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을 품은 인재의 보금자리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4.25 12:4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충북 보은·옥천·영동·증평·진천·괴산·음성

 

▲ 충북 보은 ⓒ뉴스뱅크이미지

 17대 후반기 국회 부의장을 지낸 이용희 의원(자유선진당·보은 옥천 영동)은 충북 남부 3개 군 보은·옥천·영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옥천에서 태어나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하고 6·25 전투에 소대장으로 참전한 그는, 30대 초반에 신민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들어갔다. 9대 국회에 무소속으로 당선된 이후 10, 12, 17대를 거쳐 현 18대까지 5선을 기록한 중진이다. 

그가 이번 4·2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3월26일 있었던 청원군의 민주당 지방의원 후보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해 주목을 받았다. 충북의 8개 선거구 중 윤진식 의원(한나라당)의 충주시, 송광호 의원(한나라당)의 제천시·단양군과 이의원의 보은·옥천·영동 군 등 3개 선거구 이외의 5개 선거구를 점하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이의원의 지역구를 전과 같이 되돌린다면 ‘충북 민심=민주당’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하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한나라당으로부터 “올해 80세인 이의원이 3남인 이재한씨에게 지역구를 물려주려 한다”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영만 옥천군수가 2010년 6월2일 실시된 제5회 지방선거에서 4전5기의 도전 끝에 당선되었다. 30세 때부터 국회의원, 군수, 도의원 선거에 네 차례나 출마해 번번이 고배를 마신 김군수의 당선에는 이용희 의원의 막강한 지원이 큰 힘을 보탰다는 분석이다. 김군수는 박준병 전 의원의 입법보좌관과 이용희 국회 부의장 시절 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나고 자라다

충북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던 자유선진당은 보은군수와 옥천군수가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충북 남부 3개 군에서 군수를 모두 당선시켜 ‘이용희 효과’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는 평가이다.

음성군의 초계 정씨 집성촌에서 태어난 정범구 의원(민주당·증평 진천 괴산 음성)은 독일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귀국해 정치평론가와 방송 진행자로 이름을 알렸다. KBS, EBS, CBS, SBS 등 여러 방송에서 프로그램을 맡으며 능력을 인정받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고양시 일산 갑에서 당선되어 의원 배지를 달았고 당 대변인도 지냈다. 17대 총선에는 출마하지 않았으며, 2008년 18대 총선 때는 서울 중구에서 낙선했으나 지역을 고향으로 옮겨 2009년 10월28일 재·보선을 통해 다시 국회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민주당 홍보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밖에 이 지역 출신으로서 18대 국회에 들어가 있는 현역 의원은 김영환 의원(민주당·안산시 상록 을)과 신영수 의원(한나라당·성남시 수정구)이다.

괴산 출신으로 청주고-연세대 치대를 졸업한 김의원은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자랑한다. 대학 재학 중 긴급 조치 위반으로 2년간 투옥된 적이 있고, 공사 현장에서 맨발로 뛰던 시절을 건너뛰어 15년 만에 졸업장을 받았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과 과학기술부장관을 지냈다. 노무현 대통령 집권기에는 열린우리당 참여를 거부하고 옛 민주당에 남았던 까닭에 17대(구 민주당), 18대(무소속) 총선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지만 2009년 안산 상록 을 재·보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재기에 성공했다. 18대 국회 후반기 지식경제위원장을 맡고 있다.

 

 

영동 출신으로 현대건설 사원이던 신영수씨가 국회의원으로 변신했다. 일찍이 서울로 올라가 재동국교-경기중·고교-서울대 행정학과 졸업의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신씨는 현대건설 종합기획실장-건축사업본부 상무, 정주영 의원(통일국민당·14대 전국구) 보좌관, 문화일보 기획관리국장을 지낸 현대맨이다. 1988년부터 성남시 시민화합협의회 회장 등을 맡으며 밑바탕을 닦아 온 끝에 18대 총선에서 상대 후보를 전국 최소 표 차인 1백29표 차이로 누르고 성남시 수정구에서 금배지를 달 수 있었다.

이 지역 출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명사는 단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음성에서 태어나 충주고를 나온 그는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자마자 외무고시에 합격한 후 외무부에 들어가 외교관 생활을 시작했다. 여러 지역 대사 등을 거쳐 2004년에 외교통상부장관이 되었고, 그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6년에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되었다.

