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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분 중동 바람 타고 건설사들 ‘훨훨’

국내 대형 업체들, 발전소·자원·신도시 개발 등 ‘싹쓸이’ 수주…2015년 세계 1위 등극 전망도 나와

이철현 기자 ㅣ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6.21(Tue) 1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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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건설의 UAE 제벨알리컨테이너항만 안벽 공사 현장.
ⓒ현대건설

중동 지역 플랜트 건설 붐에 힘입어 한국 건설업이 비상하고 있다. 한국 대형 건설사들은 중동 국가가 발주하는 발전소, 석유화학 플랜트, 정유, 담수화 설비, 신도시 건설 계약을 ‘싹쓸이’ 수주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는 해외 수주 물량 70%를 중동 지역에서 확보하고 있다. 당연히 중동 지역 건설 경기가 국내 건설사 해외 수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불거진 북아프리카 민주화 바람이 중동 지역까지 파급되면서 해외 수주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오히려 민주화 바람으로 인해 산유국들은 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을 위해 신규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민주화 운동이 젊은 층의 실업과 경기 침체 탓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중동 지역 9개국에 거주하는 15~34세 인구는 전체의 39.6%를 차지하고 있으나 실업률은 10%를 웃돈다. 중동 국가의 정부들은 권위주의 정치 체제와 경기 침체에 대한 젊은 층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투자를 확대해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중동 지역 국가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하고 있다. 고유가 덕분에 오일머니가 엄청나게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는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나면서 지금까지 고공 행진하고 있다. 2004년 초 배럴당 30달러에서 2008년 5월 배럴당 1백48달러까지 치솟았다. 중동 국가들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었다. 국내총생산(GDP)은 해마다 22.1% 성장했다. 중동 국가들은 해마다 원유 90억 배럴을 생산하고 65억 배럴을 수출한다.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이면 4천5백50억 달러, 80달러이면 5천2백억 달러, 90달러이면 5천8백50억 달러가 해마다 중동 지역으로 들어온다.

신규 수주 물량 신기록 행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합산 GDP는 1조3천4백억 달러이다. 석유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7%이다. 중동 지역에 해마다 5천억 달러가 들어오면 2천억 달러 이상 플랜트를 발주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총생산의 45%, 정부 수입의 75%가 석유에서 발생하고 있어 해마다 들어오는 오일머니의 40% 이상을 사회간접자본이나 플랜트 투자에 투입할 수 있다. 

중동 지역 건설 수주 전문지 <Meed 프로젝트>에 따르면,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은 지난해 1천1백80억 달러 규모의 공사를 발주했다. 발주 금액은 올해 1천9백억 달러, 2012년에는 2천2백억 달러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국가들은 2012년까지 석유화학 플랜트 8백10억 달러, 발전 플랜트 7백20억 달러, 오일·가스 플랜트 4백10억 달러가량을 줄줄이 발주할 예정이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발주 물량을 독점할 태세이다. 올해 6백50억 달러, 내년 7백20억 달러어치를 수주해 수주 물량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지속할 전망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이제 단순 시공만 하는 회사가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춘 종합 건설 서비스 기업(엔지니어링업체)으로 거듭나고 있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국내 건설사들이 지난 2006~09년의 단순 시공업체에서 벗어나 엔지니어링업체로 변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링업체는 설계, 구매, 시공 업무를 일괄적으로 수행한다. 설계 부문에서는 기본 설계와 상세 설계가 있다. 한국 건설사들은 기본 설계 능력이 부족하다 보니 선진 엔지니어링업체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상세 설계 부문에서는 선진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시공 부문에서는 경쟁 업체들을 앞서고 있다. 

