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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이 먼저냐, 판매가 우선이냐

동아제약 김원배 사장·대웅제약 이종욱 사장, 각각 박카스·우루사 앞세우고 업계 선두 다툼 치열

노진섭 ㅣ no@sisapress.com | 승인 2011.05.22(Sun) 16: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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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팔아서 돈을 가장 많이 버는 국내 제약사는 동아제약이다. 2009년 업계 최초로 매출액 8천억원 고지에 올랐고, 지난해에는 8천4백억원을 벌었다. 박카스로 유명한 이 회사는 1967년 이후 제약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 자리를 대웅제약이 노리고 있다.

효자 상품인 우루사 등으로 지난해 6천7백억원을 벌어들인 이 회사는 업계 2~3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고지를 점령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를, 업계 1위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았다. 이 두 회사의 매출액 차이는 1천7백억원이지만 한 해 동안에도 수백억 원씩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는 제약업계 특성을 고려하면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니다.

동아제약의 김원배 사장과 대웅제약의 이종욱 사장에게 눈길이 가는 이유이다. 김사장은 매출액 차이를 더 벌려 1위를 수성해야 한다. 이사장은 그 차이를 좁혀 동아제약의 아성을 무너뜨려야 한다. 또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리베이트 쌍벌제, 약값 인하 정책, 일반의약품의 약국 외 판매 계획 등으로 제약업계 분위기가 변화되었다. 이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서 이들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김사장과 이사장은 수성(守城)과 공성(攻城)이라는 상반된 입장에 놓여 있지만, 닮은 점이 많다. 공교롭게도 서울대 약대 67학번 동기이다. 김사장은 제약을 전공했고, 이사장은 약학을 공부했다. 졸업과 동시에 김사장은 동아제약에, 이사장은 유한양행에 입사했다. 서울대 대학원 약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점도 같다. 또 이 둘은 제약사 연구소장 출신이다.

김사장은 1993년부터 동아제약 연구소장으로 일했고, 이사장도 1999년부터 유한양행 연구소장직을 수행했다. 사장직에 오른 시기도 비슷하다. 김사장은 2005년 동아제약 수장이 되었고, 이사장도 2006년 자리를 옮겨 대웅제약의 지휘봉을 쥐었다. 여러모로 닮았지만 두 CEO의 경영 행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김사장이 신약 개발에 적극적이라면 이사장은 인기 약품 판매에 열중이다.

동아제약, ‘신약 개발’로 수성 전략

   
김원배 동아제약 사장
1947년 충남 예산 출생
1966년 대전고등학교 졸업
1971년 서울대 제약학 졸업
1974년 동아제약 입사
1978년 서울대 대학원 약학 석사
1990년 서울대 대학원 약학 박사
1993년 동아제약 연구소장
2005년 동아제약 사장
ⓒ동아제약

김사장은 동아제약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인인 만큼 회사의 취약점을 잘 알고 있다. 예를 들면 박카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동아제약의 난제였다. 한때 박카스 매출이 전체의 4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 이 때문에 업계 1위 회사라고는 하지만 무늬만 제약사라는 손가락질도 받았다. 실제로 처방약(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부동의 1위인 대웅제약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사장은 신약 개발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는 2003년 위염 치료제와 발기부전 치료제를 개발한 공로로 대한민국 신약 개발 우수상, 장영실상, 지석영상 등을 받았다. 개발 전문가 출신답게 김사장은 자체 개발한 신약의 매출을 늘려나갔다. 위염 치료제는 지난해 8백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려 모든 처방약 가운데 매출 3위를 기록했다. 김사장은 최근에도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를 내놓으면서 국내 제약사 중에서 가장 많은 3개의 자체 개발 신약을 보유한 회사로 만들었다. 그 결과 2006년 처방약 시장에서 8위였던 동아제약은 지난해 처방약 매출 4천7백억원을 기록하며 대웅제약을 제쳤다.

김사장은 슈퍼박테리아 항생제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용인에 첨단 연구소도 세웠다. 연구·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김사장은 경영 보고서에서 “자가 개발 신약의 매출을 꾸준히 증가시켜 국내 최고의 신약 개발 기업으로 입지를 강화하겠다. 또 향후 주력 분야가 될 수출 부분 역시 2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라고 밝혔다.

