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더 잘나가는 토종 캐릭터들
  • 이은지 (lej81@sisapress.com)
  • 승인 2011.04.1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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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까·뽀로로·캐니멀 등 해외 진출 잇따라 성공…국내 제작 환경 등 열악해 해외 시장 먼저 공략

 

▲ ‘뿌까’ 김부경 대표 ⓒ시사저널 윤성호

해외 진출에 성공한 토종 캐릭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첫 포문을 연 ‘뿌까’는 남미 지역에서 1위 캐릭터로 선정될 정도로 헬로키티나 미키마우스의 명성을 넘어서고 있다. 유아용 애니메이션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뽀로로’는 1백10개국에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 2000년 캐릭터 붐을 일으킨 ‘마시마로’는 페이스북에 소셜 게임을 만들어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채비에 나섰다. 아시아권에서 누려온 인기를 세계 시장으로 넓혀보자는 취지에서다. 그 밖에도 ‘캐니멀’을 비롯해 ‘깜부’ ‘뚱’ ‘빼꼼’ 등 최근에 탄생한 캐릭터들도 빠르게 해외 진출에 눈을 돌리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 부회장은 “뿌까나 뽀로로처럼 기획 단계에서부터 세계 시장을 보고 만들어진 캐릭터가 등장하면서 해외 진출 붐이 일기 시작했다. 성공 사례가 나오자 후발 업체들이 캐릭터 개발에 자신감을 가지고 뛰어들면서 캐릭터 산업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뿌까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캐릭터이다. 국내 시장이 아닌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했기 때문이다. 뿌까를 만든 김부경 부즈 대표는 “국내 캐릭터 제조 시장이 너무 열악해 상품의 질이 떨어졌다. 캐릭터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약해 사업을 진행하기조차 힘들었다.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뿌까 ·뽀로로 로열티 수입만 연 1백50억원

뿌까는 1백50여 개국에 진출해 5백여 파트너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상품 3천개를 출시했다. 뿌까의 전세계 소매 매출액은 5천억원이며, 뿌까는 이 제품에 대한 로열티로 연간 1백50억원을 받고 있다. 뿌까는 해외에서 얻은 인기를 발판으로 지난해부터 국내에 재입성했다. 국내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한다는 관성을 깼다. 뿌까는 기획에서 마케팅까지 역발상 전략으로 성공 대열에 올라선 특이한 사례이다. 2000년도에 탄생한 뿌까는 저연령층이 아닌 구매력이 있는 10~20대 여성을 겨냥했다. 사랑을 테마로 하되 여성이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당당한 여성상을 제시했다. 또, 기존 상품 캐릭터에서 금기시되었던 빨강과 검정 같은 강렬한 색을 조합시켰다. 그러자 유럽과 남미에서 먼저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유럽에 최초로 진출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김대표는 “특히 브라질에서 인기가 좋다. 뿌까의 적극적인 여성상과 강렬한 색의 조합이 신선한 재미를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좋다. 동양적인 외모로 친근감을 불러일으킨 덕이 크다”라고 말했다. 중국에는 뿌까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매장이 2백80개 있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1분짜리 짧은 동영상이 인기를 끈 점 역시 기존의 성공 공식과 어긋난다. 캐릭터가 인기를 끌자 상품으로 만들자는 제안은 물론, 애니메이션 제작 요청까지 들어왔다. 최승호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장은 “뿌까는 운도 따라주었다. 2006년부터 콘텐츠 확보 경쟁이 불붙으면서 월드디즈니와 워너브라더스와 같은 배급사에서 새로운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들의 눈에 뿌까가 들어왔고, 좋은 조건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다”라고 평가했다. 뿌까는 시즌 1, 2를 국내외에서 인기리에 방영했고, 내년 말 시즌 3를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선보일 계획이다.

