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전단에 실어보내는 탈북자들의 ‘위험한 선교’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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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개신교 단체들의 ‘풍선 사역’ 논란 불러…보낸 성경책 습득한 북한 주민 처형 소문도

북풍이 세게 불 때면 북한 상공에서 장관이 펼쳐진다. 남한에서 날려보낸 삐라(전단지)를 담은 풍선이 마치 낙하산처럼 퍼지기 때문이다. 낮에는 기독북한인연합 등에서 날린 풍선이 북한 상공을 가로지른다. 밤에는 모퉁이돌선교회가 날린 풍선이 북한 곳곳에 떨어진다.

지금까지 민간 단체가 날려보낸 삐라는 4억5천장 정도이다. 이 가운데 4억장은 기독북한인연합에서 날려보냈다. 북한 당국은 남쪽에서 보낸 삐라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삐라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엄벌에 처한다고 해도 소용없다. 워낙 많은 삐라가 휴전선 인근에서 평양까지 곳곳에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남한 삐라 노이로제’에 걸려 있다고 한다. 급기야 최근에는 “대북 삐라 발원지에 대해 조준 격파하겠다”라고 위협했다.

남한에서 보낸 삐라의 대부분은 북한 체제의 허구성과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알리는 내용이다. 주목되는 것은 일부 개신교 단체들이 대북 삐라를 선교 활동에 이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기독북한인연합과 모퉁이돌선교회 등이다.  

▲ 탈북 단체인 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본부가 지난 3월5일 중부전선에서 이집트 시민혁명 등을 담은 수만 장의 대북 전단(일명 삐라)을 풍선에 매달아 날리려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삐라’ 보고 탈북한 사람들, 다시 주체로 나서

기독북한인연합은 지난 1995년 2월에 탈북한 이민복씨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대표는 남한에서 보낸 삐라를 보고 탈북했다. 이것을 계기로 그는 2003년 10월부터 풍선을 이용해 북한에 삐라를 날려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고무풍선에 삐라를 한 장씩 매달아 보냈으나 얼마 가지 못해 터지기 일쑤였고, 효과도 별로 없었다.

그 후 연구를 거듭해 지금의 대형 비닐 풍선을 개발했다. 전단지를 종이에서 비닐로 바꾼 것도 그가 처음이었다. 지난해에만 1천5백개의 풍선을 날려보냈다. 풍선 한 개에 보통 6만장의 삐라가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9천만장을 보낸 셈이다. 비용은 내륙에서 보낼 경우 풍선 한 개당 약 12만원, 백령도나 연평도 등 섬에서 보내면 22만원이 들어간다.

기독북한인연합의 삐라는 크게 두 종류이다. 북한 체제의 허구성을 알리는 내용과 개신교 선교용이다. 이대표는 “북한 사람들은 눈이 가려졌고, 귀가 막히고, 입도 막혔다. 나는 그것을 풀어주는 일을 한다. 그렇게 하는 길은 풍선밖에 없다. 성경에는 ‘우상을 섬기는 것, 마귀에 대응하라’라고 나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강제로 믿게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기독교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삐라 내용도 성경을 소개하고, 여러 기독교 국가들이 잘살고 있다거나 세계 위인들이 모두 기독교인이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김구, 안중근, 안창호 선생 등이 모두 개신교인이었다는 사실을 언급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홈페이지에 실린 ‘북한 선교 방법’에는 “북한 사람에게 직접 전도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찬송가 2백73장의 가르침대로 저 하늘 따라 풍선을, 저 바다 물결 따라 부유물을 보내면 된다. 이는 매우 안전하고 값싸며 효과적이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기독북한인연합의 삐라 중에는 ‘주문 제작’이 더러 있다. 돈을 내는 후원자가 삐라에 들어가는 문구를 요구하면 그대로 인쇄해서 북한으로 보내는 방식이다. 이때는 후원자의 요구대로 하기 때문에 삐라에 십자가를 그려넣거나 자극적인 문구들도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대표는 “어떤 사람이 마태복음 문구를 요구해서 제작하고 있다. 나는 삐라에 후원자나 후원 단체의 이름을 써넣는다. 풍선을 보낸 후에는 이를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이메일로 보내준다. 나를 통해 (의뢰인이) 북한으로 전단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독북한인연합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국민행동본부와 조갑제닷컴이다. 이 가운데 국민행동본부는 얼마 전 6백만원을 지원했다. 나머지는 개인과 각 교회들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에 있는 개인 후원자도 많다고 한다.

