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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객석이 더 무서워도 ‘도전 또 도전’

한국 공포영화, 부진 속에서도 실험작 쏟아내…아이돌·인터넷·고양이 등 익숙한 소재 ‘눈길’

최광희│영화저널리스트 ㅣ 승인 2011.06.07(Tue) 20: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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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두엔터테인먼트 제공

“관객이 익숙한 것에서 공포를 뽑아내라!” 올여름 개봉 대기 중인 한국 공포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낯익고 친숙한 무엇으로부터 불현듯 치솟는 공포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 그러나 익숙한 것은 시대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여고괴담> 시리즈가 청소년의 일상적 공간인 ‘학교’를 공포의 현장으로 탈바꿈시켜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들어 그 위력이 전만 못해진 것은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올여름 공포영화가 담아낼 일상 속의 공포는 훨씬 다양해졌다.  

가장 먼저 개봉하는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6월9일 개봉)는 아이돌 그룹을 공포의 주체로 삼는다. 걸그룹 ‘핑크돌즈’가 주인공이다. 주인 없는 곡 <화이트>를 리메이크해 최고의 인기를 얻었지만, 인기가 많아질수록 멤버 간의 질투와 경쟁심도 커진다. 화이트의 메인 보컬이 되는 멤버마다 끔찍한 사고가 벌어진다.

‘저주 들린 노래’라는 설정을 공포의 매개로 삼고 있지만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는 아이돌 그룹이라는 대중문화 아이콘에 대한 ‘뒤집어보기’를 시도하는 영화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는 그들이지만, 그 이면에는 무겁고 어두운 압박이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다. 그만큼 아이돌이 관객에게 친숙한 대상이 되었다는 얘기이다. 독립영화계에서 맹활약을 펼쳐온 쌍둥이 형제 감독 김곡·김선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동영상도 저주에 걸린다. <미확인 동영상>(8월11일 개봉)에서는 UCC 동영상과 인터넷 악플이 공포를 부른다. 희귀 동영상으로 인해 점점 변해가는 동생, 그녀를 구하기 위해 동영상의 비밀을 파헤치는 언니, 두 자매의 이야기를 통해 인터넷이 일상인 시대의 이면을 들춘다. 인터넷 확산이 낳은 부작용에 대한 관객의 경험적 공감대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되는 배경이 되리라는 것이 이 영화의 전략이다. <령> <므이> 등의 작품으로 공포 영화 전문 감독으로 자리 잡은 김태경 감독이 연출했다.  

   
ⓒNEW제공(위 사진), 쇼박스㈜미디어플렉스(아래 사진)

애완동물을 기르는 이들이 증가하는 현상도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었다. 변승욱 감독의 <고양이: 죽음을 보는 두 개의 눈>(8월 개봉 예정)은 동네 골목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고양이가 섬뜩한 공포의 시선을 던진다. 고양이를 기르던 사람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한다. 주인공 세은은 현장에 남아 있던 고양이를 데려다 기른다. 그때부터 미스터리한 일들이 벌어진다.

이처럼 다양한 일상성이 올여름 공포영화의 주요한 매개로 떠오른 가운데, 한국 공포영화의 전통적인 모티브인 민담과 설화를 적극 활용한 사례도 있다. <기생령>(8월 개봉 예정)은 아이를 갖지 못하는 여자가 독 안에 아이를 가두어 죽이면 임신을 할 수 있다는 민담을 끌어와 다른 사람의 몸에 영혼이 들어가는 ‘빙의’ 설정으로 섬뜩한 공포를 자아내려고 시도한다. 드라마 <아이리스>를 연출한 양윤호 감독이 3D 영화로 시도하려 했으나 중간에 고석진 감독이 메가폰을 이어받았다.

최근 한국 공포영화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고사: 피의 중간 고사>(2008년)가 흥행에 성공한 것을 빼면 몇 년 사이에 이렇다 할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이 모처럼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관객 몰이에는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공포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은 역시 제작비에 대비해 효용이 크다는 점 때문이다. 10억원에서 20억원 안팎의 비교적 저렴한 제작비로 잘만 되면 대박을 칠 수 있다는 계산은, 공포영화의 흥행적 이점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올여름, 어떤 공포영화가 관객의 뒷골을 제대로 서늘하게 만들어줄지 궁금해진다.  

   

 

‘속물’ 변호사가 양심 되찾는 반전에 ‘감동의 물결’
이 주일의 리뷰·<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20세기 폭스 제공
영화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감각적인 화면 분할로, 만듦새가 세련될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 그 인상은 끝까지 유효하다. 주인공은 잡범들을 변호하며, 짭짤하게 수입을 챙기는 약간 느끼한 속물 변호사이다. 그는 기사가 딸린 링컨타운 차를 타고, 교도소와 법원을 바쁘게 오가며 떡값을 찔러주고, 능란하게 일을 처리한다. 어느 날 그에게 대형 로펌을 가족 변호사로 둔 부동산 재력가의 아들이 사건을 의뢰한다. 성매매 여성을 폭행한 혐의로 체포되어 유치장에 갇힌 그는,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한다. 주인공은 그를 일단 유치장에서 풀어주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하는 데 성공한다. 주인공은 그가 진짜로 무고하며, 부자 남성을 갈취하려는 윤락녀의 함정에 빠진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 여성의 멍든 얼굴을 보다가, 그는 자신이 변호했던 이전 사건을 떠올린다. 그리고 두 사건이 동일범의 소행이요, 함정에 빠진 것은 피의자가 아니라 자신임을 깨닫는다.

영화는 그다지 선해 보이지 않는 속물 변호사가 최소한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을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슬리퍼스>(1996년)의 브래드 피트가 검사의 위치에서 피의자의 범죄를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재판을 역이용했듯,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주인공은 변호사의 위치에서 최대한 피의자를 변호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재판 과정을 영리하게 활용해 그의 죄상을 까발린다. 법정에서 야비할 정도로 피의자를 변호하고, 피해 여성을 모욕하는 그의 모습은 <데블스 에드버킷>(악마의 변호사)을 방불케 하지만, ‘무고한 피의자를 알아보지 못한’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기 위해 목숨을 거는 그의 직업 윤리는 존경할 만하다.

할리우드 영화 속 법정은 언제나 명쾌하고 드라마틱하다. 실제 미국의 법정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지만, 저것이 우리나라 법정의 모습과는 한참 다르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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