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청 대표 기업은 ‘계룡건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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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 12.5%가 향토 기업을 첫손에 꼽아…이인구 명예회장은 ‘대표 기업인’으로도 뽑혀

▲ 2010년 1월 22일 열린 계룡건설 창립 40주년 기념식에서 이인구 명예회장이 회사 기를 흔들고 있다.

요즘처럼 대전·충청 지역이 주목받은 적도 드물다. 지난 2009년 10월 정운찬 총리의 발언으로 촉발된 ‘세종시 논란’은 1년 이상 이 지역을 이슈의 한가운데 서 있게 했다. 정부는 최근 과학벨트의 입지를 대전으로 확정했다. 충남 및 충북 지역도 기능 지구로 지정하면서 또다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기업들의 ‘대전·충청행’은 끊이지 않았다. 정부 시책에 발맞춘 기업들의 생산 시설 이전이 이어졌다. 수도권 규제도 충청권으로 기업을 이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일까. 지역 대표 기업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도 극명한 시각 차를 보였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기업은 토종 기업인 계룡건설이었다. 이 지역 응답자 중 12.5%가 ‘계룡건설이 대표 기업이다’라고 응답했다. 하이닉스(7.8%), 한화(7.2%), 삼성(6.6%), 한국타이어(5.4%), 삼성전자(5.2%) 등이 뒤를 이었다.

2위는 하이닉스…한화·삼성이 3, 4위

지역별 선호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전의 경우 계룡건설이 31%로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 계룡건설은 대전에서 얼마 남지 않은 순혈 향토 기업 중 한 곳이다.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이 대를 이어 회사를 경영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창단한 대전 시티즌의 공식 후원사도 이 회사이다. 특히 창업주인 이인구 명예회장은 지역 개발과 사회 공헌 활동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재 100억원을 들여 조성한 생태공원을 대전시에 무상으로 넘길 정도였다. 지역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장학 사업에도 해마다 수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때문에 이명예회장은 최근 대전 지역 언론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인 1위에 꼽혔다. 계룡건설 역시 대한건설협회와 대전시가 매년 발표하는 건설업계 수주 순위에서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대전 지역에서 계룡건설의 인지도는 절대적이다. 지역 물량을 바탕으로 한때 국내 건설업계 도급 순위 19위까지 오르기도 했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충남이나 충북으로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충남의 경우 계룡건설의 선호도가 8.2%에 불과했다. 대신 진로의 참이슬(13.7%)과 삼성(12%), 한화(9.3%) 등이 골고루 표를 나누어가졌다. 이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곳이 삼성이다. 삼성의 경우 삼성전자(5.2%)까지 합할 경우 점유율이 17.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현재 충남 천안시와 아산시 일대에는 삼성전자 LCD 생산 시설이 대거 들어서 있다. 이들 시설에 대한 증설도 진행 중이다. 지난 2009년 말 관련 시설 중 일부가 세종시로 이전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그만큼 충남에서 삼성이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얘기이다. 참이슬이나 한화의 생산 시설 역시 현재 충남 아산 등에 있다. 이런 점이 반영되면서 대전과는 차별화된 조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충북의 경우 계룡건설이나 삼성에 대한 선호도가 1%대 초반에 불과했다. 아예 0%를 기록한 기업도 꽤 있었다. 대신 하이닉스가 23.6%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부터 이천 공장 증설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불가’ 판정을 내리면서 충북 청주에 반도체 공장을 증설했다. 당시 충북도와 청주시는 사활을 걸고 하이닉스 유치전에 나섰다. ‘하이닉스 타운’ 조성이나 공장 건립에 따른 인·허가 사항 등을 신속하게 처리해준다고 공언했다. 충북도에서 공장 부지를 조성해 하이닉스에 건넬 정도였다.

청주 시민이나 시민·사회단체 역시 하이닉스 제2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대규모 궐기대회를 열었다. 대전이나 충남에서 일정 부분 호감도를 얻었던 기업들이 유독 충북에서 저조한 성적표를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추세는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인 조사에서도 반영되었다. 대전 지역의 경우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인에서도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22.3%로 압도적인 1위를 보였다. 충북 지역은 권오철 하이닉스 대표가 3.7%의 지지율을 보였다. 충북 지역의 모름(무응답) 비율이 87.9%임을 감안할 때 상당한 수준이다.

대전·충청 지역에서 또 한 명 주목되는 기업인은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다. 웅진그룹의 경우 기업 선호도 조사에서 1.7%를 받는 데 그쳤다. 반면 윤회장은 권호철 하이닉스 대표 등을 누르고 기업인 선호도 2위를 차지했다. 1위를 차지한 이인구 명예회장과의 격차는 3% 정도이다.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충남 공주 출신이다. 공주는 백제 시대 도읍으로 옛 지명이 웅진이다. 윤회장은 자신의 고향 이름을 따서 그룹 이름을 지었다. 그동안 지역 사회 개발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산업 불모지인 공주로 웅진 계열사 공장을 잇달아 이전했다. 오염되어 있는 실개천을 살리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기도 했다. 때문에 공주시에서만큼은 윤회장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상의 대접을 받고 있다. 최근 공주를 다녀온 한 언론인은 “지역 상점의 간판이 모두 ‘웅진’으로 시작할 정도로 윤회장을 마음 깊이 존경하고 있었다. 이런 풀뿌리 지역 민심이 조사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귀띔했다.

강원도 대표 기업은 ‘강원랜드’

대전·충청 지역과 마찬가지로 강원도 역시 최근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광재 강원도지사 당선자가 도지사직을 상실하면서 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 지도부가 강원도로 총출동할 정도로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기업 선호도는 충청권과 정반대였다. 강원도는 태생적으로 산업 기반이 부족하다. 생산 시설보다는 레저타운이 많이 포진해 있다. 때문에 지역 대표 기업인을 묻는 질문에 98.8%가 ‘모름(무응답)’이라고 답했다. ‘지역 대표 기업’을 묻는 질문에도 11%가 정선카지노(강원랜드)를 꼽았다. 카지노를 운영하는 회사 특성상 여성보다 남성들의 선호도가 높았다. 소득 역시 높아질수록 강원랜드를 선호했다. 그 밖에도 한라시멘트(7.9%), 만도(5.4%), 쌍용양회(4.7%)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기업들이 강원랜드의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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