   
▲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정유 공장.
ⓒ삼성엔지니어링

우수 엔지니어 확보해 경쟁력 키워

한국 건설사들은 지난 2010년부터 해외 엔지니어링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 예상하고 일찌감치 우수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데에 나섰다. 엔지니어링은 장치 산업이 아니라 서비스 산업이다. 경험과 역량을 갖춘 엔지니어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한다. GS건설·삼성물산·대림산업·현대건설·삼성엔지니어링 같은 대형 건설사들은 해외 플랜트 사업 부문을 확충하고 인력 충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퇴직 직원까지 다시 채용하며 숙련 엔지니어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GS건설은 인도 뉴델리와 미국 휴스턴 현지 인력을 채용해 글로벌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 설계 부문을 보강하고 해외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서다. 지난 2005년 1천8백30명에 불과했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인력은 지난해 5천8백82명까지 늘어났다. 해마다 26.3% 증가한 것이다. 내년에는 9천2백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신흥 시장에서 가장 전망이 밝은 분야가 발전 플랜트이다. 현대건설은 발전 플랜트 부문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석탄 화력, 복합력, 원자력 발전까지 발전 플랜트 건설 경험을 갖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중동과 아시아 지역 발전 플랜트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공업 플랜트나 발전 플랜트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했다.

현대건설은 국내 최고 건설사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1일부터 현대건설을 경영하기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자동차, 철강과 함께 그룹 3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건설 부문을 육성하기 위해 앞으로 10조원을 투자해 2010년 신규 수주 1백20조원, 매출액 55조원에 이르는 초일류 건설사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금까지 현대건설은 시공에 중점을 두는 경영 전략을 추구했다. 선진 엔지니어링업체와 비교해 설계와 구매 부문은 약했다. 기획·재무·구매·경영 지원 같은 관리 부서를 강화하는 전략을 통해 설계와 구매 부문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해외 공사 수주가 늘어날 것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20조7천억원가량을 새로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엔지니어링, 엔지니어링 분야 ‘두각’

   
▲ <자료 : ICAK, Bloomberg,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돋보이는 곳은 삼성엔지니어링이다. 이 회사는 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국영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석유화학공업 플랜트 주문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와싯 가스전과 샤이바 가스전 프로젝트에서 열병합 발전소 패키지를 수주했다. 석유화학공업 플랜트 분야에서 대규모 발전 프로젝트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설계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설계가 정확해야 원가를 낮출 수 있고 기자재가 적기에 투입되어 공사 기간을 앞당길 수 있었다. 석유화학플랜트 부문에서 경쟁력을 확인한 삼성엔지니어링은 발전, 담수, 철강, 사회간접자본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수주 대상 지역도 중동을 벗어나 전세계 지역으로 다각화하려 한다. 올해 신규 수주액 14조3천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사인 삼성물산은 지난해부터 해외 플랜트 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정연주 삼성물산 대표는 ‘제안형 개발자’(48쪽 딸린 기사 참조)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물산은 올해 14조1천억원 물량을 새로 수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하반기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11억 달러), 인도 초고층 빌딩(5억 달러), 온타리오 풍력발전소(3억 달러), 싱가포르 매립지 공사(3억 달러), 몽고 호텔 공사(2억 달러)가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GS건설은 올해부터 해외 부문 매출 비중을 37%, 수주 비중은 50% 안팎까지 늘리면서 사업 구성을 해외 사업 위주로 재편할 계획이다. 올해 신규 수주가 16조5천억원까지 늘어날 듯하다. 해외 수주 목표치 80억 달러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림산업은 지난 5월 총수 이준용 회장의 아들 이해욱 부회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대림산업은 지난해 말 건축 부문을 축소하고 해외 플랜트 부문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해욱 부회장은 물 사업, 타이완이나 필리핀 지역의 해상 풍력 사업, 해외 민자 발전소 건설 사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넘어 새 시장으로 영업 기반 확대