이대표가 내민 노트에는 개인 후원자들과 교회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러니까 개인이나 각 교회가 이 단체를 통해 북한으로 성경 복음을 담은 삐라를 보내고 있다고 보면 된다. 개신교에서는 이것을 ‘풍선 사역’이라고 한다.

모퉁이돌선교회는 좀 더 적극적이다. 이 단체는 창립자인 이삭 목사가 1983년에 결성했으며, 주로 공산주의 국가를 대상으로 선교를 하고 있다. 개신교 선교를 통해 복음화를 이루는 것이 주목적이다. 북한에 풍선 사역을 한 것은 1993년부터다. 풍선 한 개에 마가복음 한 권을 통째로 인쇄해서 날려보내는 방식이다.

다른 대북 전단 단체와는 달리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밤 시간을 이용해서 보내고 있다. 모퉁이돌선교회 관계자는 “우리에게 정치적인 목적은 없다. 우리의 선교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우리가 날린 풍선을 통해 북한에 복음을 전달하고, 이를 본 북한 주민들이 기독교를 믿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교계 내부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의견 나와

▲ 대북 풍선 선교단인 기독북한인연합이 풍선에 매달아 띄운 대북 전단지. ⓒ시사저널 전영기

이 관계자는 또 “약 2년 전에 개성공단에 몇몇 목사님이 집회를 가신 적이 있었다. 거기에서 한 인민군 장교가 남쪽에서 날아온 (복음이 적힌) 풍선들을 가지고 와서 목사님께 따졌다. 또 목사님이 화장실에서 북한의 성도를 만났는데, 그는 남쪽에서 날아온 풍선을 보고 예수를 믿었다고 했다. 이런 것이 풍선 사역의 효과라고 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개신교 단체들의 ‘풍선 사역’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북한에서는 ‘종교’의 자유가 없다. 수령 유일 체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종교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개신교가 퍼지는 것을 극력 경계하고 있다. 예수를 믿으면 ‘수령’은 우상이 되기 때문이다. 국제 개신교 선교 단체인 ‘오픈도어스’가 뽑은 9년 연속 기독교 탄압국 1위에 북한이 오른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현재 북한에는 지하 교회가 존재하고, 약 40만~50만명의 신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북한에서는 찬송가를 부르고 성경 공부를 했다는 이유로 개신교인 23명이 체포되어 세 명이 공개 처형을 당하고 나머지는 수용소로 끌려갔다고 한다. 2009년에는 30대의 한 북한 여성이 성경책을 가지고 있다가 적발되어 공개 처형을 당하기도 했다.

북한 선교는 자칫 북한 주민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이에 대해 모퉁이돌선교회 관계자는 “누군가는 귀한 것을 위해서 덜 귀한 것을 포기할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예수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목숨을 버리는 사람도 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개신교계 원로인 김명혁 한국복음주의협의회 회장은 “복음을 전하고 싶은 안타까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다. 선교의 ABC를 모르고 하는 것이다. 로마 시대에도 악의 세력이었지만 데모를 하거나 황제 앞에서 항의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그냥 불쌍하게 생각하고 용서하면서 죽어갔다. 그것이 강력한 영향을 미쳐서 선교가 이루어졌고, 지금의 로마가 기독교 국가로 바뀌게 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회장은 또 “남북 관계가 대결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북한을 삐라나 무력으로 굴복시키려는 것은 십자가적인 사고가 아니다. 굶주린 때는 먹을 것을 주고, 헐벗을 때는 입을 것을 줄 때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탈북자가 탈북한 후 교회에 찾아가 ‘김정일 선교 마케팅’을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탈북 단체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 중에는 ‘북한에서 성경을 보고 왔다’라며 교회를 찾아간 사람이 있었다. 교회에서는 이 사람을 강연에 나서게 하며 선교 마케팅에 이용했다. 또 어떤 사람은 자신이 김정일 친동생이라며 교회에 찾아갔는데, 이 사람도 강연을 시키고 책도 내게 하는 해프닝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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