, 2009년 7남을 공식 후계자로 지목 

▲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에 위치한 통일교 세계본부교회. ⓒ시사저널 유장훈
왜 이같은 형제간 다툼이 발생한 것일까. 시곗바늘은 지난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전까지만 해도 문현진 회장은 통일교의 후계자 1순위로 지목되었다. 그는 2005년 월드카프의 세계회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통일교의 핵심 기관 중 하나인 UCI 회장과 천주평화연합(UPF) 공동의장 자리에도 올랐다. 하지만 미국에 머무르던 4남 문국진 회장과 7남 문형진 회장이 귀국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문국진씨는 1조 7천억원규모의 통일교 산하 기업을 총괄하는 통일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문형진씨는 통일교 본부교회 당회장을 거쳐 통일교 세계회장에 올랐다. 통일교의 핵심인 기업과 종교 부문을 두 사람이 움켜쥔 것이다. 두 사람이 전면에 등장한 이후 문현진씨는 NGO(비정부 기구) 사업 부문과 통일교 미국 사업 책임자로 밀려났다.

지난 2009년 1월에는 문총재가 현진씨 대신 형진씨를 공식 후계자로 지목했다. 문총재의 구순 생일잔치를 겸한 자리에서였다. 이에 현진씨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내분이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현진 회장은 통일교의 틀을 넘는 초종교 운동을 줄곧 주장했다. 이런 모습들이 내부적으로 반발을 산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문총재는 2010년 6월 “세계통일과 천주통일 선교본부의 공문만 인정한다. 상속자는 문형진이다. 그 외 사람은 이단자이며, 폭파자이다”라고 선포했다. 문총재는 이렇게 함으로써 ‘후계’ 논란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지만 허사였다. 2세들 간의 다툼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 문선명 총재 가계도*전체 자녀 중 통일교 관련 직책을 맡고 있는 자녀들만 표시했음.
 

 통일교가 최근 공개한 내부 문건에서도 이런 정황을 엿볼 수 있다. 이 문건들에 따르면 문총재는 지난 2009년 8월, 현진씨에게 UCI 이사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현진씨는 이를 거부했다. 오히려 통일교와 관련된 내용을 UCI 정관에서 삭제했다. 현진씨가 개인적으로 설립한 글로벌피스페스티벌(GPF) 재단에 UCI 자산을 기부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에 앞서 현진씨는 기존 사외이사인 주 아무개씨와 김 아무개씨를 해임했다. 대신 장인인 곽정환씨 등 두 명을 이사회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이 과정에서 법적 소송도 불거졌다. 해고된 주 아무개씨는 지난 2009년 10월 UCI 계열 회사인 워싱턴타임스항공(이하 WTA)의 자금 2천100만 달러를 통일교선교회 재단에 빼돌린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에 피소되었다.

통일교에 30년간 몸담았던 이영선 목사(통일교대책협의회 사무총장)는 “문현진 회장은 워싱턴타임스 고위 간부에게 문형진의 지침보다 자신의 지침을 우선적으로 따를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불응하자 전격적으로 해고 조치했다. UCI 등을 개인화하는 과정에서 퇴진 요구를 받았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목사는 문현진 회장이 조직에서 축출당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통일교에서는 문선명 총재의 말이 곧 법이다. ‘참부모’(문선명·한학자 부부)의 말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문총재는 지난 2009년과 2010년에 문형진씨를 후계자로 지목했다. 신도들은 이 말을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문현진씨를 압박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회 내부에서 문현진씨와 장인 곽정환씨가 타락한 아담과 천사장으로 묘사되고 있다. 내부에서 문형진씨와 문국진씨를 지지하면서 반대파인 현진씨와 장인인 곽정환씨가 설 자리를 잃었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곽정환씨가 최근 석연치 않은 이유로 통일교 관련 직책을 내놓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는 ‘통일교의 2인자’로 통했다. 문형진씨가 후계자로 부각되기 전까지 통일교 세계회장도 지냈다. 세계일보 사장, 선문학원 이사장, 미국 워싱턴타임스 회장, 통일그룹 한국회장 등 통일교 요직을 두루 거쳤다.

