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심 공공 자전거‘한국 기술’이 관리한다
  • 히로시마·김진령 기자 (kjy@sisapress.com)
  • 승인 2011.03.28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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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ITS, 2년 전부터 도쿄·나고야 등에 무인 대여 시스템 수출

 

▲ 일본 히로시마 시 중심가 파르코 백화점 앞에 공공 자전거 무인 대여소가 설치되어 있다. ⓒ시사저널 김진령

자전거 선진국 일본에 국내 무인 자전거 관리 기술이 수출되고 있다. 자전거의 교통 부담률이나 자전거 타기 문화가 우리보다 훨씬 더 발전한 일본이 왜 우리의 자전거 관련 기술을 수입하는 것일까. 자전거에도 한류 바람이 부는 것일까? 한국의 유로ITS(대표 황호순)라는 회사는 지난 2009년부터 일본 도쿄와 나고야, 히로시마에 공공 자전거 관리 시스템을 수출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전철역이나 백화점 등에 주차장이 아닌 주륜장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자전거 이용자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도심에서는 무단으로 방치한 자전거를 시 당국에서 견인해가며 단속할 정도로 자전거 사용량도, 통행량도 많다. 그럼에도 ‘공공 자전거’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를 위해 한국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일본에서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은 14%

사실 일본은 자전거 보급 대수가 약 8천5백만대로 인구 0.7명당 1대꼴로 자전거가 보급되어 있다. 자전거의 교통수단 분담률도 14%에 이를 정도로 이미 자전거 대국이다. 그럼에도 공공 자전거 도입을 시작하는 것은 자전거 주차장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철역이나 백화점, 사무실 밀집 지역에 자전거 주차장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는 비용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또 공공 자전거는 편도 이용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 소유의 자전거나 자동차처럼 가지고 나가면 반드시 되가져와야 하는 부담이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미 프랑스 파리나 스페인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에서는 이런 무인 공공 자전거 대여 시스템이 정착되어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는 환경부와 도쿄 도와 나고야 시, 히로시마 시 등이 2009년부터 일본의 자전거 주차 시설기 제조업체인 NCD와 한국의 시스템회사인 유로ITS와 손잡고 단계적으로 실시에 나서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일본의 치밀한 준비 과정이다. 도쿄 도나 나고야 시 당국은 짧게는 두 달, 길게는 6개월 동안 시범 사업을 실시한 뒤 도시 교통 계획과의 통합 운영 체계 속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사용자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나고야 시는 시범 사업을 확대해 실시하기로 결정하고 준비하고 있다.

히로시마 시는 3월13일 공공 자전거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했다. 홍보는 전날 단 하루만 했음에도 첫날 오전부터 아홉 곳의 렌탈 사이트에서 자전거 대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등 출발부터 반응이 좋았다. 히로시마의 공공 자전거 렌탈 사이트는 히로시마 도심인 히로시마 역 앞 후쿠야 백화점, 파르코 백화점, 원폭 돔 등 사무실 밀집 지역과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3백~5백m 간격으로 세워졌다. 철도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진입한 시민이나 관광객이 렌탈 사이트에서 자전거를 빌려 반경 5km 이내의 도심 목적지까지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히로시마 시 공공 자전거가 채택한 운영 시스템도 참조할 만하다. 이들은, 운영자들이 월 회비(1천5백 엔)만 내면 빌린 뒤 30분까지는 무료로 쓸 수 있게 했다. 히로시마 시내의 렌탈 사이트 간 거리가 가장 먼 곳이라도 걸어서 30분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전거 이용자 대다수는 월 회비만 내면 도심 교통비가 추가로 들지 않는 셈이다.

한 달 회비를 책정하는 것에도 무수한 시뮬레이션 결과가 반영되어 있다. 도쿄 전철의 기본 요금은 1백30엔(우리 돈으로 1천7백50원)이다. 택시의 기본 요금은 7백50엔(1만100원) 정도로 국내에 비해 상당히 비싸다. 월 회비를 전철 요금의 여섯 배, 택시 기본 요금의 두 배 정도로 설정해 월 회비만 내면 한 달 도심 교통비 이상을 절약할 수 있다.

“사대문 안에서도 공공 자전거 도입해볼 만”

▲ 서울 용산구 한강대교 옆에 있는 자전거 무인 대여소. 주민등록증이나 휴대전화를 이용해 신분을 증명하고 3시간 이내에 무료로 자전거를 빌려 쓸 수 있는 시스템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공공 자전거가 도심 교통난 완화와 녹색 성장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나 마포구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미 일부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 한강대교 북단이나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주변에는 공공 자전거가 도입되어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가까운 거리에 여러 렌탈 사이트가 있음에도 운영 주체가 달라 자전거를 타고 갔다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와 반납해야 하는 등 사실상 반쪽짜리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이 사업의 확대를 꾀하던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입 감소를 우려한 택시 운송업체들이 반대해 사업 자체가 무산된 경우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 공공 자전거 사업의 국내 확산을 막는 가장 큰 장벽은 재정적인 부담이다. 녹색 성장 시대에 딱 들어맞는 도심 교통수단임에도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 사용료만으로 채산성을 맞추기는 어렵다.

유로ITS의 황호순 대표는 “프랑스에서는 사업자에게 도심 광고권을, 일본에서는 중앙 정부의 지원과 지방 정부의 지원, 민간 업체의 삼각 협력으로 재정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서울의 경우 사대문 권역인 종로구나 중구에서는 일본이나 프랑스의 사업 모델을 참조할 경우 도심 교통난을 해결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업 첫날부터 순조로운 공공 자전거 이용 현황 수치를 접한 히로시마 시의 공공 자전거 운영 사업자인 NCD의 우에다 진타로 부장은 “공공 자전거 이용을 늘리기 위해 일본 최대의 관광업체인 JTB와 손잡고 히로시마에 여행 온 관광객들에게는 패키지 안에 이틀짜리 공공 자전거 이용 티켓을 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벌여 사용률을 높일 것이다”라고 밝혔다.

일본에서 국내 무인 자전거 관리 시스템 기술을 수입해 갔지만, 일본 지자체의 녹색 교통에 대한 의지와 문제 해결 접근 방법은 우리에게 타산지석이 될 듯하다.


 자동차 무인 주차 시스템을 자전거에 적용한 ‘선두 주자’
황호순 유로ITS 대표는 누구인가

유로ITS는 애초에 자동차 무인 주차 시스템 사업자였다. 이 기술을 자전거 주차 시스템과 자전거 무인 렌탈 기술로 진일보시키면서 일본에도 진출하게 되었다. 이 회사는 지난 2007년 10월 서울 성동구 청계벽산아파트에 국내 최초로 자전거 50대의 무인 렌탈 시스템을 선보였다. 2008년에는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청계천, 동대문구청 등에 무인 렌탈 시스템을 공급했다. 한국 자전거 렌탈 사업의 대부분은 지자체가 발주한 사업이다. 사업 확산이 더딘 이유는 재정적인 부담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전거 대국인 일본이 무인 자전거 관리 기술을 수입하는 이유에 대해 황호순 사장은 “IT 기술을 접목한 우리의 기술 개발이 일본보다 빨랐다. 일본에서 공공 자전거 사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관련 기술을 상용화한 일본 기업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1.4%. 일본의 10분의 1이다. 프랑스에서는 ‘벨리브’라는 이름으로 공공 자전거 사업을 벌였는데, 실시 이전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 1.7%였던 것이 이후 2.9%까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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