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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치운 자리, 무엇으로 채우랴

독일, 2022년까지 폐쇄 결정…대체 수단에 대한 계획 없어

조홍래│편집위원 ㅣ 승인 2011.06.07(Tue) 21: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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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가 2022년까지 모든 원자력발전소를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앙겔라 마르켈 총리가 이전 노선을 완전히 뒤집는 결정을 한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일본의 원전 재앙에 충격을 받은 독일 유권자들은 최근 국내에서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원전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메르켈 연립정부에 패배를 안겨주었다. 이때 받은 정치적 충격은 끝내 원전 폐기라는 극약 처방을 불러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독일이 보유한 17기의 원전은 무대에서 사라진다. 17기 중 8기는 이미 가동이 중단되었다. 독일 원자력전문가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이 조치에 따라 앞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이용한 발전 시설이 확충될 전망이다. 독일 원전은 그동안 전체 전력 수요의 23%를 감당해왔다. 환경부는 이 결정이 “최종적이다”라고 말해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을 단호히 배제했다.

   
▲ 독일 비블리스에 있는 원자력발전소.
ⓒEPA 연합

유권자 표 의식한 결정으로 비쳐

이 결정은 의회의 추인을 남겨두고 있으나 환경 보호 단체들은 즉각 환영하고 나섰다.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일단 환영 의사를 보이면서도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한다는 결정은 수많은 인명을 11년간 더 위험에 노출시키는 늑장 조치라고 비난했다. 유권자들도 일제히 반기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유럽 각국에서는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국내 산업계도 환영 일색은 아니다. 독일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프랑스에서 전력을 수입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전력 수입 사태가 벌어지면 유럽 전체의 에너지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 결국 원전 폐기 결정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삶의 질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여론이 드세다.

이런저런 부작용을 무릅쓴 메르켈 총리의 입장은 간단하지 않다. 그가 이른바 청정 에너지 노선을 선택한 것은 유권자들의 표 때문이다. 메르켈의 중도 우파 연립정부는 지난해까지도 원전 수명을 2036년까지 연장하는 정책을 세웠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없던 이 노선은 후쿠시마 사태에 영향받아 단명으로 끝났다. 지난 3월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연립정부는 참담한 패배를 안고 주 의회의 지배권을 상실했다. 집권당으로서는 58년만의 첫 고배이다. 모든 것이 에너지 정책 때문이다. 메르켈은 원전 의존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라고 선언했다. 선거 패배에 따른 아픔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러나 그의 야심적인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원전이 없어지면 모든 에너지 관련 비용이 상승한다. 특히 국내 전력 생산의 절반을 소모하는 산업계가 타격을 입는다. 정부는 재활용 자원을 이용한 전력 생산 비율을 2020년까지 35%, 2050년까지 80%로 높인다는 방침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반반이다. 카네기국제평화지원재단의 선임연구원 마크 힙스는 독일 같은 경제 대국이 원전 없이도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며 그 점에서 독일의 결정은 전세계의 모델 케이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처럼 할 나라는 세계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메르켈의 결정에 강한 의문을 나타냈다.

작은 나라이기는 하지만 스위스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원전도 정상 수명이 다하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탈리아도 원전 계획을 보류했다. 그러나 다른 유럽 국가들은 기존의 원전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58기의 원전을 가동 중인 프랑스는 2기를 더 건설할 계획이다. 일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네덜란드는 원전과 재래식 발전을 병행하기로 했다. 영국은 원전 의존도를 줄일 계획을 아예 갖고 있지 않다.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에 많이 의존하는 폴란드는 뒤늦게 원전 계획을 세우느라 바쁘다. 이처럼 원전 정책은 각국의 입장에 따라 각양각색이다.

전세계 4백40기 가동…프랑스는 더 건설

   
▲ 지난 5월30일 독일 베를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환경장관 등과 함께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PA 연합

독일노동조합총연맹(BDI)은 원전 포기 결정이 발표된 바로 그날 메르켈에게 서한을 보내 독일 경제에 미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압박했다. BDI 의장 한스-페테르 카이텔은 독일 업계의 국제 경쟁력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고 물었다. 그는 지난해 독일 산업계가 국민총생산액(GDP)의 3분의 2를 감당했다면서 원전 없이는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원칙만 정했을 뿐 원전 대체 수단에 대한 세부 계획은 없는 상태이다. 이에 따라 원전 폐쇄로 인한 부족분을 메울 충분한 대체 에너지 계획 마련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가장 최근에 건설된 일부 원전은 2022년 이후까지 가동될 가능성도 있다. 

인류가 원자력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은 2차 대전 이후부터다. 원자력을 전쟁의 수단으로서가 아니라 평화적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인류의 행복 증진에 도움이 된다는 데 착안하면서 원전이 건설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원전 르네상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전 에너지는 세계 에너지 수요를 해결하는 총아로 등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올 3월 현재 전세계에서 4백40기의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이 중 미국이 1백4기, 프랑스 58기, 일본 55기, 러시아 32기, 한국이 21기를 보유하고 있다. 건설 중인 원전은 총 64기이며 이 가운데 중국이 27기, 러시아가 11기를 건설 중이다.

원전은 세계 에너지의 6%, 전력의 13~14% 를 충당한다. 미국, 일본, 프랑스가 생산하는 원전 전력은 핵전력의 50%를 차지한다. 또한 1백50척의 함정이 핵 추진 전력으로 움직인다. 핵을 이용한 발전이 인류에 기여하는 규모를 감안하면 독일의 결정은 이단적으로 비추어진다. 독일의 특수 사정이 가져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총체적 에너지 수요의 차원이 아닌 정치적 동기에서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에 그 실효성과 명분에 논란이 따른다.

기후학자들은 원전이 사라진다고 가정할 때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몰고 올 재앙이 원전의 부작용을 능가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원전의 안전도를 높이고 핵 확산 규제를 강화하면서 지금의 원전 의존을 지속하는 것이 차라리 낫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한스 브릭스 전 IAEA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참사는 ‘돌발적인 사건’이며 이것이 모든 나라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원전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할 기로에 섰다. 각국이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정책을 재점검하는 데에 나섰지만 독일을 제외하고는 선진 경제 대국 중에서 완전 폐기 움직임을 보이는 나라는 없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모든 국가는 원전을 대체하는 에너지를 개발하는 데에 진력할 것이 확실하다. 만약 이 노력이 성공한다면 원전은 무대 뒤로 물러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시대가 올 것인지,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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