이 회사의 강신호 회장도 평소 “제약기업이 살길은 차별화된 신약 개발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른바 ‘메이드 인 동아제약’이라는 인식을 국내외에 심겠다는 것이다. 김사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은 박카스로 유명하지만 사실 니세틸(치매 치료제)이 주력 품목이다. 매출의 64%를 차지한다. 박카스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낮아졌다”라고 설명했다. 박카스로 번 돈을 신약 개발에 투자해서 성과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김사장은 지난해에 매출액의 19%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제약업계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율이 매출 대비 6.5%인 것에 비해 세 배 정도 높은 수치이다.

회사별 매출

 

 

 

(단위: 억원)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2012

동아제약 

5700

6300

7023

8011

8468

9000

9928

대웅제약 

4000

4800

5400

6100

6722

7200

7716

 

 

 

 

 

 

 

: 전망

대웅제약, ‘매출 확대’로 공성 전략

   
이종욱 대웅제약 사장
1949년 서울 출생
1967년 서울고등학교 졸업
1971년 서울대 약학 졸업
1974년 유한양행 입사
1977년 서울대 대학원 약학 석사
1983년 서울대 대학원 약학 박사
1999년 유한양행 연구소장
2003년 유한화학 사장
2006년 대웅제약 사장
ⓒ시사저널 자료

반면, 대웅제약의 매출 대비 연구·개발 투자율은 5% 선이다. 신약 개발보다는 회사의 덩치를 키워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려는 것이 이사장의 복안이다.

현재까지 이사장의 ‘사세 키우기’ 경영은 성공적이다. 2006년 사장직에 오른 이후 해마다 6백억~8백억원의 추가 매출을 유지하고 있다. 영업이익도 대웅제약이 더 많아 내실을 다지는 분위기이다.

사실 경영인으로는 이사장이 김사장보다 한 수 위이다. 지난 2003년부터 3년 동안 유한화학을 이끈 경험이 있다. 그 노하우를 대웅제약에 적용해 결실을 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대웅제약 사장직에 오를 당시에 이사장은 항암제 개발에 방점을 찍었다. 췌장암·유방암·자궁경부암·간암 등 11개 암 치료제로 2010년까지 1천억원을 벌어들이겠다는 청사진을 공개했다. 2006년에 직장·결장암 치료제를 내놓기도 했지만 그 후 암 치료제 개발의 성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이사장은 발 빠른 전술 변화를 구사했다. 그는 이른바 ‘돈 되는 약’ 판매에 힘을 쏟았다. 이를 위해 화이자나 베링거인겔하임과 같은 세계적인 제약사와 제휴를 맺었다. 이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연 매출 100억원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제품을 13개 이상 보유한 것은 국내 제약사 중에 최고 수준이다. 고혈압 치료제가 1천억원 매출을 향해 순항 중이고 뇌 기능 개선제도 6백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라고 밝혔다. 이를 배경으로 이사장은 해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2006년부터 미국 진출을 위해 현지 연구 기관과 교류해왔고, 2009년에는 미국 메릴랜드에 연구소를 설립했다. 2008년부터 중국·인도 등지에 연구소를 세웠고, 앞으로 유럽과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동아제약의 김사장은 ‘박카스 제조사’라는 불명예를 씻고 천연물 신약 개발 제약사로 도약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의 이사장도 의약품 판매를 늘려 세계에 회사 이름을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내 업계 1위로 세계적 제약사로 발돋움할 발판을 마련하는 일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신약 개발과 판매 확대가 동시에 맞물려야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은 데다, 리베이트 쌍벌제나 각종 약값 인하 정책 등 판매를 위축하는 요인도 도사리고 있다.

또 동아제약은 지배 구조가 약한 점이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강신호 회장이 5.1% 지분으로 대표 주주로 있지만, 국민연금공단이 전체 지분의 8.5%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에는 세계적 제약사인 GSK가 지분 9.9%를 사들이면서 동아제약과 전략적 제휴 관계를 맺었다. 일각에서는 지분 8%를 보유한 한미약품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견제한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김사장과 이사장은 각 회사의 지분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전문 경영인일 뿐이다. 언제 내쳐질지 모르는 불안감도 있다. 실제로 동아제약에서는 강신호 회장의 아들 강정석 부사장이, 대웅제약에서도 윤영환 회장의 차남 윤재훈 부회장 등이 언제든지 경영권을 넘겨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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