▲ '뽀로로’최종일 대표(오른쪽) ⓒ시사저널 이종현

‘아이들의 대통령’인 ‘뽀로로’는 철저하게 성공 공식을 따라 대박이 났다.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면서 캐릭터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국내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중국과 일본 등 해외 진출을 꾀하고 있다. 경쟁 상대를 설정해두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것 또한 정석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 뽀로로를 기획한 최종일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일본 애니메이션은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중심이다. 유아용이 없었다. 틈새시장을 발견하자 기획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유럽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다. 최대표는 스위스 캐릭터인 ‘핑구’를 경쟁 상대로 잡고 차별화 전략을 하나씩 만들어나갔다. 핑구는 가족 중심이지만, 뽀로로는 친구들 이야기를 주로 담았다. 뽀로로 친구들은 다른 동물로 설정해 다양성을 강화했다. 표현의 제약을 받지 않기 위해 클레이(점토)가 아닌 컴퓨터그래픽으로 제작했다. 이야기는 교훈적인 주제보다는 웃고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꾸몄다. 2003년 방영을 한 이후 2005년부터 대박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최대표는 “2004년부터 상품화 사업을 시작했는데 방영이 끝난 뒤에도 매출이 꾸준히 오르는 것을 보면서 잘될 수 있겠다는 느낌이 왔다”라며 활짝 웃었다.

▲ ‘마시마로’ 최승호 대표 ⓒ시사저널 이종현

뽀로로는 영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1백10개 나라에서 상품이 출시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곳은 17개국에 이른다. 해마다 창출해내는 브랜드 가치는 5천억원에 달한다. 최대표가 상품 로열티로 국내에서 한 해에 벌어들이는 수익은 1백30억원이다. 해외 로열티 수익을 포함해도 1백50억원 수준이다. 그는 “해외에는 국내처럼 대규모로 상품이 출시되지 않고 있다. 올해 중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품 수출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 이후 일본과 홍콩으로 진출해나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마시마로는 복제품과 싸우는 등 ‘가시밭길’

뿌까와 뽀로로가 탄탄대로를 달려 해외 진출에 성공했다면 마시마로는 캐릭터 산업의 명암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증인이다. 마시마로는 2000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캐릭터 시장에 붐을 일으켰지만 곧바로 복제품과 싸워야 했다. 복제품 제작사가 복제품으로 특허를 받으면서 저작권 분쟁이 시작되었고, 10년째 해결되지 않고 있다. 마시마로를 만든 최승호 씨엘코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원 작품에 모자를 씌워서 특허 신청을 내면 특허권이 나오는 맹점을 악용한 이들 때문에 한동안 법정 분쟁에 시달려야 했다. 지난해 특허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라며 답답해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2005년부터 마시마로의 인기가 시들해지자 그는 앞으로의 5년 뒤를 위해 디지털 기기 시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시마로를 캐릭터로 하는 소셜 게임을 제작 중이다. 올 8월쯤, 페이스북을 통해 선보일 계획이다.


 중소 캐릭터 업체들, 정부 지원받아 날개 달 수 있을까

뿌까와 뽀로로로 국내 캐릭터 산업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국내 캐릭터 산업 시장 규모는 6조억원(2009년 기준)으로 이 가운데 수출액은 2억8백70만 달러(약 2천2백70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시장 점유율로 따지면 2.45%로 미약하다.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글로벌 톱 캐릭터 육성 사업’을 통해 중소 업체들이 만든 캐릭터 다섯 종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해마다 7월이면 ‘서울 캐릭터 라이선싱페어’가 열리지만 해외 바이어의 방문이 뜸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심평보 한국캐릭터협회장은 “국내 캐릭터들을 팔 수 있는 유통 매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사는 사람이 많아지면 알아서 해외 바이어들이 사업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다. 이런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한 투자가 전혀 없다. 지금은 정부가 형식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측면이 강하다. 제2의 뽀로로와 뿌까가 탄생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지원이 필요한 때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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