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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한국일보, 어디로 가나

수년간 계속되어온 경영난으로 노사 정면충돌 예고…신사옥 입주 무산되자 구성원 반발 거세져

반도헌│미디어평론가 ㅣ 승인 2011.06.15(Wed) 04: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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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가 입주해 있는 서울 중구 남대문로 2가 한진해운센터빌딩.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일보가 내우외환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진은 계속되는 적자로 인한 경영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노조는 신사옥 입주가 무산된 것을 계기로 경영진에게 경영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서 본격 대결을 선언하고 나섰다. 한국일보는 6월9일, 창간 57주년을 맞이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축하보다는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한국일보 노동조합은 창간 기념일 당일 적자와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묻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사측과의 정면충돌을 예고했다. 성명서를 발표하기 전날 ‘경영진 고발 결의 및 절차 협의’ 안건으로 열린 대의원대회를 통해 의견을 정리했다. 노조측은 신사옥 문제와 관련한 책임 추궁을 비롯해 어려운 경영 상황 전반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우리는 쓰나미처럼 나아갈 것이다’라는 성명서에는 장재구 대표이사 회장과 이종승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모든 책임 있는 경영진에 대한 고발을 결의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신사옥 사태에 대한 위법 책임과 경영 의혹 전반에 대해 검찰 수사와 법원 판결을 통해 따져 묻겠다는 것이다. 김태수 한국일보 노조 사무국장은 “성명서를 통해 우리가 현재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다 했다. 더 이상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는 대외비 문제가 있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는 어렵다. 행동에 나서게 되면 기자회견 등을 통해 입장을 밝힐 것이다”라고 말했다.

노조측, 새 사주 찾는 방안 추진할 수도

당장 노조측이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노조가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물은 이후 새 사주를 찾거나 전 주식을 우리사주로 전환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일보가 경영난으로 어려움을 겪고는 있지만 신문업계에서 가지는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면 인수자를 구하기가 어렵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원칙대로 하자는 분위기가 많다.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냉정하게 접근하면서 필요하다면 결단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일보 경영 문제가 최근에 갑자기 부각된 이슈는 아니다. 최근 2년간 적자 규모가 100억원에 달하는 등 수년간 경영난에 허덕여왔다. 지난해의 경우만 해도 적자 규모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측은 “경영진이 사업 항목에서 낸 손실이 47억원에 달하며, 이는 저효율의 사업 방식과 경영 무능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영진측이 “지난해 임금을 7% 인상하면서 손실 폭을 줄이지 못했다”라고 주장하고 나서면서, 내부 구성원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 노조는 회사측을 향해 회계 투명성과 관련한 20여 건의 세부 경영 자료를 요구했지만, 회사측은 다섯 건의 자료만 공개했다. 그러자 노조가 행동을 위한 결의에 나선 것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경영난 문제에 대해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이 최근 들어 높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신사옥 입주가 무산된 데에 있다. 한국일보는 2006년 9월 중학동 사옥터를 9백억원을 받고 한일건설에 매각했다. 상층부(약 2천평)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우선적으로 되살 수 있는 권리)도 같이 받았다. 건물이 완공되면 들어갈 계획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건물 준공 1개월 후인 지난해 12월30일까지 한일건설에 내야 하는 매수 대금 1백40억원을 내지 못하면서 입주가 사실상 무산된 상황이다. 신사옥 입주 무산은 한국일보 경영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재 입주해 있는 한진해운센터빌딩에 대한 임대료를 내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다.

‘기자 사관학교’로 불리던 신문사가…

상황이 이렇게 되자 내부 구성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2000년 기자 1백90여 명이 노조 탈퇴서를 낸 이후 제작국을 중심으로 노조가 유지되어왔다. 지난해만 해도 한국일보 노조는 구성원이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3월29일 기자 1백30여 명이 노조에 재가입하면서 조직을 새롭게 꾸리게 되었다. 신사옥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서는 노조의 힘이 필요하다는 데 기자들의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노조라는 구심점이 갖추어지면서 기자들의 행보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지속적인 경영 악화와 경영진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기자들의 동요는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려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직까지 경영난 악화가 기자들에 대한 급여 지급 중단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급여 인상안에 잠정 합의한 상황이다. 아직까지 급여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 취재비나 수당도 다 정상적으로 지급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연차수당 등 일부는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급여 지급에까지 문제가 생긴다면 기자 유출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

한국일보는 그동안 좋은 기자를 많이 배출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좋은 기자들이 외부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말이 된다. 한국일보의 이런 상황을 이른바 ‘메이저’ 신문사와 종편들이 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일보의 간판급 기자들을 중심으로 스카우트 제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한국일보에서 타 매체로 옮긴 한 기자는 “업계에서 한국일보를 기자 사관학교라고 부른다. 좋은 기자가 많이 배출되는 만큼, 많이 나간다는 것이다. 경영이 불안하다는 점 때문에 불안감을 많이 느껴온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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