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터치’에 심신 망가진다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1.05.10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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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기기 보급 늘면서 습관적으로 쓰는 이용자 늘어…손목·어깨·목 등에 부작용 우려

 

▲ 장시간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건강 문제가 우려된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승객들. ⓒ시사저널 이종현

한 남자 고등학생이 얼마 전 비만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의사는 집중 상담을 통해서 이 학생의 평소 생활 습관을 알아보고자 했다. 20분 정도 상담을 하는 동안 이 남학생은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의사가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잠시 내려놓을 것을 권했지만, 이 학생은 스마트폰에서 손을 떼지 못했다. 이연지 인하대병원 비만센터 교수는 “밤에 늦게 자면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낮에 집중하지 못한다. 이런 생활 습관은 비만과 무관하지 않다. 이 습관을 부추기는 것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 기기이다. 잠자리에서까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청소년이 부쩍 늘어났다. 생활 리듬이 깨지면서 몸이 비만뿐만 아니라 각종 질병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성인도 마찬가지다”라며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 습관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스마트폰 이용자가 1천만명을 넘었다. 게다가 아이패드와 갤럭시탭과 같은 태블릿PC까지 더해지면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일반 휴대전화는 전화 통화 기능만 있지만, 스마트폰은 ‘맥가이버 칼’을 연상케 한다. 전화 통화는 물론 게임기, 컴퓨터, MP3 플레이어, 은행, 사진기 등 다재다능하다. 심지어 운동 관리도 스마트폰으로 할 정도이다. 그러나 오랜 시간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습관은 심신 건강에 결코 좋지 않다. 컴퓨터와 달리 스마트 기기는 휴대가 간편해서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다. 이런 편리성 때문에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장시간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면서 우려되는 건강 문제는 일반 휴대전화나 컴퓨터 문제보다 심각하다. 심지어 머리 부위의 암(두경부암) 발생 위험성이 커졌다는 전문가의 경고까지 있다. 이연지 교수는 “일반 휴대전화와 두경부암 발생의 관련성을 연구한 결과가 많다. 스마트폰과 암의 관련성은 뚜렷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스마트폰 전자파가 더 강력해서 두경부암 위험을 키울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학자들은 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지만 그 결과가 밝혀지려면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그 후에 스마트 기기의 위해성을 지적하면 늦는다. 많은 사람이 특정 질환에 이미 걸린 이후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공감’ 능력 떨어뜨리면서 정신 건강 해쳐

스마트 기기의 화면은 컴퓨터의 그것보다 작다. 작은 글씨와 사진을 보기 위해 눈이 혹사당한다. 눈을 깜박이는 횟수가 평소보다 절반으로 줄어들면서 이물감, 충혈, 눈부심 심지어 눈이 뻑뻑해지는 안구건조증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심하면 근시 혹은 굴절 이상과 같은 안과 질환도 염려된다. 평형감각에 이상이 생겨 어지럼증도 생길 수 있다. 스마트 기기의 컬러 화면은 눈을 쉽게 피로하게 하는데, 특히 적색과 청색의 파장이 달라 눈의 초점을 맞추는 근육에 부담을 준다. 서경률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특히 노안이 시작되는 40대 이후의 중·장년층이 스마트 기기를 오랜 시간 사용하면 눈 피로가 젊은 사람보다 쉽게 온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커서 시원해 보이지만 강한 빛이 눈을 괴롭히기는 마찬가지다”라고 조언했다.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커서 눈 피로는 덜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른 문제점을 지적한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태블릿PC는 스마트폰보다 무겁다. 두 손으로 잡고 장시간 일정한 자세를 유지하게 되어 스마트폰보다 근육에 더 무리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목과 어깨 근육이 뭉치기 십상이다.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고 장시간 유지하므로 통증까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스마트 기기의 특성상 손가락을 쉴 새 없이 놀려야 하므로 손목과 손가락이 저리는 증상(수근관 증후군)도 피할 수 없다.

