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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광고에 낯 뜨거워진 보도들

언론사 사이트들, 진보·보수 가릴 것 없이 성인 광고물 게재…본문 가리는 박스 광고도 넘쳐

도성해│CBS 크로스미디어센터 기자 ㅣ 승인 2011.04.11(Mon) 00:5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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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열 살 된 아들과 함께 인터넷으로 삼국 시대 위인을 검색하다 고구려 시대 한 장군의 발자취를 짚어보는 한 르포 기사를 클릭했다. 그러자 제일 먼저 보이는 것이 광고였다. 기사 창 상단에 붙은 이 광고 박스에는 ‘하루 5분씩 사용하면 누구나 명기’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아이가 볼까 봐 얼른 스크롤을 아래로 내렸다.

이번에는 스폰서링크라는 반투명 광고 창이 기사의 대부분을 가린다. 상단 우측의 엑스 표시를 클릭해 광고 창을 닫아야 기사를 제대로 볼 수 있다. 같이 기사를 읽어내려가는데 화면 왼쪽에 붙은 ‘아내를 기쁘게 할 비법’이라는 광고 창이 계속 따라다닌다. 오른쪽에는 ‘수술 없이 오르가즘 해결’이라는 광고가 반라의 남녀 사진과 함께 붙어 있다. 급하게 아래로 내리니 화면 하단에는 축 늘어진 뱃살을 부여잡은 여인의 ‘똥뱃살 급속 감량’ 광고가 달려 있다. 결국 기사 창을 닫고 말았다.

대한민국 언론사 웹사이트가 위험하다. 기사 페이지인지 광고 창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온통 광고로 도배되고 있다. 예전에는 그나마 비교적 눈에 잘 띄지 않는 기사 하단에 배치되더니 요즘에는 기사 제목 바로 위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기도 하고, 기사 화면 좌우는 물론 아래쪽까지 광고로 넘쳐난다. 아예 본문 기사를 가리는 반투명의 박스 광고까지 등장했다. 이 정도면 본말이 전도되어 광고 안에 기사를 쑤셔박은 꼴이다. 기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광고물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이고, 눈을 어디다 두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광고 종류도 온통 섹스와 관련된 것 일색이다. 남성 정력제, 이쁜이 수술 등 낯 뜨거운 성인 광고물이 버젓이 기사 옆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갈수록 그 정도가 심각해지고 있다. 문구도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 ‘그녀를 꽉~, 속 좁은 여자, 남성을 키우자’ 등 차마 글로 옮겨 적기도 민망하다.

최근 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치과 임플란트 광고는 누런 이가 빠지고 금속까지 드러나 있어 혐오감을 주고, 축 처진 뱃살을 찍은 다이어트 광고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성형 수술 광고도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이다. 섹시 화보나 ‘19금’ 성인 콘텐츠를 배치해 페이지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도 여전하다.

특히 이런 낯 뜨거운 섹스 광고와 혐오 광고는 진보와 보수 언론을 가리지 않는다.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민중의소리 등 대표적인 진보 매체는 물론 조선·중앙·동아, 문화일보, 데일리안 등 보수 매체도 예외가 없다. 아무리 섹스에는 이념이 없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어떤 경우에는 소셜 미디어 친구들과 나누고 싶은 좋은 기사와 정보가 있다 하더라도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기사 링크를 걸어두기가 민망할 때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언론사 웹사이트는 초·중·고생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다. 도대체 열 살 된 아들과 인터넷으로 기사를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이 정도면 19세 이하는 접근 금지시켜야 마땅하다.

인터넷 클린화에 앞장서야 할 언론사 닷컴들이 진보와 보수 매체를 가리지 않고 경쟁적으로 입에 담기도 민망한 저질 광고들을 유치하는 이유는 수익 때문이다. 신문 광고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 반면, 온라인 광고 시장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미디어미래연구소가 2011년 주요 매체별 광고비 전망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신문 광고 시장은 1조6천3백12억원으로 1.1% 감소하는 반면, 검색과 노출을 포함한 인터넷 광고 시장은 1조8천1백68억원으로 14.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이에 따르면 인터넷 광고 시장이 올해부터 신문 광고 시장을 초월한다.

   


손쉽게 매출 올리려는 유혹 떨쳐내야

때문에 신문 산업 위기의 돌파구를 인터넷에서 찾아보려는 노력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그 방법이 저급한 광고 유치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문제이다. 트래픽을 올려 기껏 한다는 것이 저질 광고를 보여주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의 주요 신문사들도 똑같은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한국 언론사에 붙어 있는 저급한 광고는 웹사이트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들은 콘텐츠의 질을 높여 유료화 모델을 개발하고 위치 기반 소셜 미디어와의 연계 등 다양한 수익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

국내 언론사 닷컴들도 손쉽게 매출을 올리려는 유혹에서 벗어나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언론사보다 이를 모아서 보여주는 포털사들이 더 많은 이익을 얻는 지금의 이상한 유통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모바일과 소셜이라는 새로운 매개체의 등장은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참여와 소통, 공감, 공유 등 웹 2.0의 가치들이 뉴스 콘텐츠 생산과 웹 사이트에 녹아들어갈 수 있도록 연구하고, 참신한 수익 모델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포털에게 넘겨진 뉴스 콘텐츠 유통의 주도권을 개별 언론사들이 되찾아와야 한다”라는 언론사들의 목소리가 높은 실정이다.

독자들은 지저분한 광고가 기사 읽기를 방해하지 않는 ‘클린 웹(clean web)’을 원하고 있다. 아이와 함께 읽어도 부담 없는 그런 페이지가 보고 싶은 것이다. 언제까지 괴물 같은 섹스 광고물에 휘둘릴 것인지 자문해야 할 때이다. 인터넷 언론사에 몸담고 있는 한 관계자의 “이제는 과감하게 낯 뜨거운 성인 광고와 결별을 선언하는 매체가 나와야 한다. 그러면 클린 웹에 호응하는 성숙한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엄청난 트래픽을 몰아줘서 클린한 수익 모델로도 성과를 낼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반드시 허황된 것만은 아닐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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