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학자 약진 두드러지다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3.2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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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주·영천·경산·청도

 

▲ 경북 경주 시내 ⓒ경주시 제공

경주는 ‘천년 고도(千年 古都)’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화의 향기가 곳곳에 배어 있을 뿐만 아니라 물산이 풍부하고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많이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본관별로 성씨의 분포를 보면 ‘김해 김씨’ ‘밀양 박씨’ ‘전주 이씨’에 이어 ‘경주 김씨’ ‘경주 이씨’ ‘경주 최씨’가 인구 숫자 상위 10위 내에 차례로 올라 있다. 또한 경주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의 종류가 87가지로 최다이며, 이들 87개 성을 가진 인구를 합치면 역시 전국 1위이다. 이처럼 경주 사람들은 큰 세력을 형성하고 있고 그에 못지않게 자부심도 대단하다.

경주의 자랑으로 전해 내려오는 ‘최부자 집’은 4백년 동안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집안이다. 최부자 집에 전해오는 가훈은 진사 이상의 벼슬을 맡는 것을 금하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고 했다. 찾아오는 과객을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에 남의 논밭을 사들이지 못하게 했다. 며느리는 3년 동안 무명옷을 입고 사방 100리 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
집안의 마지막 부자였던 최준(1884~1970년)은, 독립군 자금을 제공하다 체포되어 모진 고초를 겪었고 마지막으로 전 재산을 대구대학교(영남대학교의 전신)에 기부했다.

 

한국 문학 거목 김동리·박목월의 고향

소설가 고 김동리 선생과 시인 고 박목월 선생은 경주가 낳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인이다. 두 사람은 출생 연도가 1913년과 1916년으로 비슷하다.

김선생은 문필 활동을 하며 강단에도 서 한국문인협회 이사장과 중앙대 예술대학장을 지냈다. 소설가 손소희씨와 사별한 후 역시 소설가인 서영은씨가 그의 노후를 뒷바라지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대한변협 회장을 지낸 김평우 변호사가 차남이다.

조지훈, 박두진과 함께 청록파(靑鹿派)의 1인인 박목월 선생. 각기 시작법(詩作法)은 다르지만 자연을 바탕으로 인간의 염원과 가치를 성취하겠다는 공통적 주제로 시를 썼던 세 사람은 1946년 <청록집>을 펴내면서 청록파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박목월은 향토적 서정으로 한국인의 전통적 삶을 민요풍으로 노래했다. 서울대 국문과 명예교수인 박동규씨가 박목월 시인의 장남이다.

 

닥종이 인형으로 유명한 김영희씨, 영화감독 강우석씨, 정치인 유시민씨의 누나인 소설가 유시춘씨, 대우 김우중 전 회장의 부인인 정희자 서울아트선재센터 관장, 건강 전도사 황수관씨가 모두 경주 사람이다.

정치권에서는 무소속의 정수성 의원이 경주 지역구 출신으로 18대 국회에 들어가 있다. 경주 선거구에서는 정종복 변호사(경주 월성초등-신라중-부산고-서울대 행정학과)가 17대 의원을 지냈고 18대 총선에서는 김일윤 무소속 후보에게 패했다. 그런데 김일윤 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몇 개월 만에 금배지를 내놓았다. 김일윤 전 의원은 고시학원 운영을 시작해 경주실업전문대와 경주신라고를 설립했고 경주대 총장을 지낸 교육 사업가로, 12대 국회에서 첫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13대에는 민정당 소속으로, 15대 무소속, 16대 한나라당 소속으로 여의도에 진출했다. 이제는 정치의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의원의 낙마로 생긴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치러진 2009년 4·29 재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은 정종복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를 등에 업은 정수성 후보가 맞붙었다. 갑종 간부 후보생 출신으로 임관해 1군사령관(육군 대장)까지 오른 정수성 후보는 박 전 대표의 안보특보를 지냈으며 한나라당 주류 핵심인 정종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됨으로써 다시 한번 ‘박근혜의 힘’을 확인시켰다. 정의원은 당선된 후 얼마 지나지 않은 6월에 한나라당에 입당 신청을 했으나 그의 입당 문제는 지금까지 결말이 나지 않아 현재까지 무소속으로 남아 있다. 내년 총선에는 한나라당 후보로 정종복 변호사와 김석기 오사카 총영사(전 서울경찰청장)가 거명되고 있다. 영일 출신인 김총영사는 경찰청장 내정자로 올랐다가 ‘용산 참사’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었다.