이강우 삼성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컴퓨터 작업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을 총칭해서 VDT 증후군이라고 한다. 목이나 어깨 결림(경견완 증후군), 근골격계 증상, 눈 피로 및 이물감, 피부 증상, 정신신경계 증상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스마트 기기도 예외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와 같은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말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전문가들은 신체 건강보다 정신 건강 문제를 더 우려한다. 몸처럼 정신도 정기적으로 쉬어야 하는데, 스마트 기기가 그 시간을 갉아먹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많은 직장인은 업무 중간에 쉬는 틈을 타서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본다. 자신은 휴식을 취한다고 하지만, 정신은 쉬지 않고 계속 곤두서 있게 마련이다. 청소년은 잠들기 직전까지도 스마트 기기에 빠진다. 밤낮이 뒤바뀐 생활 습관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습관은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심하면 중독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당장은 심각한 문제가 생기지 않더라도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이 길수록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다. 실수로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외출한 경우에 하루 종일 조바심을 느끼는 증세가 나타난다. 이는 우울증, 수면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이상 증세로 이어질 수 있다.

또 가상 공간에서의 인간 관계에는 익숙하면서 실제 생활에서의 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가 많다. 이연지 인하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는 사람을 살펴보면, 무언가 바쁘게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대부분은 문자 주고받기, 게임 등 사소한 일에 시간을 허비한다. 쉬는 시간이 없으니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력을 발휘할 수 없다. 무엇보다 사람 관계에 이상이 생기는 점이 문제이다. 스마트 기기를 통해 대화를 나눈다고 하지만 오가는 대화는 진실성이 부족하고 가볍다. 실제 생활에서의 대화가 단절된다. 대화란 사람의 눈, 표정, 몸짓을 보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이다. 이것이 공감인데, 요즘 청소년 중에는 공감 능력이 떨어진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건강 챙기며 스마트 기기 이용하는 법

1. 거리 유지  TV를 시청할 때처럼 스마트 기기 화면과 눈 거리를 30㎝ 이상 유지하면 좋다. 화면을 보기 위해 목을 숙이는 각도가 덜하게 되므로 목이나 어깨 부위의 통증이 줄어들고 눈의 피로도 감소한다.

2. 빛 조절  스마트 기기는 컬러 화면에다 강한 빛을 발한다. 눈에 자극을 주기 십상이다. 눈이 침침한 40대 이상은 스마트 기기 빛의 강도를 높이고, 젊은 층은 빛 강도를 낮추면 눈 피로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

3. 휴식 시간  스마트 기기는 컴퓨터보다 크기가 작아 몸을 웅크리고 눈에 가까이 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컴퓨터보다 더 자주 쉬면서 신체의 긴장을 풀어주어야 한다. 10~20분마다 휴식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럼에도 몸이 결리거나 이상 증세가 1~2주 이어지면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아야 한다.

4. 스트레칭, 먼 곳 보기  휴식을 취할 때는 스마트 기기를 내려놓고 몸을 가볍게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면 좋다. 또 먼 곳을 보면서 눈의 피로를 풀어줄 필요도 있다. 심호흡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5. 실내 환기  야외가 아니라 좁은 실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장시간 사용할 경우가 있다.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만성 피로, 두통, 구토, 호흡기질환 등이 생기기 쉽다. 따라서 실내에서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때는 가끔 환기시켜 신선한 공기가 실내에 들어오도록 해야 한다. 

6. 화장실에서 사용 피하기  화장실에 갈 때 스마트 기기를 들고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 변기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치질 등 항문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될 수 있는 대로 화장실에서는 스마트 기기 사용을 자제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7. 흔들리는 곳 피하기  지하철, 버스, 택시 등 흔들리는 곳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면 눈 피로는 더 심해진다. 그만큼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교통수단인 만큼 멀미·두통·구토 증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8. 사용 목적은 분명히  휴식을 취하는 중이나 지하철 등에서 무심코 스마트 기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중독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이용 목적을 가지고 스마트 기기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전화 통화, 뉴스 검색, 문자 주고받기 등 특정 목적으로 이용한 후에는 바로 스마트 기기에서 눈을 떼는 습관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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