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커피 브랜드 ‘뉴욕 상륙 작전’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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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베네’ 성공 스토리 / 3년 만에 업계 1위 차지…올해 8백호점 돌파·매출 2천억원 목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44)는 여전히 성공에 목말라 하고 있다. 가맹 점포 수가 5백개를 넘어서며 업계 1위를 차지했지만 그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한다. 오는 4월12일이면 카페베네가 문을 연 지 만 3년이 된다. 그에게 올해는 각별하다. 올여름 미국 뉴욕 맨해튼에 진출해 토종 브랜드가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커피 브랜드로는 최초로 상장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 예비심사 청구서를 낼 계획이다. 가파른 속도로 가맹점 수가 늘어나면서 상권 보호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시장의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 프리미엄 커피 시장 규모를 키워내는 것 또한 김대표에게 주어진 과제이다. 지난 3월31일, 카페베네 로데오점에서 그를 만나 그의 성공 비결과 그가 꿈꾸는 커피 시장의 미래에 대해 들었다.

 

▲ 지난 3월31일 서울 압구정동 카페베네 로데오점 앞에서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가 머그컵을 들어보이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이곳에서 성공해 해외로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야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지난해 중국에서 카베페네 브랜드 발표회를 열었다. 그때 반응이 ‘중국에서 통하겠느냐’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면 미국에서 성공해서 카페베네의 경쟁력을 입증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 눈에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이겠지만 이런 과감한 투자가 있어야 해외 진출에 성공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어 밀어붙이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가 해외 1호점 개설에 투자하는 비용은 50억원에 달한다. 해외 진출의 첫 신호탄이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큰 만큼 장소를 미국 뉴욕의 최대 중심지인 타임스퀘어로 정했다. 최근 카페베네 광고 모델인 배우 한예슬씨가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가맹점을 내고 싶다며 그를 찾아왔을 때에도 그는 뉴욕 맨해튼점의 성공이 우선이라며 기다려달라고 했을 정도로 해외 1호점 개설에 몰두하고 있다. 하지만 열에 아홉 명은 그의 해외 진출을 말린다. 그는 이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다. 3년 전, 그가 카페베네를 창업할 때에 그의 성공을 장담하는 이는 지금보다 더 적었기 때문이다.

당시 커피 프리미엄 시장은 ‘스타벅스’ ‘커피빈’과 같은 해외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었다. 브랜드 충성도가 대단했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어마어마하게 높았다. 그렇다고 성장성이 엄청난 커피 시장을 놓칠 수 없었다. 그는 스타벅스에 없는 것을 찾기 시작했다. 아이디어가 하나씩 떠올랐다. 스타벅스가 화려하고 완성된 인테리어를 갖추었다면 그는 고급스러움이 아닌 빈티지한 인테리어로 승부를 걸었다. 젤라토와 와플을 추가해 메뉴를 다양하게 했고, 독립적인 공간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위해 부스를 이용해 공간을 분리했다.

15년 프랜차이즈 경력에 스타 마케팅 더해

이것만으로는 부족했다. 낮은 인지도로 바닥을 헤매던 그에게 생산사업본부장이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엔터테인먼트와 손을 잡고 스타 마케팅을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투자가 이어졌다. 싸이더스와 손을 잡고 TV 광고와 간접광고(PPL)를 시작했다. 금세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김대표는 “가맹점포 수가 50개를 넘어서자 개설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를 뛰어넘을 수 있겠다는 확신도 이때 들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하루 평균 1.5개씩 점포가 새롭게 생겨났다. 매장이 문을 열기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소요되는 만큼 조직이 갖추어져 있지 않으면 감당하기도 벅찬 수요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이 되었다. 그동안 쌓아온 내공과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에 매장을 급속도로 늘려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97년, 게임기업체 ‘화성침공’과 외식업체 ‘왕삼겹닷컴’ ‘추풍령감자탕’을 연이어 성공시킨 베테랑이다. 3백호점 가까이 문을 열었다.

카페베네가 커피 시장을 장악하자 일각에서는 매각설이 나돌았다. 싸이더스가 치킨 사업에도 진출하자 조만간 카페베네와 계약을 끝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싸이더스가 손을 떼면서 카페베네 브랜드가 인수합병 시장에 4백억원 상당의 가격으로 시장에 나왔다는 소문이 구체적으로 돌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매장 수를 늘리기에만 급급해 상권 보호는 안중에도 없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가맹 점주들로부터 수십 건의 소송이 들어왔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그는 일단 매각설을 잠재우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 대우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었다. 동시에 상권 보호를 위해 상권의 범위를 좀 더 세밀하게 구획하는 정비 작업을 진행했다. 싸이더스와는 올봄 재계약을 맺어 내년 봄까지 마케팅 전략을 함께 펼쳐나가기로 했다. 그는 “처음에는 싸이더스와의 합작이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카페베네가 커피 시장 1위를 차지한 지금, 다른 엔터테이먼트 회사에서 제휴하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스타 마케팅을 표방한 디저트 프랜차이즈 ‘망고식스’가 문을 열어 경쟁 업체로 떠올랐다. 망고식스 대표는 김대표에게 스타 마케팅을 제안한 강훈 전 생산사업본부장이다. 그는 “강대표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고객을 속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선의의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오는 4월,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인다. 업종을 물어보자 ‘커피 브랜드는 아니다’라고만 했다. 커피 브랜드 시장을 일구어낸 주인공인데도 여전히 겸손하다. 그는 “미식가이거나 요리를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스스로 외식업계 전문가라고 평가하지 않는다. 외식업체에 몸담고 있지만 여전히 리스크가 큰 사업이다”라고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그렇지만 카페베네의 성장 가능성만큼은 확신했다. 그는 2015년에 카페베네를 매출 1조원대의 회사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대표는 “지금까지 가맹 사업에 몰두했다면, 이제는 직영점 사업과 커피 유통과 제품 생산으로 폭을 넓힐 계획이다. 올해에는 틈새시장인 고속도로 휴게소나 대형 쇼핑몰, 대학교 안으로 파고들 것이다. 올해 매출 2천억원을 거둔다면 2015년에는 매출 1조원 회사로 만들 수 있다”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내 커피 수요가 점차 인스턴트 커피에서 원두커피로 전환되면서, 올해 안에 반환점인 50%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이때, 카페베네는 해외 진출과 틈새시장 공략이라는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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