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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노총, ‘상처 잊은 공조’ 이룰까

‘반MB’ 기조 아래 한자리에 모여…노조법 재개정 문제 앞에 놓고 16개월 만에 ‘어깨동무’

김회권 기자 ㅣ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5.02(Mon) 19:4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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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지난 2009년 11월30일 새벽, 노조법 개정 논의에 항의해 한나라당 당사를 점거했던 장석춘 당시 한국노총 위원장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는 오후 1시30분, 국회 정론관 단상에 다시 나타났다. 장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대화와 타협으로 노·사·정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며칠 뒤인 12월4일,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에 동의했고 노·사·정 합의에 서명했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는 “뒤통수를 맞았다”라며 분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 노총은 그렇게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9년의 갈라섬은 서로에게 아물지 못한 상처가 되었다.

지난 2월, 한국노총에는 이용득 위원장 체제가 다시 들어섰다. 그리고 한나라당과의 정책 연대를 ‘실패’로 규정했다. 이위원장은 “실수가 아닌 실패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정책 연대를 학습했다”라고 말했다.

‘불안한 공조’라는 지적도 적지 않아

16개월 만에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과 이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리고 공조를 선언했다. 지난 4월25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는 양 노총 위원장이 개최한 시국 좌담회가 열렸다. 기자들의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가는 형식을 띠었지만, 실제로는 공조를 발표하는 자리나 다름없었다. 좌담회에서 두 위원장은 ‘진정성’을 강조했다. 지난 공조에 남겨진 상흔을 조심스러워했다.

“양대 노총 명분 없는 공동 투쟁 단호히 대응해야”(매일경제), “한국노총, 민노총 꽁무니 쫓아 어디로 가나”(조선일보). 보수 성향의 언론들은 사설에서 이들의 공조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한국노총에 대해서는 배신감까지 느끼는 모양새였다. 그동안 재계와 정부에 우호적이라고 평가받았던 한국노총이었다. 보수 언론의 날 선 공격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저들은 우리를 동등하게 본 적이 없다. 우리를 얼마나 하대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16개월 만의 만남 그리고 공조 선언. 하지만 양대 노총의 공조를 ‘불안한 공조’라고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집행부의 마음과 현장의 마음은 같지 않기 때문이다. 5월1일 노동절 집회를 함께하자고 제안했던 한국노총은 결국 따로 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위원장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대오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장소가 없어서다”라고 말했지만, 한국노총 소속인 자동차노련의 반발을 염려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자동차노련은 전주시내버스 파업에서 민주노총 운수노조 민주버스지부와 갈등을 보였다. 위원장끼리 공조를 선언하기 3일 전인 4월22일, 전라북도 전주의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 버스기사들은 운행 거부를 선언했다. 이날은 전주시에 특별한 날이었다. 1백40여 일간 지루하게 이어졌던 민주노총 소속 전주 버스노동자의 파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사·정 회동이 마련된 때였다. 원래 한국노총 자동차노련 소속이었던 이들은 임단협에서 조합원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자 상급 단체를 탈퇴하고 민주노총 운수노조에 가입했다. 김진혁 (준)공공운수노조 지부장은 “조합원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기존 노조 운영에 불만이 컸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용자측이 이들을 노조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지난해 12월8일부터 파업이 시작되었다.

박재완 노동장관, 양 노총 공조에 극한 발언

   
▲ 전주시내버스 파업 현장.
ⓒ연합뉴스

이날 예정되었던 노사정위원회는 결국 한국노총의 운행 거부로 취소되었다. 버스 파업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고 또다시 지체되자 그동안 ‘노-노 갈등’으로 보이기를 주저하던 민주노총도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김종인 버스투쟁본부장은 “그동안 노·노 갈등으로 비치지 않도록 노력해왔는데 이제는 한국노총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의 이런 움직임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되는 복수노조 도입을 앞두고 민주노총을 견제하기 위한 행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조합원 수가 많은 다수 노조 한 곳만이 단일화된 교섭 창구로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는데 그것에 대비한 포석이라는 주장이다.

현장의 갈등 외에 양쪽 진영 간의 신뢰 문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노조법 재개정을 둘러싸고 민주노총은 8개 의제를 일괄 타결하기를 바라지만, 한국노총은 일단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두 가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다른 조직이기 때문에 다른 합의점을 생각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민주노총의 사업이 자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런 우선순위의 차이가 공조를 삐거덕거리게 할 수 있지만 공조 실패를 경험한 적이 있는 만큼 같은 시행착오를 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완강하다.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은 “비정규직을 갉아먹는 노동 권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라며 양 노총이 공조하는 것에 극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타임오프제와 복수노조 등을 올해 안에 연착륙시키겠다는 의지도 강하게 보이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통한 노조법 개정이 어렵게 된 이상 양쪽의 공조가 이전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선거가 몰려 있는 내년까지는 ‘반(反)한나라당’ ‘반MB’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4·27 재·보궐 선거에서 한국노총이 얻은 자신감은 크다. 한국노총은 강원도와 분당에서 집중적으로 야당 후보를 지원하는 데에 힘을 쏟았고 이들은 모두 당선했다. 특히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이 많은 분당 을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당선된 결과는 한국노총을 고무시켰다. 최삼태 한국노총 대변인은 4월28일 기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들고 이렇게 외쳤다. “선거 한 번 더 하자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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