기독교계의 반대에도, 피스컵을 국제축구연맹(FIFA)의 공식 국제 대회로 승인받게 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이후 교회 관련 직책을 대부분 내놓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사위인 문현진 회장이 후계 구도에서 배제된 시기와 일치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지난 1월17일자로 발송된 통일그룹 뉴스레터에는 ‘곽회장의 천사장 사명 실패, 사탄이 된 이유’라는 내용이 게재되어 있다. 곽 전 회장의 퇴진 역시 후계 구도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통일교측, 답변 요구에 “지금은 곤란하다”

최근 공사가 중단된 파크원 사태 역시 마찬가지다. 파크원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22번지 일대에 각각 72층과 56층짜리 건물이 들어서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공사 비용만 2조원대에 달한다. 땅 주인인 통일교와 시행사 Y22는 지난 2005년 지상권 설정 계약을 맺었다. 향후 99년간 땅을 사용할 권리를 주고, 공시지가의 3.5%를 받는 내용이다. 이후 계약은 5%로 상향 조정되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통일교가 ‘계약 무효’를 선언하면서 공사는 ‘올 스톱’된 상태이다. 통일교측은 “주무 관청의 허가 없이 재단법인의 재산에 대해 지상권을 설정한 행위는 무효이다”라고 소송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5년이나 지난 시점에서 계약을 문제 삼을 명분이 약하다고 말한다. 탁지일 교수는 “지상권 계약은 곽 전 회장이 주도했다. 3남 문현진과 곽 전 회장을 퇴출시키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는 차원으로 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문현진·문국진 씨와 곽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UCI측과 통일그룹, 통일교측에 연락했으나 들려오는 답변은 “지금은 곤란하다”라는 것이었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후계 문제에 대해 우리가 나서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했다.


 장남 문효진씨와 3남 문현진씨의 ‘닮은꼴’ 행보

통일교의 후계자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전까지만 해도 문선명 총재를 이을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은 따로 있었다. 장남인 문효진씨(2008년 사망)였다. 하지만 그는 사생활 문제가 언론에 불거지면서 교계를 떠나야 했다. 이후 후계 구도에서도 배제되었다.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서 통일교 계열 인사의 딸과 재혼했다. 지난 2005년에는 서울 압구정동에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

통일교와는 무관한 개인 회사였다. 통일교의 한 관계자는 “전 부인이 결혼 생활 동안 벌어진 각종 사생활을 폭로성 수기로 발표했다. 미국 언론이 이를 부각시키면서 후계 구도에서 밀려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야인 생활을 하던 효진씨는 지난 2008년 심장마비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2남인 문흥진씨와 6남 문영진씨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5남 문권진씨는 현재 통일교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

최근 주목을 받는 3남 현진씨 역시 한때는 유력 후계자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4남과 7남에게 사실상 후계 자리를 내준 상태이다. UCI그룹 회장을 제외한 모든 직책이 형제들에게 넘어갔다. UCI 회장직도 현재 지속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효진씨와 처지가 비슷한 셈이다. 현진씨는 최근 교단의 반대에도 GPF 재단을 설립했다. 이 역시 교단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효진씨와 ‘닮은꼴’이다. 통일교 인사의 딸과 결혼한 점도 같다. 

물론 실상을 들여다보면 정반대이다. 현진씨는 최근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을 잇달아 방문했다. 자신이 평소 주장해 온 ‘초종교 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였다. 후계 구도에서는 한 발짝 비켜난 상태지만, GPF 재단을 통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효진씨의 경우와는 차이가 있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최근 미국에서 문현진 회장의 최측근을 만난 적이 있다. 호락호락하게 무너질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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