 

경주 출신 정치인 가운데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의 행보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3월8일 ‘진보개혁모임’이라는 조직이 출범했다. 대외적으로 엄중한 중립을 표방한 이 모임은 일약 민주당 내 최대 조직으로 부상했다. 앞으로 대선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에 상당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모임과 야권 ‘잠룡’들 가운데 1위를 달리고 있는 유시민 원장과의 관계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한구 한나라당 의원(대구 수성 갑)은 경북중·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인회계사 시험과 행정고시에 합격해 한때 재무부에 몸담았고,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냈다. 이같은 경력을 바탕으로 16대 국회에 진출해 3선을 기록하고 18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맡아 보았다. 당 정책위의장으로 있으면서 ‘미스터 쓴소리’ ‘트러블 메이커’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할 소리는 다 하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경주 출신으로 유명한 학자이자 교육행정가가 있다. 일찌감치 미국으로 유학 가 MIT(매사추세츠 공과대학)에서 공부하고 MIT에서 강의를 하다 카이스트 총장으로 영입된 서남표 총장은, 대학 사회에 혁신의 돌풍을 일으킨 인물이다. 카이스트는 학생들에게 엄청난 공부를 시키는 등 포스텍과 자웅을 결하는 학교로 잘 알려져 있다.

이상주 교육공동체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직업이 ‘대학 총장’이라고 불린 인물이다. 총장직에 ‘18년’ 있었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6척 장신에 화통한 성격으로 대인 관계에서 포용력과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 그는, 서울대 교육행정학과를 졸업하고 중등학교 2급정교사 자격증을 갖고 있기도 하다. 대통령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을 지낸 후 강원대·울산대·한림대·성신여대 총장 등을 역임하고 대통령 비서실장,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도 맡았다.

 

대학 총장도 다수 배출

이 밖에도 김인환 총신대 총장, 정홍섭 신라대 총장,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과 교수, 임혁백 고려대 정외과 교수, 정종섭 서울대 법대 학장이 경주 출신 교육자이다.

이동건 부방 대표이사 회장은 선대로부터 엄청난 토지를 물려받은 재력가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로터리클럽 총재를 역임하고 현재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직을 맡아 직원들의 부정 사건으로 얼룩진 공동모금회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부심하고 있다.

경주와 인접한 경산·청도 선거구와 영천 선거구에는 한나라당의 최경환 의원과 정희수 의원이 자리 잡고 있다. 대구고-연세대 경제학과-미국 위스컨신 대학 경제학 박사인 최의원은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에서 근무했고, 한국경제신문 한경종합연구소 소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17대 국회에 진출해 박근혜 후보 경선대책본부 종합상황실장,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위 간사를 지냈다. 18대 총선에서는 78.5%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되어 당 수석정책조정위원장과 지식경제부장관을 지낸 중진이다.

백성운 의원(한나라당·고양 일산 동)과 송영선 의원(미래희망연대·비례대표)이 경산 출신이고, 청도 출신으로는 박보환 의원(한나라당·화성 을)이 있다.

 

정희수 의원은 영천에서 태어나 영천에서 초·중학교를 다니고 대구상고와 성균관대 사회학과를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 대학 경제학 박사이다. 대우경제연구소, 포스코경영연구소와 한국일보 백상경제연구원에서 활동하고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을 지냈다. 17대 국회에 진출하여 경북도당 위원장을 지냈고 18대 총선에서는 득표율 82%라는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다. 

엄홍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이 18대 총선에서 영천 선거구의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다. 또 영천 출신 18대 의원으로는 전재희 의원(한나라당·광명 을)과 현경병 의원(한나라당·서울 노원 갑)이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이 지역은 고위급 장성도 여러 명 배출했다. 앞서 언급한 정수성 의원 말고도 청도 출신의 박영하 전 2군사령관(육군 대장)이 있고, 김일생 국방부 인사복지실장(예비역 육군 중장)이 경산 출신이다. 특히 김실장의 경우에는 육사 출신들이 주로 기용되어오던 국방부 요직인 인사복지실장에 3사관학교 출신으로 임명된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육군 3사관학교 교장 출신인 손수태 미래연합 안보특보(예비역 육군 소장)는 경주가 고향이다. 청도 출신으로 헌법재판관을 지낸 김희옥 동국대 총장, 박우희 세종대 총장, 이효수 영남대 총장 이렇게 세 명의 동향인이 동시대에 유명 사학의 학사 행정을 책임지고 있는 것도 이목을 끄는 대목이다.

재계 인사로는 영천 출신인 윤종용 삼성전자 상임고문과 경주 출신인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이 눈에 띈다. 최회장은 최근 농협의 오랜 과제였던 ‘신·경 분리’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농협 개혁에 전기를 마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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