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은 미래의 땅”‘중국 대장정’승부수 던지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3.21 21: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화 김승연 회장, 통합법인 한화차이나 설립 박차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시사저널자료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새로운 승부수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오는 5월께 중국 통합법인인 한화차이나를 출범시킬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한화의 중국 통합법인 설립은 한화의 중국 사업이 또 다른 차원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한화그룹에도 삼성그룹 중국 본사, SK그룹의 SK차이나 같은 중국 헤드쿼터가 신설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움직임은 올해 초 김회장의 신년사에 예고되어 있었다. 김회장은 당시 “중국 지역 사업장에 더 큰 관심과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한화 가족으로 새 출발한 한화솔라원을 비롯해 닝보 PVC공장, 중국 내 보험 영업을 준비 중인 대한생명에도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중국 텐진의 전략적 사업 기지 육성 계획도 새로운 글로벌 사업 기회를 창출하기 위한 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다. 차이나 본사 설립부터 태양광 공장 증설, 명품 백화점 출점, 자산운용업 진출까지 다양한 시너지 제고 방안을 검토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화 가족으로 새 출발한 한화솔라원’은 한화의 중국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다.

한화의 중국 프로젝트는 단순히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차원을 넘어서서 그룹의 신수종 사업 발굴과 겹쳐 있다. 한화는 1998년을 전후로 한 구조조정기를 거치면서 석유화학 분야와 금융 분야, 레저와 호텔 분야 등으로 사업 부분이 재편되었다. 이 가운데 석유화학 등 제조업 분야의 주력은 한화케미칼을 근간으로 한 석유화학 제품 생산이다. 여기에 김승연 회장은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와 태양광 사업을 택했다.

그동안 한화케미칼은 태양전지셀을 생산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점진적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의 세계적인 태양광업체 솔라펀(현 한화솔라원)을 4천3백억원에 전격 인수하면서 단숨에 세계 태양광업계의 리딩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솔라펀은 중국 상하이 인근 치동 산업지구에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는 회사로 생산 능력 기준으로 태양광셀 부문 세계 10위권, 모듈 기준으로 세계 4위 업체이다. 한 번의 인수·합병(M&A)으로 단숨에 세계의 주목을 받는 태양광 기업으로 떠오른 것이다.

장남 김동관 차장 행보도 넓어져

솔라원의 주요 제조 설비는 중국 상하이 인근 치동 산업지구에 있다. 한화의 주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중국 닝보에 3년간의 공사 끝에 PVC 공장을 세우고 지난 2월부터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상업 생산을 시작한 것은 한화케미칼이 명실상부하게 중국 내수 기업이 되었음을 알리는 것이다. 게다가 저장 성 쪽에서는 한화그룹의 금융축인 대한생명이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렇게 중국 내수 기업화되는 한화의 사업장을 하나로 묶기 위해 한화차이나를 설립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바로 김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 회장실 차장(28)의 경영인 데뷔이다. 김회장은 김차장의 경영 수업에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뒤 공군 장교로 군 복무를 마치고 2010년 1월 한화에 입사한 김차장은 입사 직후 김회장이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그를 동행해 3세 경영 수업이 공식화되었음을 알렸다.

이후 지난해 9월 김회장이 중국 저장 성 항저우 시에서 짜오홍쭈 저장 성 당서기와 면담했을 때에도 김차장이 배석했다. 한화는 올해 말 영업 개시를 목표로 대한생명과 저장성국제무역그룹의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 김차장은 지난 3월5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타워에서 열린 한화솔라원의 ‘클로징 벨 세리모니’에 참석했다. 한화가 인수한 세계 4위 규모의 태양전지회사인 중국의 ‘솔라펀 파워 홀딩스’의 나스닥 상장 이름을 한화솔라원으로 바꾸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행사였다. 김차장은 이 자리에 한화솔라원 이사 자격으로 참석했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도 김차장은 실제적으로도 의미 있는 그룹 계열사 지분을 이미 갖고 있다. 그룹의 모태인 ㈜한화에서 김차장은 김승연 회장(22.46%)에 이어 2대 주주(4.44%)이다. 또 한화그룹의 IT 계열사인 한화에스앤씨의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한화에스앤씨는 광고대행사인 한컴의 지분 69.87%를 갖고 있고 군장열병합발전㈜의 지분 100%를 갖고 있다. 군장열병합발전은 여수열병합발전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등 알짜 계열사이다. 한화그룹 지분 3세 승계를 위한 계열사 지분 거래는 지난 2005년부터 시작되었고 사실상 끝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제값을 낸 적법한 거래였냐는 이의 제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김회장은 1981년 한화그룹 회장에 취임한 이후 인수·합병 승부수로 현재의 한화그룹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부친의 갑작스런 별세로 한국화약이라는 회사를 물려받은 29세 청년은 인수·합병을 통해 화약회사를 30년 만에 금융과 중화학, 서비스, 태양광 분야에서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일구어냈다. 그 사이사이 기업 경영 외적인 일로 사회면과 정치면을 꾸준히 장식하는 빈도도 다른 재벌 그룹 회장을 압도(?)하는 등 지나친 활동력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김회장은 10년 단위로 한 번씩 대형 인수·합병 작업에 힘을 쏟아왔다. 지난해 솔라원 인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서곡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김승연 회장의 ‘쇼핑’ 목록

■ 1981년 8월 한화그룹 제2대 회장 취임, 당시 자산 규모 5천억원, 19개 계열사.

■ 1982년 12월 한양화학 및 한국다우케미칼코리아(현 한화케미칼) 경영권 인수.

■ 1985년 12월 정아그룹(현 한화호텔&리조트) 인수.

■ 1986년 12월 한양유통(현 한화갤러리아) 인수.

■ 1992년 10월 그룹 창립 40주년을 맞아 한국화약그룹에서 한화그룹으로 명칭 변경.

■ 1996년 1월 헝가리 엥도수에즈 부다페스트 은행(현 헝가리 한화은행) 인수.

■ 1998~1999년 구조조정기.

  - 한화에너지 정유 부문, 한화 바스프 우레탄 등 매각

  - 1997년 대비 계열사 수 32개사→15개사, 자산 12조원→ 7조8천억원대.

■ 2002년 12월 대한생명, 신동아화재(현 한화손해보험) 인수.

■ 2010년 2월 한국 푸르덴셜증권 및 푸르덴셜자산운용 인수.

■  2010년 8월 나스닥 상장 업체인 중국의 솔라펀파워홀딩스(현 한화솔라원) 인수. 

■  2010년 말 한화그룹 자산 규모 81조원(금융 자산 제외할 경우 24조5천억원) 계열사 44개.

  - 매출액 30조원.

  - 제조 건설 부문 매출 29조1천억원, 금융 부문 15조5천억원, 서비스 레저 부문 1조5천억원.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