국내 건설사들은 중동 지역에만 의존하지 않고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금융컨설팅업체 글로벌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연간 6.8조 달러이다. 이에 비해 중동 시장은 3천억 달러이다. 중동 시장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하다. 앞으로 세계 시장은 신흥 시장이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지역뿐만 아니라 남미와 아시아 시장이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신흥 시장이 성장하면서 국내 건설사가 해외 플랜트 수주를 늘릴 기회가 커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 곳은 미개발 자원 보유국이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카스피 해 연안 독립국가연합(CIS) 회원국이나 호주를 주목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카자흐스탄에는 석유 4백80억 배럴이 매장되어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다. LNG 수요가 늘면서 호주에서는 LNG 프로젝트가 커지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2004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사전 자격 심사(PQ)를 통과하지 못해 대규모 해외 플랜트 공사를 수주하지 못했다. 이제 한국 업체들은 아람코가 발주하는 수십억 달러 프로젝트를 대거 수주하고 있다. 지난 2005~10년 한국 건설업계의 신규 수주액 증가율은 연평균 40.3%를 기록했다. 풀루어나 린데 같은 글로벌 엔지니어링업체는 10.6% 증가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이미 일본 엔지니어링업체들을 제쳤다. 이제 미국·유럽 엔지니어링업체들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수주 영업에서 공격적이고 기술 경쟁력이 우수해 조만간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송홍익 대우증권 연구원은 “한국 건설사들은 2015년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 엔지니어링업체들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제안형 개발자는 건설업 ‘꿈의 모델’…삼성물산·대우건설, 해외 사업 성과

 
▲ 삼성물산이 개발자로 참여한 미국 멕시코 만 해상 광구.
ⓒ삼성물산
건설업체들이 궁극적으로 꿈꾸는 모델은 사업 제안형 개발자(디벨롭퍼)이다. 제안형 개발자는 수주에 목매거나 EP&C(엔지니어링, 자재 조달, 건설)를 수행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새 사업을 제안하고 지분 투자와 자금 조달까지 맡는다. 시공이 끝나더라도 해당 시설을 운영해 공사 대금과 수익을 회수하고 투자 지분을 청산하는 업무까지 수행하기도 한다. 대표 사례가 독립 발전 플랜트(IPP) 사업이다.

대형 건설사가 개발자로 사업을 주도하거나 개발자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참여한다. 건설사들은 특수 목적 법인(SPC)에 지분을 투자하고 자금을 조달하는가 하면 설계, 자재 조달, 시공 업무를 수행한다. 시공이 끝나면 해당 발전소를 운영해 공사 대금과 수입을 회수한다. 삼성물산이 추진하는 카자흐스탄 발하쉬 발전소와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가 대표 사례이다.

자원 개발형 사업도 제안형 개발자 사업 모델로 주목을 받고 있다. 부존 자원이 풍부하나 개발 기술이나 자본이 없는 국가에 진출해 자원을 개발하고 판매해서 수익을 거두는 사업 모델이다. 자원 개발 사업은 발전 IPP 사업과 달리 변수가 많아 위험도가 높다는 것이 흠이다. 발전 IPP 사업은 현지 국영 전력회사가 발전소 전력을 사고 발전소 가동 기간과 전력 생산량이 정해져 있어 안정적이다. 이와 달리 자원 개발형 사업에는 자원 매장량, 자원 품질, 가격 변동이라는 변수가 있다. 그러다 보니 자원 개발 사업은 위험 회피 전략까지 포함해 사업 구조를 치밀하게 세워야 한다. 

김열매 현대증권 연구원은 “제안형 개발자로서 유리한 조건을 갖춘 건설사는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상사와 건설 부문이 한 기업 안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들은 전문 상사 기업과 컨소시엄 형태로 사업을 추진한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자원 개발형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올해 하반기 대규모 수주가 예상된다. 파이낸싱 부문에서 가장 유리한 건설사는 대우건설이다. 대우건설 대주주가 산업은행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주선 분야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미국 금융 실적 데이터 업체인 딜로직 사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프로젝트파이낸싱 실적은 2002~10년 8년 연속 5위에 올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멕시코 ‘볼레오 구리 광산 개발 프로젝트파이낸싱 금융 약정’을 체결하는가 하면 올해 우즈베키스탄 가스전 개발 사업, 캐나다 희토류 광산 개발 사업, 러시아·호주 유연탄광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 발전 IPP이나 자원 개발 사업에 참여할 때 산업은행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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