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기와 자신감으로 세계 톱5 가겠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4.1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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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인터뷰“CEO는 조직에 자기 목숨을 거는 사람”

 

ⓒ시사저널 임준선

코리안리라는 회사가 있다. 재보험회사이다. 보험회사가 보험을 드는 회사이다. 1963년에 생긴 회사인데 총 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기까지 33년(1996년)이 걸렸다. 지난 2001년에는 아시아 제1위 재보험사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02년에 2조원, 2006년에는 3조원을 돌파했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은 1998년 7월 코리안리 사장으로 부임했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에서 25년간 근무한 공무원 출신이다. ‘공무원 출신 사장의 민간 기업 경영 개혁’이라는, 우리 사회에서는 낯선 조합을 실현시킨 인물이 바로 그이다. 철밥통의 준공기업처럼 보이던 대한재보험주식회사를 경쟁력 있는 ‘코리안리’로 바꾸었다. 그의 실적은 대표이사 5연임으로 이어졌다. 박사장은 시장에서 스스로의 경쟁력으로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것도 경영 혁신의 대명사로 불리며.

최고 경영자는 어떤 사람인가?

CEO는 그 조직에 자기 목숨을 거는 사람이다. 다음 자리를 노리고 경영을 하면 그 회사는 잘될 수가 없다. 내가 사심 없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서 어떤 외압이나 청탁도 배격하면 거기서 실적이 나오고 직원과 리더의 신뢰 관계가 생긴다.

사장으로 부임한 이후 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는데.

우리 회사는 1998년 이전에는 순이익 개념이 없었다. 열심히 일할 이유도 없고 회사의 성장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치중했다. 내가 오면서 수익 개념을 주입했다. 한 푼이라도 이익이 되는 부분은 챙겼다. 항아리에 금이 생겨서 누수되는 부분만 막아도 수익이 생긴다. 제일 먼저 그런 데 손을 댔다.

코리안리에 온 것은 스스로 원해서인가, 스카우트인가?

내가 공직 생활만 25년을 했다. 청춘의 푸른 꿈을 안고 중앙 부처에서 일하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정부 나름으로 공정성이 있지만 경직성도 있다. 정부에서 25년 일한 경험이 있으니까 이것을 민간에 접목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가면 더 잘할 것 같은 생각도 들고. 내 안의 들끓는 에너지를 발산해보자고 결심하고 저질렀다. 나 혼자 손들고 나간 것이다. 정부에서 사실상 임명권을 행사한 기업이었으니까. 우리 회사 회장도 내가 오는 것을 반대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낙하산이 아니라 소방차라고 했다. 망한 집 불 끄러 온 것이라고. 실제로 여기 와서 소방차 역할을 했다.

처음 와서 구조조정을 했는데.

왔을 때 직원이 3백20명 있었다. 30%를 내보냈다. 지금은 조금씩 늘어서 2백80명 정도이다.

구조조정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예외 없이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인원을 줄이는 것이 경비 절감 효과보다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효과가 크다. 어영부영하는 사람들이 다 나가니까. 기업 문화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구성원들 사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아픈 추억이지만 회사가 그 경험을 토대로 커나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직원들을 백두대간 3백km를 종주시켰는데.

정신이 육체를 지배하듯, 기업 문화가 기업을 이끈다. 기업 문화가 적극적이면 경쟁력이 있어서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서 백두대간을 생각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배우니까. 종주를 통해 인내와 도전 정신을 배운다. 어떤 사람은 조그만 것도 무겁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무거운 짐도 핵심만 추려서 가볍게 들고 간다. 일이 무겁고 복잡한 것을, 가볍고 간소하게 만들어서 해결하고 가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이다. 

신입사원 면접에도 청계산 산행 테스트가 있는데 너무 몸만 강조하는 것 아닌가?

몸이 아픈데 건전한 아이디어가 나올까? 그것도 몸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이다. 백두대간 종주는 해본 사람만 안다. 자기 안에 내재된 달란트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회사 실적이 계속 좋아지고 있는데 요즘은 주가가 5년 전쯤만 못하다.

그래서 내가 애널리스트들에게 물어봤다. 우리가 실적도 좋은데 주가가 왜 그러냐고. 그랬더니 우리 주식은 여자로 치면 예쁘고 매력적인 여인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이것이 안정적이고 너무 예뻐서 손을 대는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 등락이 좀 있어야 사람이 몰려드는데.

사실 2005년 무렵에 해외 시장을 막 공략하려던 때였다. 그때 해외 시장에서 수지가 좀 나빠졌다. 칠레 광산 화재나 홍수, 중국 폭설 등 자연재해가 연이어 터졌다. 몇 년 전부터 광산이나 창고 같은 위험성 물건은 인수를 제한하고 우량 물건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했다. 그래서 지금은 해외 영업에서 5백억원 정도의 수입이 생기고, 투자 수익에서 1천6백억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그래서 지난해 순이익이 1천2백억원 정도이다. 진짜 미인이다.(웃음) 조만간 주가가 2만원대 이상은 간다고 확신한다.

해외 사업 부문을 계속 강화할 것인가?

지금 해외 매출이 전체 매출의 20% 정도이다. 2015년에는 30%, 2020년까지는 50%까지 끌어올릴 것이다. 지금 코리안리가 재보험 시장에서 세계 톱10이지만 톱5 안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일본 대지진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가?

일본 원보험사가 30조원 정도의 보험에 들어가 있는 것 같고, 코리안리는 재물 쪽은 50억원, 해상 쪽을 합쳐도 100억원 안팎의 보험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탄 1조2천억원을 바탕으로 코리안리를 금융 지주사로 키우겠다고 밝혔었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재보험 본업에 충실한 것이 아직은 맞다고 생각한다. 지주사 전환은 장기 플랜이고, 인수·합병 잘못했다가 망한 회사가 얼마나 많나.

고민이 없는 성격 같다.

이수창 삼성생명 사장이 나보고 고민 없이 사는 사람 같다고 하더라. 복잡한 것은 단순화하고 무거운 것은 가볍게 해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즐거움을 찾아라. 내 안에 욕심과 두려움이 있으니까 안 되는 것이다. 두려움은 청탁받을 때 생기고, 짜증은 일할 때 욕심이 생겨서 그런 것이다. 그걸 내려놓아야 오비를 안 친다.(웃음)

직선형 CEO로 통하는데.

직선형이라는 것이 솔직하고 투명하다는 이야기 아닐까. 내 권한과 책임 범위 안에서 예외 없이 하는 것이 투명 경영이라고 한다. 여기 와서 인사 청탁도 많이 받았지만 들어준 적 없다. 신입사원을 뽑을 때도 마찬가지다.

워커홀릭인가.

아니다. 일할 때 집중적으로 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논다.

운동을 즐기나?

골프도 치고, 등산도 가고, 스키도 탄다. 퇴근하면 진돗개 3마리를 데리고 산책 나간다. 4계절 내내 바깥 스포츠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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