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경험에 따르면 절반 이상의 학생들의 고민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싶다는 문제로 귀결된다. “나는 매일 저녁마다 내가 좋아하는 동아리 활동을 하며 대학 생활을 즐기면서 A+ 학점을 받고 싶어요” 또는 “나는 고시 공부를 해서 합격하는 동시에 작가로서 문단에 등단하고 싶어요”라는 식이 나를 찾아오는 학생들 고민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생각해보라. 고등학교 때 모든 것을 희생해서 꿈에 그리던 대학에 진학한 이 젊은이들은 얼마나 하고 싶은 것이 많겠는가? 하지만 이런 고민들에 대한 내 답은 “미안하지만 동시에 그렇게 많은 것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나를 희생하고 하나에 집중해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경제는 2008년도의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충격을 비교적 빨리 잘 극복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일자리가 부족해서 청년 실업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따라서 일자리의 창출과 경제의 성장은 올해에도 여전히 우리 경제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 경제에 일자리와 성장에 못지않은 큰 문제가 발생했으니, 바로 물가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의 성장으로 식량, 금속, 에너지 등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가 늘어나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올해에는 심지어 중동 정세의 불안으로 석유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니 정말 설상가상의 상황이다.
경제학적으로 물가를 잡으려면 이자율을 올려서 시중의 자금을 회수하고 환율을 낮춰서 수입 가격을 낮추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처방이다. 그러나 이자율을 올리면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고 빚을 내어 부동산을 구입한 사람들도 부담이 늘어난다. 환율 또한 낮추게 되면 수출이 어려워진다. 결론적으로 물가를 잡자니 일자리가 줄어들고 성장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정부도 괴로울 것이다. 꿈을 안고 대학에 들어온 신입생들과 같이 청와대와 정부도 이루고 싶은 꿈이 많을 것이고, 특히 물가와 일자리, 성장은 어느 것 하나 버리고 싶지 않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말이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바이다. 하지만 우리 학생들에 대한 충고처럼 현재 우리 정부에 대한 충고도 “미안합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가 둘 다 놓칠 수도 있습니다”가 아닐까? 정부 당국도, 우리 국민들도 조금 욕심을 줄이고 희생하며 참는 지혜가 필요한 한 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