이 지역 출신 전·현직 법조인 중에는 중진이 많다. 재조(在朝)에는 김능환 대법관(진천), 송두환 헌재 재판관(영동), 김용헌 서울가정법원장(영동), 김병운 서울고법 부장판사(옥천), 이성호 서울고법 부장판사(영동), 이상주 광주고법 부장판사(음성)가 있다.

김대법관은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나와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각급 법원 판사와 법원행정처 송무심의관, 언론중재위원을 역임하고 울산지법원장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되었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송두환 재판관 역시 경기고-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지방법원 판사를 지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북 송금 의혹 사건’ 특별검사를 맡았다.

재야(在野)의 권광중 법무법인 광장 고문변호사(옥천), 심재륜 법무법인 원 고문변호사(옥천),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보은)는 공교롭게 모두 서울고 동문이다. 권광중 변호사는 광주지법원장, 사법연수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협의회 회장으로 있다. 온화한 성품으로 후배 판사, 직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을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청와대 입성한 홍상표·안광찬·김영순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은 ‘설명이 필요 없는 특별수사통’이다. “눈치 보지 않고 소신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뚝심이 돋보인다”라는 평을 들은 그에게는 검찰 내에 따르는 후배가 많다. 국내 굴지의 로펌인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국내 대표적인 통상법 전문가이다. 1980년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던 해 사법시험에 합격한 그가 판검사의 길을 마다하고 로펌 기업변호사를 선택하도록 인도한 사람은 신영무 현 대한변협회장이다. 

관계에는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보은), 김영순 대통령 여성특보(음성), 김동연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음성)이 있다. 홍수석은 휘문고-한국외대 정외과를 졸업한 후 연합통신에 입사해 YTN 부장, 보도국장, 상무이사를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김특보는 이화여대 정외과 출신으로 한양대에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민자당 여성국장 등 당료 활동을 시작으로 정무2장관실 차관, 한나라당 부대변인, 전문직여성클럽 한국연맹 회장을 거쳐 4회 지방선거에서 서울 송파구청장으로 당선되어 서울 첫 여성 구청장의 기록을 세웠다.

국내 유수의 가구 전문 업체인 에넥스의 박진호 대표이사 사장(옥천)은 부친이 박유재 대표이사 회장이고 형이 박진규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박사장은 서울대 항공공학과를 졸업한 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석·박사를 거쳐 한국통신(현 KT)에서 무궁화위성 발사기술부장을 지낸 바 있다.

 

 

박맹호 민음사 대표(보은)는 ‘맹호사단’이라는 말이 생겼을 만큼 국내 출판계의 거목으로 자리를 굳힌 지 오래다. 군문(軍門)에는 안광찬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장(괴산)과 신현돈 특전사령관(괴산)이 있다. 안실장은 경복고-육사를 졸업하고 미국 육군지휘참모대학을 수료한 후 미국 미시건 대학에서 석사를, 동국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공부하는 군인’이다. 육사 25기 대표 화랑이자 하나회 회원으로 승승장구했으나, 그로 인해 김영삼 정부 시절 마음고생을 겪고 김대중 정부에 들어서는 중장 진급에 탈락했다. 군복을 벗은 그가 2004년 국방부 요직인 정책실장에 임명된 것은 초유의 일로서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노무현 대통령 말기 비상기획위원장으로 기용되었고 지난해 말에 신설된 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실장으로 발탁되었다.

수방사령관, 보안사령관과 함께 3성 장군 중 3대 요직의 하나로 일컬어지는 특전사령관인 신현돈 중장은 육사를 나와 각급 지휘관과 합참 작전기획부장을 거치는 과정에 육본 기획홍보과장, 국방부 홍보관리관을 지낸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한때 안방극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수사 드라마 <수사반장>의 모델이었던 최중락씨(현 보안업체 에스원 고문)가 음성 출신이다. 순경으로 출발해 서울시경 관내 일선 경찰서 형사반장(경위)-형사·강력계장(경감)-수사·형사과장(경정)을 거치면서 미궁에 빠질 뻔했던 서울 필동 일가족 몰살 사건, 골동품상 ‘금당’ 주인 부부 살해 사건 등 무수한 강력 범죄 사건을 풀어내 ‘영원한 수사반장’ ‘포도왕(捕盜王)’이라는 별명으로 통했다. 40년의 경찰 생활을 마치고 총경으로 은퇴한 뒤 현재 82세의 고령임에도 후배 형사들 지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